卍 불교 교리 강좌

무일물 가운데 무진장 있도다

갓바위 2023. 9. 8. 08:40

무일물 가운데 무진장 있도다

쥐꼬리만한 자아니 아집이니 하는 모든 잡스러운 것을 털어버려

완전히 마음을 비우고 나면 모든 것이 무진장 내 것이 된다.

그러면 꽃이 있고 명월이 있고 호화로은 저택이 있다.

곧, 내 마음의 재산이 무진장 많아지는 것이다.

소동파의 시에 이런 구절이 있다.

무일물중무진장 無一物中無盡藏

유화유월유누대 有花有月有樓臺

무일물 가운데 무진장 있도다.

꽃이 있고, 달이 있고, 누대가 그 속에 있구나.

온갖 망상과 잡념과 집념과 번뇌를 털어버리고 마음을 완전히 비워

무일물이 되면, 그 속에 꽃도 달도 누대도 모두 비춰진다는 것이다.

무일물이란 빈털터리가 되는 것이 아니다.

 

마음이 한없는 풍요로 가득 차게 되는 것이다.

이런 마음은 흔히 명경明鏡으로 비유된다.

거울은 달이 뜨면 달을 그대로 비춰주고 , 꽃이 있으면

꽃을 그대로 비춰주며, 누대가 있으면 누대를 그대로 비워준다.

 

그렇다고 꽃을 특히 좋아하는 것도 아니고 달을 좋아하는 것도 아니다.

그러니가 미련도 없다. 달이 한번 비췄다가 사라지면 곧바로 달을 지워버린다.

이렇게 어느 것에도 마음을 남기지 않은 채로

모든 것을 나타나는 그대로 비춰준다, 무진장이라는 것이다.

 

또한 거울처럼 마음이 맑으면 그 어느 것에도

집착하는 일이 없이 모든 것을 있는 그대로 올바르게 볼 수가 있다.

청풍명월이라고도 하고, 명월청풍이라고도 한다.

 

청풍은 선선한 산들바람을 말하고,

명월은 맑고 밝은 둥근 달로서 흔히 추석날 밤에 뜨는 달을 말한다.

선에서 말하는 청풍명월은 구름 한 점 없이

맑은 가을 하늘처럼 순진하고 청명한 심경을 말한다.

 

이런 심경이 되려면 일체의 번죄와 망상을 떨친 무아, 무심이 되어야 한다.

그렇기 때문에 선에서 명월청풍은 불심佛心과 불성佛性을 상징하는 것으로

여긴다. '명월청품무진장明月淸風無盡藏'이라는 선어는 부처의 마음이

삼라만상을 감쌀 만큼 한없이 넓고 깊음을 표현한 것이다.

 

선어에서 달은 소나무 이상으로 자주 나온다. 그것은 달이

불변의 진실과 유현한 깨달음을 나타내고 있다고 보기 때문이다.

'만리무운고월원萬里無雲孤月圓'라는 선어가 있다.

 

하늘에 구름 한점 없을 때 둥근 달이 보인다는 뜻이다.

여기서 달은 진리, 구름은 번뇌를 일컫는다.

나의 선어99 홍사중