卍 불교 교리 강좌

업은 아이 3년 찾는다

갓바위 2023. 7. 22. 08:40

업은 아이 3년 찾는다

"업은 아이 3년 찾는다."

"가까운 데 있는 것을 모르고 먼 데 가서 여기저기 찾아다닌다."는 뜻이다.

《화엄경》의 가르침을 요약한 의상대사 《법성게》에서,

'구래부동명위불(舊來不動名爲佛)'이라는 마지막 구절에 담긴 의미가 바로

이와 같다. 4×4조의 가사체로 "옛적부터 부동하여 그 이름이 부처였네."라고

번역된다. 누가 부처였냐 하면, 바로 내가 옛적부터 부처였다는 것이다.

《법성게》는 《화엄일승법계도》라는

이름의 미로 모양의 도형에 실린 7언 30구 210자의 게송이다.

마치 도장과 같은 모습이기에 법계도인(法界圖印)이라고 부르기도 한다.

 

저자인 의상 스님과 후대의 주석가들은 30구의 게송을 미로 모양으로

배열한 법계도인의 기하각에 대해 다양한 종교적 의미를 부여하였다.

법계도인에는 54각의 굴곡이 있는데, 이는 《화엄경》 〈입법계품〉에서

선재동자가 만난 54명의 선지식을 나타낸다. ···

 

법계도인의 글자들을 하나의 길(一道)에 배열한 이유는 여래께서

일음(一音)으로 설법하신다는 점을 나타내기 위한 것이다.···

《법성계》의 첫 구절 '법성원융무이상(法性圓融無二相)'의 첫 글자인

'법(法)'자는 법계도인의 중앙에서 시작한다.

 

이어서 '제법부동본래적, 무명무상절일체···' 로 구불구불하게 이어지다가,

중앙으로 회귀하면서 마지막 구절인 '구래부동명위불'의 끝글자인 '불(佛)'자가

첫 글자인 '법'자 바로 밑에서 끝난다. 시직과 끝이 만나는 것이다.

 

《법성게》의 주석서에는, 출발점과 종착점이 만나는 법계도인의 이런 베치에

대해 "마치 어떤 사람이 침상에서 잠든 것과 같아서 꿈속에서 30여 곳의

역(驛)을 돌다가 깨어난 후에 바야흐로 부동하게 침상에 누워있음을

아는 것과 같다"라거나 "가도 가도 본래 그자리이고,

 

도달하고 도달해도 출발점이네."라고 풀이한다. 부처가 되기 위해서

보살도의 길을 떠났는데, 종점인 추처의 자리에 도착해 보니,

처음에 출발했던 그곳이었다. 초발심의 자리가 그대로 성불의 자리였던 것이다.

"업은 아이 3년 찾는다."는 속담에서, 어리석은 여인이 3년을 헤매면서

자기 아이를 찾는 일은 3아승기 100겁의 보살도를 닦아서 성불하고자 하는

대승의 가르침에 대비되고, 여인이 불현듯 고개를 돌려서 아이가

원래부터 자기 등에 업혀 있었음을 아는 것은 누구나 원래 부처였음을

자각하는 일불승(一佛乘), 즉 일승(一乘)의 가르침에 대비된다.

 

우리는 누구나 두 세계에서 살아간다.

하나는 남과 공유하는 객관의 세계이고, 다른 하나는 나 홀로 존재하는

주관의 세계다. 객관의 세계에는 나도 있고 남도 있으며,

나는 광활한 우주 속에서 먼지 한 톨에 불과한 미천한 존재일 뿐이다.

 

그러나 생각을 거두어 주관적 시점에서 세계를 바라보면 살아있는

존재는 오직 나 하나뿐이고, 우주 전체를 내 마음에 담을 수 있다.

주관의 세계에서는 내가 주인공이고 내가 절대자이며 내가 세상의 구심점이다.

 

그래서 《화엄경》에서는 "마음과 부처와 중생, 이 세가지는 차이가 없다.

(心佛及衆生 是三無差別)."고 가르치는 것이다.

업은 아이 3년 찾다가 고개를 돌려보고서 자기 등에 원래 아이가

업혀 있었음을 알게 되듯이., 객관적 시점을 거두고 주관적 시점을 회복할 때

우리는 누구나 내가 세상의 중심이었다고 알게 된다. 화엄의 일승을 자각한다.

속담 속에 담은 불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