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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로명 주소에 뜻깊은 비밀 숨어 있었네

갓바위 2013. 11. 15. 11:30

"도로명 주소엔 이런 비밀 숨어 있었네"

안성시청 새주소팀에게 듣는다

입력 : 2012년 06월 08일 (금) 23:47:43 / 최종편집 : 2012년 06월 09일 (토) 02:51:05 송상호shmh0619@hanmail.net

내가 사는 집 도로명 주소는 어떤 과정을 통해 지어졌을까. 내가 사는 곳엔 도로명 주소가 어떤 것들이 있을까. 지난 7일 안성시청 새주소팀 김진관 팀장과 유병주 담당자를 만나 유쾌한 설명을 들었다.  

 

안성엔 사람이름 따온 도로명 주소가 5곳. 

 

“안성엔 임꺽정길도 있어유. 천년사찰 칠장사는 의적 임꺽정의 수련장소라서 그래유. 마을 주민들이 신청해 와서 도로명 주소를 바꾼 경우에유” 

김 팀장이 말한다. 새주소는 2012년부터 본격적으로 사용하면서 사람들의 관심이 급증했다. 이러다보니 새주소에 대한 시민들의 문의도 쇄도하고 있다고. 경기도 안성 만해도 10건 정도가 주민들의 요구에 의해 도로명 주소 명칭이 바뀌었다. 

 

당초 새주소팀에서 도로주소명 가명을 작성하여 면단위로 내려 보냈다. 마을 주민들의 의의가 없으면 가명대로 통과되었다. 의의가 있을 시는 새주소팀이 출동해 주민들 상대로 공청회를 열었다. 거의 대부분 주민들의 의견대로 도로주소명이 정정되었다.

 

 

 

  

▲ 사진 왼쪽에서 두 번째가 김진관 팀장, 세번째가 유병주 담당공무원이다.

 

현재 안성에만도 786개의 도로주소명이 있다. 거의 대부분 고유마을 이름을 따서 지었다. 예컨대 장재동에는 장재동길, 상촌에는 상촌길 등이다. 그 외도 행정명, 공공기관명, 학교명 등을 본 따서 짓기도 했다.  

 

안성엔 사람이름으로 된 새주소가 몇 군데나 있다. 죽산 칠장리에 임꺽정길, 보개면에 김종만장군길, 안성시청 후문 앞에 혜산로(박두진 시인의 호가 혜산), 봉산로터리 앞에 남파로(조선 영의정 홍우원의 호가 남파), 서운면에 바우덕이로(안성남사당 바우덕이) 등이 그것이다.

 

새주소엔 이런 비밀이 있었네. 

 

어떤 곳은 로, 어떤 곳은 길. 이것의 구분은 이렇다. ‘로’는 2차선이상의 간선도로에 붙여진 이름이다. 차 도로라면 거의 그렇다. ‘길’은 마을에 나 있는 마을길들을 모두 말한다. 주소에 ‘로’와 ‘길’을 보면 마을 안쪽인지 대로변인지 알 수 있다. 

 

예컨대 ‘장재동길 53-11’이 있다 치자. 여기서 장재동길은 마을 고유이름을 따서 지은 이름이다. 53이란 숫자는 530m를 나타낸다. 장재동 마을 입구 최초기준위치에서 530m 떨어진 곳이란 의미다. 그렇다면 11은? 물론 110m를 나타낸다. 장재동길 530m 지점이 마을에 들어와서 갈라지는 지점의 위치다. 그 지점에서 또 다시 110m 정도를 더 가면 해당건물이 나온다는 의미다. 그러므로 장재동 마을 입구에서 대략 640m(530m+110m) 정도의 위치에 ‘장재동길 53-11’ 건물이 있음을 알리는 주소명이다.  

그렇다면 현재 안성에 도로명 주소가 안 된 곳도 있을까. 김팀장에 의하면 99.9%가 모두 부여받았다고 한다. 사람이 사는 건물이라면 소위 불법건물이라도 모두 가능하단다. 사람이 사는 비닐하우스, 컨테이너, 움막집 등도 마찬가지다. 새주소팀은 불법이냐 합법이냐를 판단하지 않고, 대한민국 국민이 사는 집이라면 모두 주소를 부여해주고 있다고.  

 

만약 산 쪽이나 외딴 집이라면 어떻게 될까. 그것 또한 모두 수가 있다. 예컨대 ‘장재동길 53-88’이라고 부여해준다는 것. 사람이 겨우 다니는 좁은 길이나 산길도 장재동길과 이어져 있다면 장재동길로 인정한다. 그 집은 마을입구에서 1410m(530m+880m) 떨어진 외딴 곳에 위치한 집을 의미한다. 

 

지번 주소는 유독 우리나라가 지난 100년간 고집한 주소명이다. 이미 유럽, 미국, 홍콩 등 외국엔 도로명 주소를 사용하고 있다. 외국에는 도로명주소 표지판도 모양과 디자인이 다양하다. 우리나라도 정착만 되면 다양한 모양의 표지판이 등장할 거란다. 현재도 규격만 지킨다면 디자인은 주인 맘대로 해도 된다고 김팀장이 일러준다.

 

담당공무원은 안성 곳곳 안 가본 곳 없어. 

 

“저는 이 주소를 만들기 위해 안성의 길이란 곳은 모두 가봤어유. 저만큼 안성 곳곳을 다 돌아본 사람도 없을 걸유” 

새주소를 만들기 위해 발로 뛰어다닌 새주소 담당자 유병주 공무원의 말이다. 그는 유난히 시골이 많은 안성 곳곳을 차로, 때로는 발로 밟고 다녔다. 어떤 때는 뱀, 노루 등 야생동물도 만났다. 목줄 풀린 큰 개가 달려들어 혼비백산하여 차로 도망간 기억도 있다고. 마을과 떨어진 외딴곳은 걸어야만 했다. 

 

도로명 주소 공청회를 마을회관에서 열면 마을 주민들을 만나게 된다. 끝나고 나면 “아, 여기까지 왔는디 밥은 먹고 가야제”라며 한사코 식사를 권하는 게 다반사라고. 어떤 때는 “우리 마을길도 포장 좀 해줘”라며 엉뚱한 부탁을 해오기도 한다고. 그럴 땐 “아, 네. 해당부서에 말은 해볼께유”라고 말을 얼버무리곤 했다고. 안성이 고향도 아닌 유병주 공무원은 이일 때문에 안성을 누구보다 많이 알게 된 셈이다.  

 

김진관 팀장과 유병주 공무원은 “새주소가 지금은 익숙하지 않아 불편하겠지만, 알고 보면 아주 편리하고 과학적이다”라고 입을 모은다. 2014년 1월 1일이면 구 주소는 사용하지 못하고, 새주소만 전면 사용하게 된다. 의의가 있으면 당신이 사는 해당 시청(구청, 군청) 새주소팀에 연락하라. 2014년 1월 1일이 되기 전에 말이다.

 

※. 바로 문밖에 붙어있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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