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새아침에/조지훈(목소리 허무항이)

갓바위 2014. 1. 3. 12:18
 

새아침에/조지훈(목소리 허무항이)

 

모든 것이 뒤바뀌어 질서를 잃을지라도

 

성진(星辰)의 운행만은 변하지 않는 법도를 지니나니

 

또 삼백예순날이 다 가고 사람 사는 땅 위에

새해 새아침이 열려오누나.

 

처음도 없고 끝도 없는

 

이 영겁(永劫)의 둘레를

 

뉘라서 짐짓 한 토막 짤라

 

새해 첫날이라 이름지었던가.

 

뜻 두고 이루지 못하는 恨은

 

태초 이래로 있었나보다

 

다시 한번 의욕을 불태워

 

스스로를 채찍질하라고

 

그 불퇴전의 결의를 위하여

 

새아침은 오는가.

 

낡은 것과 새것을 의와 불의를

 

삶과 죽음을 ㅡ

 

그것만을 생각하다가 또 삼백예순날은 가리라

 

굽이치는 산맥 위에 보랏빛 하늘이 열리듯이

 

출렁이는 파도 위에 이글이글 태양이 솟듯이

 

그렇게 열리라 또 그렇게 솟으라

 

꿈이여!

 

(조지훈·시인, 1920-1968)