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의 인연 아름드리
우리는 언젠가를 추억할 때 온몸으로 그것을 기억합니다.
그날의 냄새와 피부에 닿는 공기, 눈을 돌릴 때마다 내 시야에 담기는 풍경,
그 다채로운 색감과 표정들. 몸에 힘을 빼고 느긋해도 좋을 시간은
언제 떠올려도 참 좋은 추억으로 남게 되죠.
몇 년 전, 남쪽으로 떠났던 행복지기의 짧은 여행은
좋은 사람들을 만나기 위해서였습니다.
내면의 따듯함과 다정한 말로 사람을 대하는 그들과
꼭 닮은 방향으로 제 마음은 신나게 달렸습니다.
버스 창밖으로 보이는 산은 점점 낮아졌고,
이미 한여름을 맞은 듯 후끈한 날씨였습니다.
그들은 귀촌을 하기 위해 산청으로 내려왔고 우리는 작은 나무와 꽃이 심긴 작은
마당에서 소박한 만남을 기뻐하며 하늘에 가득했던 별을 한참 올려다보았습니다.
다음 날, 조금은 익숙해진 마당 풍경에 길고양이 두 마리의 귀여움이 더해졌습니다.
작은 생명을 챙기는 그들의 모습은 참 아름다웠습니다.
그날 우리는 산청 이곳저곳을 드라이브하며 목적지로 향했는데요.
작은 산과 숲을 끼고 사이를 달리다 보니, 목적지는 다름 아닌
귀여운 중년부부가 지은이인 동화책 안인 것만 같았습니다.
양손을 다 뻗어도 모자란 아름드리나무와 이제 막 심긴
작은 나무를 구경하며 오르는 길은 정상만이 전부는 아니었습니다.
모래 같은 체력으로 오르막길을 힘겹게 오르면 펼쳐지는
아름다운 초원은 어떤 것에도 견줄 수 없는 자연의 축복처럼 느껴졌답니다.
이처럼 다채로운 연두색과 초록색은 살아있기에 찬란한 풍경이었습니다.
그 틈 사이에 피어난 들꽃은 자세를 낮추면 시선을 맞출 수 있는
행복이기도 했지요. 그러나 산행이 행복할 수 있었던 것은 제일
뒤쳐진 저를 기다려주고 함께 발맞추어 주었던 두 사람 덕분이었습니다.
새로운 나무를 심는 것도 중요하지만,
지키는 것도 중요한 일이라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창문 너머로 보이는 나무, 인도에 쭉 늘어선 나무, 조금만 움직이면
숲이 있고, 산의 능선이 그림처럼 아름답게 이어진 우리나라는 국토의
63.2프로는 산림이라고 합니다. 축복이 아닐 수 없지요.
그러나 미래의 푸름은 당연한 게 주어지는 것이 아닙니다.
우리는 숲을 지켜야 하고 보존해야 할 의무가 있는 것이지요.
사람의 인연도 그러할 텐데 일상을 잘 살아내는 것이 쉽지 않은 시간을 보내며,
산청에서 함양으로 터를 옮긴 귀여운 부부의 소식을 듣게 되었습니다.
그들처럼 좋은 사람들과 함께 작은 독립책방을
준비한다는 얘기는 참 반가운 소식이었습니다.
숲의 마음으로 사람들을 폭 안아들고 따듯한 책들이
가득한 곳을 지키고 있을 그 풍경에 미소가 슬며시 지어졌습니다.
마치, 숲에 깃들어 사는 온갖 생명체들의 작은 음악회처럼
그 작은 책방에서도 숲 냄새가 폴폴 났으며 좋겠습니다.
여러분의 숲에는 어떤 사람과 추억이 머무르고 있는지 사뭇 궁금해지기도
하는데요. 우리가 지켜야 할 것은 멀리 있지 않습니다. 행복지기는
두 손 모아 기도하기를, 여러분의 평화로운 숲이 잘 지켜지기를 소망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