황씨부인 이야기
✨️ 황 씨 부 인✨️
옛날에 13살 어린 신랑이 장가를 가서 신부집에서 첫날밤을 맞이하게 되었다.
다섯살 위 신부가 따라주는 합환주를 마시고 어린 신랑은 촛불을 껐다.
신부의 쪽두리를 벗기고 옷고름을 풀어 주어야 할 신랑은
돌아 앉아 우두커니 창문만 바라보고 있었다.
음력 보름 달빛이 교교히 하얗게 물들인 고요한 야삼경에
신부의 침 삼키는 소리가 적막을 깨트렸다.
바로 그때 창밖에서 서걱 서걱 스산한 소리가 나더니
달빛 먹음은 창가에 칼 그림자가 스치고 지나갔다.
어린 새신랑은 온몸에 소름이돋고 얼굴이 새파랐게 질렸다
할머니에게 들었던 옛날 이야기가 생각이났다.
첫날 밤에 나이든 신부의 간부인 중놈이 다락위에 숨어 있다가
뛰어나와 어린신랑을 칼로 죽여서 뒷간에 빠뜨렸다는 이야기.....
어린 신랑은 신부에게 외첬다
"시.. 시... 신부는 빠.. 빠... 빨리 부... 부.. 불을 켜시요."
신부가 놀라 환급히 불을켜자 어린 신랑은 사시나무 떨드시 와들와들 떨고있었다
신부 집은 온집안이 왈칵 뒤집히고 시끌 벅적 난리가났으며.
어린 새신랑은 자기가 데리고온 하인 억쇠를 불렀고
행랑간 방에서 신부집 청지기와 함께 자던 억쇠가 달려왔다.
어느덧 동이트자 어린 새신랑은 억쇠가 고삐잡은
당나귀를 타고 단걸음에 수 십리가 넘는 자기 집으로 가버렸다.
그후 새신랑은 두번 다시 신부집에 발을 들여놓지 않았고.
어느덧 춘 하 추 동이 수무번이나 지나 세월은 속절없이 흘렀다.
그때그 어렸던 새신랑은 자라서 과거에 급제하고 새 장가를 가서
아들 딸과 손자까지 두고 옛일은 모두 까마득히 잊고 살았다.
어느 가을 날 친구의 초청을 받아서 그집에서 푸짐한 주안상을 받았다.
두사람은 주거니 받거니 시를 읊으며 흥에 빠젔다.
그날도 보름달이 휘엉청 밝아 창호가 하얗게 달빛에 젖었는데 ~~
그때 서걱 서걱 20년 전 신방에서 들었던 그소리...
그리고 창호지에 어른거리던 칼 그림자.....
들고있던 술잔을 떨어 뜨리고 "저 소리. 저 그림자" 하며 벌 벌 떨었다.
친구가 껄 껄 웃으며 "야 이사람아!, 저 소리는 바람에 스치는
대나뭇 잎 소리고 저 그림자는 대나무 잎 그림자일세."
선비는 순간 몸과 마음이 얼어붙었다.
'세상에!.. 이럴 수가.....' '맞아! 바로 저 소리 저 그림자였어,
그때도 신방 옆에 대나무가 있었지!' 그는 정신없이 뛰처 나와
하인을 앞세우고 나귀를타고 야삼경 에야 20년전 처가집에 도달하였다.
그때 그 곱던 새신부는? ~~ 뒤뜰 별당채에서 야 삼경이 넘있는데도
잠 못이루고 희미한 호롱불을 밝히고 물래를 돌리고 있었다.
그는 문을열고 부인 하고는 목이메여 말을 하지 못하였다.
새신부는 물래만 돌리며 "세월이 많이도 흘렀습니다."
그는 땅을치며 회한의 눈물을 흘렸지만
세월을 엮어 물래만 돌리는 신부의 주름살은 펼 수 가 없었다.
선비는 말없이 물래만 돌리고 있는 신부의 손을잡고 한없이 눈물만 흘리고 있었다.
얼마나 시간이 지났을까. 고요한 적막을 깨고 신부가 조용히 입을 열었다.
"서방님 어찌된 영문인지 그 연유나 말씀 좀 해 주시지요. 나는 소박맞은
여인으로 죄인아닌 죄인으로 20년을 영문도 모른체 이렇게 살아왔습니다."
"부인 정말 미안하오!! 내가 이제와서 무슨 말을 할 수 가있겠습니까?"
그때 첫날밤의 일을 소상히 말하고 용서를 구했다.
세벽 닭이 울고 먼동이 떠 오를 즈음.....이윽고 부인은 말 문을 열었다.
"낭군님은 이미 새 부인과 자식들이 있으니 이를 어찌 하겠습니까.
어서 본가로 돌아가 주십시요. 이제 저는 죽어도 여한이 없습니다."
이말을 들은 선비는 부인의 손을 꼭 잡고 말했다.
"부인!. 조금만 기다려 주시오.
내가 당신의 기나긴 지난날을 보상 해 드리리다." 선비는 뜬눈으로
밤을 세우고 본가로 돌아와 아내에게 20년 전의 첫날밤 일을 소상히 말하였다.
선비의 말을 끝까지 조용히 들은 부인이 인자한 미소를 머금고 말하였다.
"서방님 당장 모시고 오세요. 정실 부인이 이미 20년 전에 있었으니
저는 당연히 첩으로 살겠습니다. 그러나 자식들만은 본처 앞으로 올려주십시요."
"부인 내가 그리하리다.
그러나 부인의 그 고운 심성을 죽을때 까지 잊지않을것이오."
선비는 다음날 날이밝자 하인들을 시켜 꽃가마와 비단옷을
가득 실려보내 모시고 오게되니.. 선비의 둘째 아내는 첫째부인을
안방으로 정중히 모셔 큰절을 올리고 자식들을 불러 인사를 올리게 한 후
앞으로 여기에 계신분이 너희들의 어머님이시니 잘 모시라고 하니...
사연을 들은 자식들이 예를 다 하여 모셨고 그후 어진 아내의 내조와
착한 자식들이 과거에 급제하고 자손 대대로 행복하게 살았다고 전해온다.
이 이야기는 옛날부터 영양에서 전해 오며 지금도 영양 일월산에
"황씨부인" 당이 있으며 자동차로 올라갈 수가 있다고 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