卍 스님 좋은 말씀 2443

기복과 수행

기복과 수행 우리는 지금 보통은 다 복(福)을 빕니다. 저 한테 와서 말씀한 분도 '공부를 어떻게 했으면 쓰겠습니까' 묻는 분들은 십분의 일도 못 되시고 십상 아홉쯤은 모두가 대부분 다 그와 같이 자기 운수나 그런 복을 말씀 하십니다. 그것은 할 수가 없습니다. 그것은 응당 그래야 할 것입니다. 어머니가 되고 아내가 되고 남편이 되고 해놓으면 응당 책임감, 좋은 아버지 좋은 엄마가 되기 위해서는 응당 복이 있어야 씁니다. ​ 복 없으면 사실은 그때그때 우리가 고(苦)가 더 많단 말입니다. 그런데 우리가 참선하는, 자기 본바탕을 구하는 문제와 복 받는 문제와 길이 다르다고 생각할 때는 참 그러면 딱합니다. 복은 복대로 또는 공부는 공부대로 그래 버리면 결국은 불법의 참다운 뜻이 없단말입니다. ​ 그러나 다..

받고 싶으면 주어야

받고 싶으면 주어야 이 세상은 나와 나 아닌 것으로 꾸며져 있다. 이 세상은 70억의 사람들이 살지만 서로가 서로를 모르면서 살아간다. 부부가 한 이불속에 발가벗고 살지만 서로를 알 수 없다. 부모 형제자매 친구 동창 동료 도반이라도 서로를 모르면서 함께 살아간다. 우리들은 같은 지구에 살면서 내가 나를 모르고 나와 함께하는 모든 것들을 소유하지만 모른다. 소유하지만 존재 가치를 모른다 모르는 의미와 가치를 일깨워 주는 것이 부처님의 가르침이다. 진진혼인 찰찰원융이다. ​ 일심법계, 이 몸 그대로가 부처의 몸이고 부처의 마음이다. 새벽에 종을 치면서 예경 하는 나라는 우리나라 밖에 없다. 다른 나라에서는 종을 치면서 예경 하는 나라는 없다. 진진혼인 찰찰원융, 개체개체가 서로 다르면서 하나가 된다. 수억..

빛과 거울

◎ 빛과 거울. ◎ 오후의 입선(入禪)시간, 선실(禪室)에서 졸다가 대숲에 푸실푸실 싸락눈 내리는 소리를 듣고 혼침(昏沈)에서 깨어났다. 점심공양 뒤 등 너머에서 땔나무를 한짐 지고 왔더니 고단했던 모양이다. 입춘이 지나간 지 언제인데 아직도 바람 끝은 차고 산골에는 이따금 눈발이 흩날린다. 아까 산길에서 비전(碑殿)에 사시는 성공(性空) 스님을 만났다. 80 이 가까운 노스님이 지게에 한짐 가득 땔감을 지고 가시는 걸 보고, 한결같이 부지런하고 온유한 수행자의 모습에 숙연해졌다. 요즘은 밥짓는 공양주가 한 사람 들어와 다행이지만, 얼마 전까지만 해도 노스님들 두 분이 손수 끓여 자시면서 지냈다. 정진 시간이 되면 거르지 않고 염불 소리가 뒤골에까지 메아리친다. 비전은 염불당(念佛堂)이기 때문이다. 성공..

꿈속의 세계

꿈속의 세계 거울의 크기가 자꾸 작아져서 나중에는 육안으로도 볼 수 없는 원자만한 작은 거울을 가지고 비춰 본다 하더라도 역시 서울은 서울 실체의 크기로 나타납니다. 작은 것이 큰 것으로 보인다는 이것은 우리의 눈이 일으키는 착각이 아니고 무엇이겠습니까? 왜 그렇게 보이느냐 하면, 거기에 이유는 없습니다. 그렇게 보이는 것뿐이며, 무슨 이유가 있어서 그런 것은 아닙니다. 그러니 이것이 신기한 노릇입니다. ​ 말하자면 우리의 마음이 작은 것을 크게 보는 것이라고 할 수밖에 없습니다. 거울의 크기가 아주 줄어들어서 산소나 수소 원자 정도로 작아지고, 나중에는 작은 것까지도 없어진 그때는 바로 우리의 마음밖에 남지않습니다. 거울은 뒷면에 수은을 발라서 비치도록 되어 있지만, 이 마음은 허공도 진공도 물질도 아..

육체가 뭐 그리 중요한가

육체가 뭐 그리 중요한가 사람은 단 한 순간을 살아도 인간답게 살아야 합니다. 그러자면 정신이 중요합니다. 나고 죽는 것은 옷을 갈아입는 것과 같아서 육체는 몇 천 번을 바꿔 태어나도 정신은 영원합니다. ‘아침에 도를 들으면 저녁에 죽어도 좋다’고 하지 않습니까? 바른 이치는 마음 상태에 있는데, ​ 육체가 뭐가 그렇게 중요한가요? 삶이 괴롭다고 해서 극약을 먹고 자살을 하는 사람들이 있는데 그러면 모든 것이 끝날 것 같습니까? 아닙니다. 그렇게 하면 고통을 영원히 벗어나지 못합니다. 오히려 악한 마음이 뭉쳐 나쁜 귀신이 되기 때문에 영원한 재앙이 될 뿐이지요. 바른 이치를 깨닫는 것만이 영원히 사는 길입니다. 바른 이치는 행하기 어렵지 않습니다. ​ 바른 이치대로 살면 세상 일을 가지고 시비할 게 하나..

