몸도 좋지 않은데다 마음의 상처까지 받은 그는
수양을 하기 위해 범어사 대성암(大聖庵)으로 들어갔고,
그 곳 스님들은 그에게 관세음보살 보문품을
외울 것을 권하였습니다.
처음 심심풀이 삼아 보문품을 읽던 그는 차츰 관세음보살에
대한 믿음이 깊어졌고, 나중에는 틈만 나면 목청을
가다듬어 '관세음보살'을 염불하게 되었습니다.
이렇게 몇 달을 대성암에서 지낸 어느날 밤,
그는 꿈을 꾸었습니다.
그가 범어사 뒤의 금정산을 오르고 있는데,
산 위로부터 갓을 삐딱하게 쓴 영감님 한 분이 내려오더니
대뜸 욕부터 하는 것이었습니다.
"에잇.
지지리도 쓸모없는 놈! 의사란 놈이 다리를
절뚝절뚝 절고 다녀? 침을 한 대
맞아야 되겠구먼."
영감님은 품속에서 넓적하게 생긴 대패침 하나를
꺼내서
콧김을 쐰 다음 상투에 쓱쓱 문질렀습니다.
"이리 와." 그리고 강압적으로 팔을 잡아당기더니
대패침으로 파편이 박혔던 허벅지를 꽉 찌르는 것이었습니다.
"아이구 아야!"
그는
고함을 지르며 깨어났고, 깨고 보니 꿈인데 허벅지에서
고름이 한 사발이나
쏟아져 나와 있었습니다.
고름을 닦아 낸 그는 방안을 한 바퀴
돌아보았고, 묘하게도
그토록 아프고 저렸던 다리가 멀쩡하게 나아 있었습니다.
'내 다리가 낫다니! 의학을 전공한 나의
상식으로는 믿어지지가
않는 일이다.
인간의 의술이란 대의왕(大醫王)이신 불보살의 능력에
비한다면 태양 앞의 반딧불과 같은 것! 반딧불 같은
기술을 지닌 의사가 되어 무엇하랴.
정녕 출가하여 부처님의 제자가 됨이 옳으리라.'
이렇게 생각한 그는 동산스님의 제자가 되어
'화엄'이라는 법명을 받았고, 그가 처음 사미계를
받을 때 내가 인계승(引戒僧)노릇을 한 인연으로
그와는 꾸준히 친분을 가지게 되었습니다.
불교에는 대의왕이신 불보살들이 가득합니다.
그분들은 어떠한 병이라도 능히 고칠 수 있습니다.
그래서 우리가 지극한 마음으로 기도하면
감응이 있기 마련인 것입니다.
그런데 누가 그 열쇠를 쥐고 있는가?
바로 우리가 쥐고 있습니다.
바로 우리가 어떻게 하느냐에 달려 있는 것입니다.
부디 마음을 모아 기도해 보십시오.
틀림없이 불보살의 밝은 자비가 우리와 함께 하게 될
것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