卍 불교 교리 강좌

현미경으로 숲을 보려고 하는가

갓바위 2023. 10. 31. 08:36

 

현미경으로 숲을 보려고 하는가

요즘은 모든 면에서 유행의 주기가 짧아진 듯하다.

남녀를 불문하고 특히 민감하게 유행을 타는 분야가 패션 쪽이 아닐까

생각된다. 대중적 유행을 좇지 않으면 불안해하고 혼자서만 뒤쳐진다는

생각을 하는 것은 아직 사춘기적 감성을 벗어나지 못했다는 뚜렷한 증거다.

봄과 여름, 그리고 가을과 겨울 각각의 계절에 기후 등

제반 외부 환경으로부터 몸을 보호하는 것이 옷의 본 목적이다.

그런데도 불구하고 유행이 어떻고 컨셉과 옷뱁시가 어떻고 등을

중시(重視)하며 생각의 덫에 걸려있다면 즉시 알아차리고 벗어나야 한다.

 

전 세계에 몇 개밖에 없는 한정판이라며 열광하는 짓도, 세상에 단하나뿐인

돌덩이라며 수억을 지불하고 수석(水石)을 사들이는 짓도, 골프공을 멀리 보내는

신소재도 아닌 번쩍이는 다아몬드를 손잡이에 박아넣고 명품이라고 자랑하는

짓도 사라져야 한다. 저 혼자만 특별해지려는 어리석음의 극치이기 때문이다.

외제차 열풍도 크게 다르지 않다. 롤스로이스가 되었건, 벤츠가 되었건

그 차만이 갖는 기능적인 장점 및 특징을 고려한 실질적인 필요 때문이라면

몰라도, 외제차를 탄다는 상(相)을 내세우며 우쭐해하기 위해서라면,

 

그같은 짓을 하는 것이야 말로 한심스러울 만큼 못나고 어리석은 짓임을

즉시 알아차려야 한다. 명분을 무시하면서 실재만 중시하고 실재만

중시하면서 명분을 무시하자는 말이 아니다.

 

명분과 실재를 아우르되 본 목적에 충실한 진정성 있는 삶을 살아야

한다는 말이다. 수행자라면 더더욱 그렇다. 숲을 보지 못하고

나무를 보지 못하는 사실보다도 더 우리를 슬프게 하는 것을

나무를 보려고 비싼 망원경을 샀다며 뽐내거나, 숲을 보기 위해 비싼

현미경을 구입했다고 자랑하는 졸부와 그를 부러워하는 가난뱅이의 어리석음이다.

귀로듣고 눈으로 듣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