卍 불교 교리 강좌
돼지꿈과 용꿈
갓바위
2023. 12. 28. 10:30
돼지꿈과 용꿈
수년 전 한 지인이 TV에 출현해 어디에 사는 몇 살 누구임을 밝히고나서,
흐믓하고 여유로운 표정까지 지으며 수재의연금 모금금에
두툼한 돈 봉투를 넣은 일이 있습니다.
그같은 소식을 전해들은 또 다른 한 지인은 자신은 아무도 모르게
익명으로 수재의연금을 냈다며, 돈 몇 푼으로 자기 자신의 이름 세글자를
드러내기 보다는 은밀히 베푸는 선행만이 진정한 보시라고 주장했습니다.
돼지꿈에 흠뻑 취한 채 좋아하는 것이나 龍꿈이야 말로 보다
상서로운 꿈이라며 흐뭇해하는 것이나 거기서 거기입니다.
둘 다 지독한 망상을 피우고 있다는 점에선 하나도 다를 것이 없습니다.
응무소주이생기심(應無所住而生基心)의 무주상보시(無住相布施)가 아니면,
모두 다 아상(我相)을 키우는 생각 놀음에 지나지 않기 때문입니다.
스스로 괴롭히고 불행하게 만드는 악몽보다는 기쁘고 행복하게 해주는 달콤한 꿈
을 꾸는 것이 나은 듯이 보입니다. 그러나 둘 다 전도몽상의 꿈속을 헤매기는
마찬가지입니다. 오직 감로수를 마시고 꿈을 깨는 일이 소중할 뿐입니다.
귀로 보고 눈으로 듣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