너는 어디서 왔으며 무엇을 찾느냐?
너는 어디서 왔으며 무엇을 찾느냐?
이 이야기는 혜능이 유명해지자 입에서 입으로 게속 전해졌다.
그 과정에서 여러 가지 꾸며낸 이야기들도 생겨났는데, 그 가운데 이런 것도 있다.
어느 마을에 무꾸리 할멈이 있었다.
할멈은 지나가는 선승으로부터 혜능에 관한 이야기를 듣고 난
다음부터 기도를 할 때 주문으로 '응무소주이생기김'을 읊기 시작했다.
그러나 워낙 배운 것이 없었던 할멈은 제대로 그 구절을 외우지 못해
'대맥소맥2승5함大麥小麥二升五合'이라고 읊었다.
그래도 이 할멈의 기도가 효험이 있다는 소문이 퍼져서 장사가 번창했다.
한 해가 지나서 그 선승이 다시 그 마을에 들르게 되었을 때,
그는 할멈이 외우는 기도문을 듣고 깜짝 놀랐다.
그리고는 '대맥소맥2승5합이 아니라
응무소주이생기심입니다"라고 다시 가르쳐주었다.
그러나 워낙 몸에 밴 습성이라 좀처럼 고쳐지지 않았다.
노력 끝에 간신히 비슷하게나마 주문을 읊게 되었지만
혹시 틀리지나 않을까 신경이 쓰여 전처럼 신명이 나지 않았다.
그 뒤부터는 할멈의 기도가 효엄을 잃게 되었다는 것이다.
한편, 스승을 찾아 고향을 떠나기로 결심한 혜능은 뒤에
홀로 남게 될 노모가 걱정되어 실행에 옮기지 못하고 있었다.
그런데 다행히도 그를 대신해서 어머니를 돌봐주겠다는 사람이 나타났다.
그리하여 몇백 리나 떨어져 있는 황매산으로 흥인대사를 찾아갔다.
흥인이 그에게 물었다.
"너는 어디서 왔으며 무엇을 찾고 있느냐?"
"저는 영남嶺南 신주新州에서 왔습니다.
멀리 이 곳으로 선생님을 찾아온 것은 부처가 되고 싶어서입니다."
"영남의 들원숭이가 어떻게 부처가 될 수 있겠느냐?"
"인간에게는 북쪽 문화인과 남쪽 야만인의 구별이 있겠지만,
불성佛性에는 남북의 차별이 없습니다."
홍인은 이 말을 듣고 혜능의 뛰어난 자질을 알아챘지만 말로는
"이 원숭이 놈아. 그 이상은 말하지 말아라"라고 이른 다음에
방앗간에서 벼를 찧는 일이나 하라고 시켰다.
이렇게 허드렛일을 시킨 이유가 글 을 쓸 줄도 읽을 줄도 모르는 그를
다른 수행승들과 같이 있게되면 구박만 받는 천덕꾸러기
신세가 되지나 않을까 걱정했기 때문이었는지,
아니면 그만한 자질이 없는 수행승들과 함께 수행하도록 하는 것은
그에게 전혀 도움이 되지 않을 것이라고 생각했기 때문이었는지는 모른다.
다만 그를 업신여겨서 그런 것은 분명 아니었을 것이다.
이리하여 혜능은 8개월 동안 뼈 찧는 일만 하게 되었다.
그러나 혜능은 체구가 작고 체중도 가벼워서
허리에 돌을 두르고 벼를 찧었다고 한다.
한편, 글을 쓸 줄 모르는 혜능은 다른 사람의 도움을
받아가며 다음과 같은 게偈를 써서 신수의 게 옆에 붙여 놓았다.
보리본무수菩提本無樹
명경역비대明鏡亦非臺
본래무일물本來無一物
하처야진애何處惹塵埃
보리라는 나무는 없다.
명경이라는 마음도 없다.
본래 아무것도 없다.
진애가 낄 여지가 없으니 새삼 닦을 필요도 없지 않는가.
나의 선어 99 홍사중