卍 불교 교리 강좌

부끄러워하는 마음

갓바위 2023. 9. 8. 08:47

 

부끄러워하는 마음

불교에서 말하는 부끄러움의 힘은 굉장히 큽니다.

그 부끄러움이란 바로 자신의 좋지 않은 행위와

마음 씀씀이를 부끄럽게 느끼며 참회하고 고칠 부분을 아는 것입니다.

 

부처님이 《유교경》에 "부끄러음으로 옷을 삼으면 위없는 장엄이다"라고 말씀

하셨는데 비록 잘못을 저질렀어도 부끄러운 것을 알고 부끄러움의 옷을 입고, 지나

간 잘못을 꾸준히 제거해나간다면 견줄 수 없는 장엄을 나타낼 수 있습니다.

 

옛사람들이 "사람들 모두 성현이 아니기에 누구나 허물이 없을 수 없다.

허물을 알고 고칠 수 있으면 그보다 좋은 것이 없다"고 자주 말하는 것은

바로 허물을 알고 고치는 태도의 고귀함을 강조한 것입니다.

 

그리스 왕 밀란다Milinda와 학승 나가세나Nagasena 비구 사이에 오고간

대화를 엮은 《미란타왕문경彌蘭陀王問經》에 부끄러움에 대한 말을

나눈 내용이 실려 있습니다. 왕이 나가세나 비구에게 물었습니다.

 

"이미 아라한과를 얻은 재가 거사가 깨닫지 못한 출가 비구에게

절을 해야 됩니까?" 나가세나 비구가 대답했습니다.

"마땅히 해야 합니다." 밀린다 왕이 이상히 생각하여

왜 그런가를 또 물으니 나가세나 비구가 곧바로 대답했습니다.

 

"그가 비록 아직 깨닫지 못한 비구이지만, 그는 부끄러워하는

마음이 있기 때문입니다. 부끄러워하는 마음은 그가 열심히

수행토록 자극하며, 함부로 놀지 못하게 합니다."

 

평상시 여러분이 재가 신도가 고기나 생선을 먹는 것을 보았어도 괜찮다고

여기고 어떤 사람은 심지어 당연하다 생각하여 즐거이 먹습니다.

그러나 한 출가인이 만약 고기나 생선이 먹고 싶다면 틀림없이 버젓하게

먹지 못하고 몰래 숨어서 먹을 것이며 내심 부끄러움을 느낄 것입니다.

 

재가인은 내놓고 술을 마시고 심지어 술 내기도 하면서 큰소리로

"다시 한 번 건배!" 하기도 하지만, 한 출가인이 만약 살짝 술을

마신다면 절대로 내놓고 "건배!" 하지는 못할 것입니다.

 

왜냐하면 그에게는 부끄러워하는 마음이 있기 때문입니다.

이 뿌끄러워하는 마음은 마치 배를 움직여 앞으로 나아가도록 뒤에서 밀어주는

바닷물과 같아서, 더욱 높게 나아갈 수 있는 불도의 근본 힘이 됩니다.

 

나가세나 비구가 계속해서 밀란다 왕에게 말했습니다.

"증과證果가 없는 비구라도 가사를 걸칠 수 있고, 제자를 위하여 머리를

깍아줄 수 있으며, 계를 전하여 불법을 오래 퍼지도록 할 수 있으나, 재가

제자가 설사 초과初果를 등득했다 해도 이러한 힘을 갖출 수 없습니다.

 

위의 얘기를 통해 여러분께 말하고자 하는 뜻은 한 가지

계를 범한 출가인을 지나치게 경시하지 말라는 것입니다.

부끄러운 마음을 내어 참회를 하면 앞으로 잘못을 게거할 수 있는

것으로 하얀 천 위의 한 방울의 더러움은 물로써 깨끗하게

씻어 낼 수 있는 것과 같은 이치입니다.

 

여러분은 하얀 천 위의 작은 얼룩을 보고 팔짝 뛰며 놀라며 아픈 데를

찌르지 마십시오. 집에서 쓰는 더러운 걸레와 비교한다면 이 작고 작은 얼룩은

대단한 것이 아닙니다. 옛사람이 "군자의 잘못은 하늘을 보면 누구나 알 수 있는

월식과 같아, 사람들 모두가 알고 있다'고 한 것도 바로 이런 까닭에서입니다.

 

하얀 천은 아주 깨끗하고 희므로 조금이라도 깨끗하지 못한 것이 있으면 사람들

의 눈에 쉽게 띄기 때문입니다. 더러워 조금의 깨끗함도 찾을 수 없는 걸레와

비교한다면 그 본래의 청정한 면목을 찾을 수 있는 기회가 더욱 많은 것입니다.

 

인광(印光, 1862~1940) 대사는 자신을 항상 부끄러워하는 중이라 하였습니다.

우리는 자주 부끄러운 마음을 내어야 합니다.

불법을 융성하게 발전시키지 못했고 중생을 제도하지 못한 것을

생각하면서 게으름 피우지 않고 더욱 열심히 노력해야 합니다.

 

덕업德業이 아직 맑지 못하니 마음은 더욱 비우고,

머리를 더욱 낮게 수그릴수록 당신의 인격은 더욱 숭고해집니다.

불자의 몸으로 부끄러운 마음을 내지 않는다면 불교를 어떠한

방법으로 널리 펼칠 수 있겠습니까? 부끄러워하는 마음은 나라를 구하고,

백성을 구하며, 불교를 구하는 원동력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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