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를 잊고 내가 없는 대무외정신
이렇게 인연을 따라 나타나서 제도하고 교화하는 덕행은 무아대비
無我大悲 속에서 참모습으로 나타난 보살의 원융한 성격입니다.
더욱 한 빨짝 나가서 말한다면, 자비가 충만하여 보살의 마음 속에는
자기 개인이 없고, 오직 중생이 존재할 뿐입니다.
중생에게 필요하다면 보살은 조금도 아낌없이 모두 내어 줍니다. 재물, 사업, 처자
를 막론하고, 심지어 육체와 정신, 생명도 조금의 원망함이 없이 베풀어 줍니다.
부처님의 전생 이야기를 담은 《본생경本生經》 속에 나오는 얘기를
들려드리겠습니다. 부처님이 보살로서 수행할 때 왕자로 태어났습니다.
어느 날 두 형과 같이 깊은 숲 속으로 놀러 나가서 뜻밖에
새끼 일곱 마리를 방금 낳은 어미 호랑이를 발견했습니다.
그 어미 호랑이는 체력을 너무 많이 소모한 탓으로 목숨이 위태로웠으며,
방금 태어난 새끼 호랑이들은 울어대며 지친 어미 젖을 빨고 있었습니다.
왕자가 이러한 장면을 보고 측은한 마음이 저절로 우러나,
몸을 던져 호랑이를 구하기로 결심했습니다. 그래서 두 형을 따돌리고
높은 곳에서 깊은 계곡으로 뛰어내려 호랑이가 삼키도록 했으나
어미 호랑이는 기운이 다하여 그 견고한 몸을 물어뜯을 수가 없었습니다.
이때 왕자는 뽀족하고 예리한 댓가지로 자기의 몸을 째어 피가
샘물처럼 솟아나게 했습니다. 그리고는 어미 호랑이 가까이 기어가
자기의 더운 피를 핥아 먹게 하여 어미와 새끼 호랑이를 살렸습니다.
자비는 왕자에게 죽음의 공포를 잊게 하고, 기꺼이 생명을 내놓게 했으니,
보살은 바로 무아의 정신을 이렇게 발휘한 것입니다.
또 부처님이 전생에 국왕으로 태어나 백성을 두텁게 사랑하여 전국 각지에
구제소를 설치하고 보시를 크게 베풀었으며, 심지어 살을 베어
독수리를 먹여 한 마리의 흰 비둘기를 구한 일도 있었습니다.
이러한 여러 가지 이야기는 보살에게 자비와 성품이 충만하여, 모든 중생을
불쌍히 여기고 중생의 모든 어리석은 죄업을 이해하고 덮어주며,
심지어 나를 잊고(忘我) 더 나아가 내가 없는(無我), 곧 죽음까지도
돌보지 않고, 중생을 위해서라면 일체 모든 것을 내버릴 수 있다는
대무외정신大無畏精神이 가득함을 우리에게 말해줍니다.
《법화경》에 "대자비의 힘으로 고뇌하는 중생을 건져주신다" 했습니다.
보살은 여러 겁의 수행을 거쳐 모든 번뇌를 끊고,
청정한 수행을 고르게 이루어 본래 열반에 들 수 있습니다.
그러나 중생을 불쌍히 여겨 열반에 들지 않을 뿐만 아니라,
생사를 끊지 않고 원願에 따라 육도六道에 태어나 감로법문甘露法門을
크게 열어 무상법륜無上法輪을 굴립니다. 심지어 삼악도에 떨어진
모든 중생을 구해내기 위하여 악도惡道에 태어나기를 발원합니다.
그러한 예로서, 지장보살은 지옥의 활활 타오르는 불길에 그슬리는 중생을 보고
"내가 지옥에 들어가지 않으면 누가 들어갈 것인가" 하고는 "단 한 명의
중생이라도 지옥에 있다면, 절대 성불하지 않겠다"는 서원을 세웠습니다.
이처럼 보살을 보살이라 하는 것은 바로 자비의 성격에서 비롯됩니다.
자비는 보살이 중생을 제도하고 교화하는 원동력이고, 대승불교의 기본정신입니다.
이러한 정신은 무아의 지혜 속에서 생겨납니다.
가령 우리가 잠깐만이라도 보살의 마음을 가질 수 있다면, 우리 사회는 틀림
없이 다툼이 줄어들 것이고, 너그럽고 부드러운 분위기가 가득 찰 것으로 믿습니다.
보통중생 보통부처
'卍 불교 교리 강좌' 카테고리의 다른 글
돼지꿈과 용꿈 (1) | 2023.12.28 |
---|---|
부지런히 보리심을 내게 하는 글 (1) | 2023.12.28 |
설산동자의 위법망구 (0) | 2023.12.17 |
엄한 아버지와 어진 어머니의 사랑 (0) | 2023.12.17 |
욕먹지 않으려면 (0) | 2023.12.15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