기도는 거듭되어야 한다

기도는 거듭되어야 한다 - 일타 스님 ​ 나는 젊은 시절 수도 생활의 장애를 극복하고 힘을 얻기 위해 세 번의 기도를 했습니다. 그 첫번째는 6·25 전쟁이 일어나 피난길에 올랐던 22세 때의 일입니다. 20대 초반 통도사 강원을 졸업한 나는대학에 진학해야겠다는 결심을 했습니다. 그때만 해도 한 면(面)에 대학생이 한 명 있을까 말까 하던 시절이었고 우리나라에 대학교도 몇 개 되지 않을 때였습니다. 내가 당시에 그토록 대학을 가야겠다고 생각한 것은 출세나 명예욕 때문이 아니었습니다. '그동안 한문 공부를 하여 어느 정도 문리(文理)가 터졌으니 이제부터 현대학문을 배우자. 그래서 순전히 한문으로만 이루어진 불교경전을 현대적으로 풀이하고 해석한다면 이 얼마나 좋은 일이랴.' 이렇게 생각한 나는 서울 동국대학..

일기일회

일기일회(一期一會) 한번뿐이다. ​ 차 한잔을 같이 마실 수 있는 기회는 일생에 딱 한번뿐이다. 두 번 먹는다 하여도 시간과 분위기 차 물의 맛과 향기 찻잔이 다르다. 흘러가는 물에 다시는 발을 씻을 수가 없다는 말이다. ​ 한 번은 다시 오지 않는다 는 가르침이다. 천년만년을 산다 해도 오늘의 이 기회와 인연은 다시 오지 않는다. 그래서 오늘 주어진 일에 정성을 다하라는 가르침. 깨우침의 말씀이다. ​ 1. 만나는 사람에게 정성을 다 하여야 한다. 존중하고 인정하여 주고 칭찬하여 주고 반겨주고 따사롭게 맞아주는 일이다. 아이와 어른, 친구와 선배, 스승과제자, 상대에 따라 다르게 만나고 보내야한다. 다르게 상대하드라도 그 목적은 하나같이 "소통과 화평"이다 ​ 2.. 주어진 일에 정성을 다하여야 한다...

인연 그리고 인과

인연 그리고 인과 묘허 스님 입을 지키고 마음을 거두어 몸으로 범하지 말라. 이와 같이 행하는 자라야 능히 도를 얻느니라 한 생각 일어난 마음이 선악의 원인이 된다. 선한 생각하면 선이 되고 악한 생각하면 악이 된다. 일어난 생각이 없다면 선도 없고 악도 없고 죄도 없다. 일어난 생각을 마음으로 결정 지은 것이 作意다. 결정 지은 것을 몸으로 옮긴 것이 行이다. 하고 있는 일 중 業 아닌 것은 하나도 없다. 몸과 입과 마음으로 악업을 짓지 말며 세간의 모든 중생 괴롭히지 말라. 바로 현전에 욕심과 色이 空한 줄 생각하면 무익한 고통을 마땅히 멀리 여의게 되리라.

돈 잘못 쓰면 지옥문

돈 잘못 쓰면 지옥문 빈 손으로 왔다가 빈 손으로 가나니 세상의 모든 일 뜬구름과 같구나 무덤을 만들고 사람들이 흩어진 후 적적한 산 속에 달은 황혼이어라 돈 속에 도가 있다 편안히 분수대로 만족할 줄 알라 욕심이 적으면 즐거워지고 만족할 줄 알면 그것이 부귀이니 청빈 속에서 편히 머물지니라 ​ 누구든 잘 먹고, 잘 입고, 잘 살기 위해서는 재물이 있어야 한다. 돈이 있어야 마음에 드는 것을 사고 즐기면서 살 수 있는 것이다. 그러나 재물에 대한 욕심이 나의 행복한 앞길을 가로막아 버리는 경우는 예상외로 많다 곧 돈의 맛을 알고 탐욕에 사로잡히다 보면 ' 돈'의 노예가 되고, 돈이라면 물불조차 가리지 못하게 되고 마는 것이다. ​ 오늘날 우리는 신문,TV 등을 통하여 매일매일 수많은 사건들을 접하며 살아..

경전을 읽되 한 단어에도 집착해서는 안된다

경전을 읽되 한 단어에도 집착해서는 안된다 숭산 스님 선 수행은 머릿속으로만 이해하는 개념적인 것에 의존하지 않는다. 책을 얼마나 많이 읽었느냐, 학위를 얼마나 많이 가졌느냐에 의존하지도 않는다. 선 수행은 지식이나 명석함과는 다르다. 선 수행은 직접적으로 우리 마음을 들여다보고 우리의 본성품을 깨닫는 것이다. 선이 말이나 단어에 의존하지 않는다고 하니 때로는 ‘반지성적’(anti-intellectual)이라고 꼬집는 이도 있다. 그러나 이는 잘못된 생각이다. 선이 ‘문자를 세우지 않는다’(不立文字)고 해서 말이나 단어를 아예 사용하지 말라는 것은 아니다. 말과 단어 이전에 먼저 ‘마음 공부’부터 해야 한다는 것이다. 중요한 것은 말과 단어를 어떻게 우리의 수행에 도움이 될 수 있도록 쓰느냐 하는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