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양이는 야옹, 개는 멍멍
고양이는 야옹, 개는 멍멍
모든 사람들이 고양이가 '야옹'하고
개가 '멍멍'하는 것에 대해 이의를 제기하지 않는다.
그러면서도 대개의 사람들은 주변의 인연들이 자신의 입맛에 딱 맞는 말을
해주길 바란다. 자신이 듣고 싶은 말을 해주면 기분 좋아하며 만족해한다.
자신이 듣기 싫어하는 말을 하면 기분 나빠하며 불만을 표출한다.
특히 가까운 사이일수록 말뿐만 아니라 행동까지도
자신이 원하는 바대로 상대가 이렇게 저렇게 해주길 바란다.
부부사이라면 서로의 당연한 권리며 의무라고까지 생각하는 경우도 종종 있다.
이같은 생각은 상대방이 자신이 원하는 말과 행동이 아닌
다른 말과 행동을 할 경우, 마치 상대가 큰 잘못이라도 한 것처럼
서운해하고 불만을 토로하거나 분노케 하는 원인이 된다.
자신의 요구 조건이 절대적으로 관철되기를 원하면서도,
상대방이 자신의 요구 조건에 대해 과하다고 판단을 내린 뒤,
더이상 요구하지 않기를 바란다는 의사를 전달해 오면, 못내 서운해 한다.
정작 자기 자신은 상대방의 요구를 인정하고 받아들이려 하지 않는다.
가까운 사이일수록 배려와 존경의 마음이 관계 중심축이 되어야 한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가깝다는 핑계로 당연하다는 듯이
자기 중심의 무리한 요구를 한다면, 부부사이가 되었건
친구사이가 되었건 상대를 진정으로 사랑하는 것이 아니다.
상대방을 사랑하는 것 같은 표정을 지으며 상대에게 도움이 되는
행동을 할지라도, 그같은 행동의 밑바탕은 자기애(自己愛)에 다름 아니다.
자신의 필요를 충족시켜주는 상대의 쓰임을 애지중지하는 것은
자기 자신의 행복이 목적일 뿐이다.
상대방은 자신의 목적을 성취하기 위한 수단에 지나지 않는다. 유난히
더위에 약한데 한여름 자동차 에어컨의 냉기가 너무 약하다며 서둘러 냉매를
보충한다. 이같은 일련의 행위는 자동차나 자동차의 에어컨을 사랑하는 것이
아니다. 고장 난 세탁기를 신속하게 수리하는 것은 세탁기를 위해서가 아니다.
가까운 사이일수록 지나친 기대를 하며 상대방에게 부담을 주는 일은
없어야 한다. 상대방이 자신이 원하는 말과 행동을 해주길 바라는
마음이 있다면 자신이 먼저 상대방의 원하는 바를 들어 주기 위해
최선을 다하는 것이 현명하고 지혜로운 처신이다.
자기 자신의 마음조차도 제 마음대로 하지 못하면서 상대방의 마음을
제 마음대로 죄지우지하려 드는 짓은 지독히 이기적인 어리석음의 극치이다.
서로의 관계를 돈독히 하는데 아무런 도움도 되지 않는다.
고양이가 야옹하고 개가 멍멍 하는 것을 문제 삼지 않듯이, 김씨는 김씨 하고
박씨는 박씨하며, 남편은 남편하고 여편은 여편 하는 것을 문제삼지 않는
것만이 상대의 자발적 내혁(內革)을 촉발시키며 더불어 상생(相生)하는 길이다.
귀로 보고 눈으로 듣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