卍 불교 교리 강좌

전쟁터의 코끼리,불교 사원의 코끼리

갓바위 2023. 7. 27. 08:50

 

전쟁터의 코끼리, 불교 사원의 코끼리

 

옛날 인도의 한 왕이 흰 코끼리를 가지고 있었다.

이 흰 코끼리는 성질이 사나워서 전쟁 때는 크게 도움이 되었다.

평상시에는 또 죄인을 밟아 죽이는 사형집행관의 역할을 하기도 했다.

​어느 날 코끼리 우리가 불에 타버렸다.

그래서 불교 사원 옆에 새 우리를 지어주었다.

​절에서는 많은 스님들이 아침저녁으로 경을 읽고 있었는데,

그 경문에 다음과 같은 구절이 있었다.

'착한 일을 하면 천국에서 태어난다.

나쁜 일을 하면 지옥에 떨어진다.'

​그 뒤 얼마 지나지 않아 사람들은

코끼리에게 문제가 생겼다는 것을 알게 되었다.

코끼리가 아침저녁으로 이 경문을 듣는 사이에

어느덧 착한 성격으로 바뀌었던 것이다.

​그리하여 코끼리 우리에 죄인을 집어넣어도 죽이지 않게 되었다.

그것은 여간 큰 문제가 아니었다.

죄인을 죽이는 일은 코끼리가 아니어도 사람들이 대신할 수 있었다.

그러나 전쟁때에도 코끼리가 적군을 죽이지 않게 되면 정말 큰일이었다.

​이리하여 왕이 가신들을 모아 놓고 대책을 강구하기로 했다.

이 때 한 가신이 코끼리 우리를 옮겨 보면 어떻겠느냐는 의견을 내놓았다.

​이 제안을 따라 코끼리 우리를 도살장 옆에 새로 지었다.

도살장에서는 매일같이 수많은 짐슴이 죽어나갔다.

그것을 보는 동안에 코끼리는 차츰 예전의 잔인함을 되찾게 되었다.

​이것이 훈습이다.

〈나의 선어 99 〉홍사중 지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