돈 잘못 쓰면 지옥문
빈 손으로 왔다가 빈 손으로 가나니 세상의 모든 일 뜬구름과 같구나
무덤을 만들고 사람들이 흩어진 후 적적한 산 속에 달은 황혼이어라
돈 속에 도가 있다 편안히 분수대로 만족할 줄 알라 욕심이 적으면
즐거워지고 만족할 줄 알면 그것이 부귀이니 청빈 속에서 편히 머물지니라
누구든 잘 먹고, 잘 입고, 잘 살기 위해서는 재물이 있어야 한다.
돈이 있어야 마음에 드는 것을 사고 즐기면서 살 수 있는 것이다.
그러나 재물에 대한 욕심이 나의 행복한 앞길을 가로막아 버리는
경우는 예상외로 많다 곧 돈의 맛을 알고 탐욕에 사로잡히다 보면 '
돈'의 노예가 되고, 돈이라면 물불조차 가리지 못하게 되고 마는 것이다.
오늘날 우리는 신문,TV 등을 통하여 매일매일 수많은 사건들을 접하며
살아가고 있다. 이 세상에 대해 혐오감을 느낄 만큼
범죄유형도 갈수록 험악해지고 끔찍해지고 있다.
이 땅에서 살고 있다는 것이 무서우리만큼...
그런데 이 대부분의 사건들이 재물 때문에 일어나고 있다.
재물을 '나'의 것으로 만들겠다는 탐욕이 불씨가 되어 어린아이를
납치하기도 하고, 불안으로 몰아넣은 성수대교 붕괴, 대구 도시가스
폭발사고 등의 대형사고도 남의 생명보다는 돈벌이를 더 중요시하는
평소의 생활 태도에서 비롯된 것이다.
이렇게 남의 생명을 경시하면서까지 추구하는 돈! 그 돈은 바로
지옥의 문을 여는 열쇠요, 그 돈을 위해 사는 사람은 이미
지옥의 문턱에 서 있는 것이나 다를 바가 없는 것이다.
가만히 주위를 돌아보라. 아무리 가까운 사이라도
돈 문제만 개입되면 인정사정을 두지 않는다.
내일 원수가 될지언정 안면을 몰수하고 돈을 받아내기에 바쁘다.
어려운 사정 때문에 눈덩이 같은 이자를 물고 돈을 빌렸다가
집과 재산을 날린 사람이 어찌 적다고 할 것인가?
은행 등 공공기관에서조차 정해놓은 날짜에서 하루만 지나도 절대로 봐주지
않고, 인정사정없이 빨간 딱지를 붙이면서 차압을 하고 집을 빼앗아버린다.
더욱이 이자받을 날만 되면 자리를 비웠다가 때가 되면
남의 집을 빼앗아버리는 사기꾼도 판을 치고 있다.
이 정도에 이르면 그는 마귀의 권속과 다를 바가 없는 것이다.
돈을 위해 인생을 허비하는 불쌍한 사람들...
일제시대, 경상북도 경산에는 김해생이라는 만석꾼이 살고 있었다.
말할 수 없이 노랭이었던 그는 어쩌다 밥상에 쌀밥이 올라오면
집안 식구 모두를 불러놓고 호통을 쳤다. "왜 보리밥을 안 해먹는 거야?
쌀밥만 해먹으면 집안 망한다. 집안 망해!"
거듭되는 꾸중에 식구들은 쌀밥을 지을 때 보리쌀 한 사발을 솥 밑에
앉혀 노인에게만 보리밥을 주고, 그들은 쌀밥을 먹었다. 결국 그 집안에서
보리밥을 먹고 살았던 사람은 누구였던가? 오직 김해생뿐이었다.
김해생은 전답 뿐만 아니라 돈도 굉장히 많았다.
그러나 돈을 움켜쥐고만 살 뿐 쓸 줄을 몰랐다.
그는 아내에게도 돈을 주는 법이 없었다.
아무리 졸라도 돈을 주지 않자,
아내는 장독대에 정안수를 떠놓고 빌기까지 하였다.
"우리 영감이 제발 돈 좀 주게 해주십시오.
돈 좀 주게 해주십시오."
그렇지만 이러한 기도도 김해생에게는 통하지 않았다. 뿐만 아니다.
김해생은 혼자 있으면서도 항상 무언가를 중얼거리며 다녔다.
이상하게 여긴 사람들이 자세히 들어보면 모두가 재산에 관한 것뿐이었다.
"저 건너 대추나무골 김생원한테 쌀 한 가마니를 빌려주었으니,
추수가 끝나면 한 가마니 반을 받을 것이다.
샘골 박노인에게는 소작료로 나락 열 섬을 받아야지."
날마다 김해생은 받을 것을 계산하며 재물의 노예가 되어 살았다.
이렇게 한평생을 살던 김해생에게 어느날 불시에 찾아온 것은 저승사자였다.
그렇지만, 바로 그 순간에도 김해생은 평생 모은 돈을 가지고 가야겠다고
생각했던지, 문갑 속에 넣어두었던 100원짜리 지폐 세 뭉치를 꺼내어
두 뭉치는 양손에 쥐고 한 뭉치는 입에 꽉 물고 죽었다.
일제시대에는 100원이 매우 큰 돈이었다.
보통 사람은 한평생 100원짜리 한번 만져보지 못하고 죽는 경우가 대부분
이었는데, 김해생은 3만원이라는 거금을 저승길로 가져가고자 했던 것이다.
