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 식구 들이는 입양의 날
새 식구 들이는 입양의 날
오월 첫날은 온 힘을 기울여 살림살이를 떠받치는 기둥을 돌아보는
'노동절'이고, 오일은 세상 앞길을 열어갈 희망 싹들이 거리낌 없이
맘껏 기지개 켜게끔 멍석을 깔아주는 날이다.
나실 제 괴로움 다 잊으시고 기르실 때 밤낮으로 애쓰시는 부모님게
하루라도 고마운 속을 드러내 보이는 갸륵한 어버이 날 팔일에
이어지는 새 기념일이 있다. 십일일, 입양의 날이 그것이다.
식구를 잃은 아이들에게 새 식구를 맞아 잃어버린 웃음과 사랑을 되돌려주는
사랑이 듬뿍 담긴날로 2006년부터 기념을하기 시작해 올해로 네번째를 맞는다
그래서 이젠 오월을 말할 때 입양의 날을 빼놓고는 말할 수 없게 되었다.
물론 오월은 계절의 여왕이나 가정의 날이라는 별칭이 어색하지 않을
만큼 많은 가정 구성원을 위한 날들이 있다. 십오일 스승의 날, 십팔일 성년의 날,
이십일일 부부의 날가지 자그마치 일곱 개나 되는 기념일이 즐비하다.
"입양아라고 부모 마음이 다를 수 있나요"
가슴으로 낳은 아이 다섯 명과 몸으로 낳은 아이를 셋을 합쳐서
여덟 명 자녀를 키우며 몸이 열이라도 모자랄 만큼 바쁜 하루를 보내는
이정호 님은 "입양은 특별한 일도, 거창한 일도 아니에요.
사랑과 정성으로 아이 인생을 책임지겠다는 마음으로 조금만
용기를 내면 누구든지 할 수 있는 일이죠." 하며 겸손해한다.
이 기사를 보면서 온몸이 훈훈해지는 느낌이 들었다.
우리는 흔히 가까운 동무들에게 "언제 밥이나 한 번 먹지." 라고 말한다.
왜 밥을 먹자고 할까?
먹을 것을 함께 나누면서 새로새록 정을 쌓아가자는 얘기다.
밥을 먹는 동안은 경계심이 없어지고 격이 없어진다.
서양 사람들이 "손에 무기가 없어요." 하며 악수를 청하는 것처럼,
우리는 밥을 같이 먹자는 말 속에 서로를 받아들인다는 은유를 담았다.
'한솥밥을 먹는 사이'란 말도 있다.
이 말 속엔 벽을 허물어 간격을 없앤 아무렇지도 않음이 있다.
격도, 따짐도, 부담도 없이 서로 무시로 드나드는 사이. 그렇게 스스럼이 없는 사이,
가릴 것 없이 거리낌 없이 내보이는 사이를 식구라고 부른다.
다 드러내는 사이, 식구 경계를 허물어 아무렇지도 않게 스스럼없는
사이인 식구로 낯선 아이를 받아들이는 입양은 결코 쉽지 않은 일이다.
기꺼운 마음으로 손을 내밀어 삶을 함게 짊어지고,
사랑을 나누려는 큰 마음씨 없이는 할 수 없는 일이다.
열린 마음을 내어 새로 식구 연을 맺는 입양, 입양은 모래알 속
세상을 읽어, 참고 견뎌야 하는 사바세계에 극락을 세우는 마법이다.
세상에 이밖에 또 무엇을 기적이라고 말할 수 있을까?
법정 스님께서는 "맑음은 저마다 청정을, 향기로움은
그 청정이 사회에 여울지는 메아리를 뜻한다."고 말씀하신다.
가슴으로 아이를 낳는맑고 고운 풍습이 하루속히 이 땅 끝까지
메아리치기를 기대해 본다. 그래서 이 땅에서 태어난 아이들이 다시는
비행기를 타고 수만 리 낯선 땅으로 식구를 찾아 떠나는 일을 없길 빈다. 그리고
마침내 '입양의 날'이 달력에서 사라지는 날이 하루속히 오기를 간절히 바란다.
숨결 변택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