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랑밭 ~ 행복한가

여행지에서 만난 따뜻한 기록

갓바위 2023. 8. 8. 09:30

 

여행지에서 만난 따뜻한 기록

 

우연히, 아주 우연히 여행지에서 만난 어느 친구의

수첩을 보게 되면서 나는 한참 동안 따뜻했다.

 

캐나다 기차에서 만난 앙투완.

그의 수첩 속 달력 칸칸에는 베토벤, 존 레넌, 고흐, 아인슈타인…

이런 이름들이 적혀 있었다.

 

태어난 건, 우연의 힘에 의해 태어나는 것이므로 기억될 가치가 적지만,

한 사람이 세상을 살았고 그렇게 떠나는 것은

인류에게 더없이 기억되어야 할 가치가 충분하므로

일일이 그 날짜를 기록하고, 기억하는 것이라고 너는 말했다.

 

따뜻한 건, 유난스러운 것이 아니라 바로 그런 거라 생각한다.

우리가 오늘을 살면서 하루하루의 가치가 형편없다고 생각되는 건

아직, 끝나지 않았기 때문이다.

 

-이병률 산문집 <끌림> 중에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