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잠자는 아가에게-이철환/낭독-무광

갓바위 2019. 9. 9. 08:27
잠자는 아가에게
이철환/낭독-무광

잠자는 아기를 
등에 업은 아기 엄마가
터미날 대합실 바닥을 
조심조심 청소한다
책임자로 보이는 뚱뚱한 사내
가 다가가 아기 엄마의 굼뜬 
동작을 호되게 나무라지만
바보처럼 미소 지을 뿐 
아기 엄마는 말이 없다
뚱뚱한 사내의 호통 소리에
대합실은 어느새 
아기 엄마의 민망한 미소
만큼 이나 조용해진다
잠시 잠에서 깨어난 아기는 꽃
잎 같은 긴 하품을
햇빛 속으로 던져주고 
이내 잠들어버린다
아기를 바라보는 엄마의 젖은
눈 위로 반짝이는 물빛 무지게...
잠자는 아가야 어서 자라서
네 엄마의 아픈 마음을 
어루만져 주렴
어린 너의 평화로운 잠을 위해
가슴을 찌르는 말에도
바보처럼 웃고만 있는
네 엄마는 바보가 아니란다
네 엄마는 말 못하는 
바보가 아니란다
잠자는 아가에게-이철환.mp3