아들들이 아버지의 돈을 빼내려 했지만
워낙 세게 쥐고 있어 뺄 수가 없자 시신을 향해 사정을 했다.
"아버지, 돈 주십시오. 돈을 주셔야 장사를 치르지요.
이제 그만 돈을 놓으세요."
그러나 죽은 노인은 쥔 돈을 놓을 줄 몰랐다. 그럭저럭 9일장을
끝내고 장지로 가야 할 시간이 되자 아들들은 결론을 내렸다.
'억지로라도 돈을 빼어야지, 돈까지 묻을 수는 없다.'
하지만 완전히 굳어진 손과 입은 꼼짝을 하지 않았다.
아무리 손을 펴고 입을 벌리려 해도 소용이 없었다.
할 수 없이 아들들은 펜치로 아버지의 손가락을
하나하나 부러뜨려 돈을 빼앗았고,
이빨을 모두 뽑은 다음 돈을 빼냈다고 한다.
이 얼마나 큰 비극인가? 돈에 대한 애착 때문에 자신의 몸은 고사하고,
자식들로 하여금 아버지의 시신을 상하게 한 죄를 짊어지고 살도록 한 것이다.
돈을 잘못 쓰면 이토록 처참해질 뿐이다. 만약 돈에 얽매여 인생을
허비하고 있는 사람이있다면 조용히 다시한번 생각해보라.
한 평생 돈을 모으기 위해 아둥바둥해 본들, 막상 죽음이
눈 앞에 왔을 때 나와 함께 하는 것은 무엇이란 말인가?
그토록 애지중지하던 돈인가? 명예인가? 권력인가? 사랑하던 사람인가?
아니다. 모두가 아니다. 오직 나의 업, 내가 지은 업만이 나와 함께 할 뿐이다.
기껏 살아야 백년도 못 사는 인생.
어찌 재물과 사람에 얽매여 허덕일 것인가?
오로지 우리는 주어진 환경에서 최선을 다하면서 살아야 한다.
그렇다면 주어진 환경은 무엇인가? 이 또한 '나의 업'이다.
그러므로 지금 바로 이 자리에서 과거에 맺은 업을 원만하게 풀고
좋은 인연을 새롭게 만든다는 마음으로 살아야 한다.
그리고 힘닿는 데까지 남을 도우면서 살아야 하고 수시로
마음자리를 갈고 닦아 영혼을 진화시켜야 한다.
죽은 다음 함께 갈 것 또한 이것뿐이기 때문이다.
옛날 큰 부자가 죽으면서 특이한 유언을 남겼다.
"내가 죽어 시신을 장지로 옮길 때,
반드시 두 손이 관 밖으로 나가도록 하여라."
유언에 따라 가족들이 상여를 메고 갈 때
두 손을 관 밖으로 내놓아 사람들이 잘 볼 수 있도록 하였다.
관 밖으로 내민 두 손. 이것은 무엇을 뜻하는 것인가?
"사람들아, 보아라. 나는 돈도 많고 집도 크고
식솔들도 많지만, 오늘 이때에 당하여 나 홀로 간다.
부귀영화가 얼마나 허망한 것이더냐?
빈손으로 왔다가 빈손으로 가는 인생. 평생 모은 재산도
한푼 가져갈 수 없음이니..."
이렇게 관 밖으로 두 손을 내놓도록 한 까닭은
인생은 올 때도 빈 손, 갈 때도 빈 손임을 깨우치기 위해서였다.
그리고 돈보다 더 소중한 무엇을 찾아 인간다운 삶을 살아가야
것을 무언으로 깨우지고자 했던 것이다.
돈보다 더 소중한 것! 그것은 道이다. 돌고 도는 돈이 아니라,
언제나 나와 함께 하는 道인 것이다. 도와 돈은 서로 반대편에 서 있다.
이 두 가지 중에서 돈은 돌고 돈다. 돌고 도는 돈이기에 돈에 집착하면
집착할수록 윤회의 수레바퀴는 더욱 세차게 돌아간다.
돈에 얽매이면 '나'의 고통과 윤회는 그칠 날이 없는 것이다.
그러나 돌지 않는 道, 변하지 않는 道, 항상 고요하여 동요되지 않는
道와 합치면 괴로움은 물론 윤회의 수레바퀴도 구르기를 멈추게 된다.
그렇다고 하여 무조건 돈을 적대시해서는 안된다.
왜냐하면 바로 그 돈 속에 道가 있기 때문이다.
道는 어느 곳에나 있다. 돈 속에도 있다. 돈 속에 道가 있으므로
道로써 돈을 쓰면 돈을 쓰는 자체가 온통 道로 바뀔 수 있는 것이다.
道로써 쓰는 돈. 부처님은 이렇게 돈을 쓰는 것을 보시라고 하셨다.
부처님께서 일러주신 여섯 가지 해탈법-보시, 지계, 인욕, 정진, 선정, 반야로
분류되는육바라밀 중에서 첫번째에 위치한 덕목은 바로 보시바라밀이다.
보시바라밀은 '보시로써 바라밀한다.'는 말이다.
보시로써 피안의 세계로 건너가는 지름길을 삼는다는 뜻이다.
그러므로 보시를 잘하면 능히 해탈대도를 이룰 수 있고,
진정한 평화와 행복을 누릴 수 있게 되는 것이다.
-일타스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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