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풍래소죽

풍래소죽(風來疎竹) 대숲은 바람을 잡지 않는다 두 스님이 시주를 마치고 절로 들어 가던 중에 시냇물을 건너게 되었습니다.시냇가에 한 아름다운 여인이 있었는데 물살이 세고 징검다리가 없어서 그 여인은 발만 동동 구르고 있었습니다. 한 스님이 여인을 가까이 해서는 아니 되니 여인을 두고 서둘러 시냇물을 건너자고 했습니다. 그러나 다른 스님은 그럴 수 없다며 여인에게 등을 들이대며 업어주겠다고 했습니다. 여인을 건너게 해준 후 두 스님은 다시 길을 재촉하면서 걸어 갔습니다.그러자 조금 전에 여인을 업지 않았던 스님이 화난 목소리로 말했습니다."수도하는 몸으로 여인의 몸에 손을 대다니 자네는 부끄럽지도 않은가?" 여인을 업었던 스님은 아무 대답도 하지 않았습니다.그러자 여인을 업지 않았던 스님이 더욱 화가 나서..

우리들의 천국

우리들의 천국 평생 직장이라 믿었던 회사가 부도가 나 어디 하나 몸 둘 곳 없어진 후손에 남겨진 돈을 가지고 차린 식당은 3년을 못 버티고 망해버리던 날남은 거라고는 장사 시작할 때 마련한 오토바이 하나. 고1, 중3 딸아이 뒷바라지가 아직도 아버지의 몫으로남아 있었기에 남겨진 오토바이로 선택할 수 있었던 직업,-야식 배달부.- 삶에 대한 믿음이 있었기에 햇살에 그을린 구석진 그림자를 끌고힘들지만 당당하게 아프지만 단단하게 햇빛을 머리에 이고달빛을 등에 져도 손에 쥐는 거라고는 사만여 원이 전부지만아이들의 연필이 되고 지우개가 될 수 있다는 희망은 안고 들어간 집 새로운 시작을 위해 지쳐 잠들어 있는 아내와 딸들이 깰까부엌 한켠에서 핸드폰 불빛에 의지한 채 소주 잔을 채워가며힘들었던 오늘 하루를 지워가고..

단지 아프지 않은 하루를 바라는 진심 하나

단지 아프지 않은 하루를 바라는 진심 하나 세상으로부터 큰 인정을 받으면 더 큰 무대에 서고, 더 밝은 조명을 향해 걸어가고 싶은 욕심이 생기기 마련입니다. 하지만 누군가는 가장 많은 스포트라이트를 받는 순간에 오히려 사람들의 눈에 잘 보이지 않는 곳으로 시선을 보냅니다. 이러한 움직임이 세상에 알려졌을 때 대부분의 사람들은 놀라움을 느끼게 되죠. 배우 유해진의 기부 소식이 마음속에 작은 파동을 남긴 것도 아마 이런 이유 때문이지 않을까 싶습니다. 유해진이라는 사람을 떠올리면 톱배우 답지 않게 수수한 이미지가 그려집니다. 과하게 꾸미지 않은 표정, 생활감이 묻어나는 말투, 그리고 마치 실제 우리 주변 어디엔가 있을 것 같은 친근한 이미지 말이죠. 그는 주인공이면서도 혼자서만 빛나려 하지 않는 배우였던 ..

펑크 난 타이어

펑크 난 타이어 어느 대학교에서 기말고사가 치러지던 날 아침이었습니다.대학생 네 명이 차 한 대를 타고 학교로 향하다가,날씨가 너무 좋은 나머지 드라이브를 즐기고카페에 들르며 딴짓하느라 시험 시작 시각에 한참 늦고 말았습니다. 이 과목의 교수는 평소 출결과 시험 일정에 관해엄격하기로 악명 높은 인물이었습니다.F 학점의 위기에 직면한 네 사람은차 안에서 머리를 맞대고 그럴듯한 변명을 만들었습니다. “학교로 오던 중 갑자기 타이어가 펑크가 났습니다.스페어타이어로 갈아 끼우느라 손을 다치고진땀을 빼는 바람에 시험에 늦었습니다. 제발 재시험 기회를 주십시오.”학생들 옷에는 여기저기 흙이 묻혀있었고땀을 닦아내는 시늉까지 하며 억울함을 호소하자,교수는 잠시 생각에 잠긴 듯하더니 고개를 끄덕였습니다. “그런 딱한 사..

금지종일

💙금지종일(今之終日) ! 오늘을 마지막처럼 독일에서 전해 내려오는 이야기이다.황제 비서실장을 맡아 일하던 공작(公爵)이 있었는데 황제(皇帝)가 그의 능력(能力)을 높이 사서 총리(總理)로 삼았다. 그러자 그가 교만(驕慢)해지기 시작했다. 모두가 그를 싫어했다. 공작이 어느 날 사냥을 갔다가 작은 교회를 발견했다. 교회에 들어가 기도(祈禱)를 하고 고개를 들었는데, 그 순간(瞬間) 십자가(十字架)에 빛과 함께 3이란 숫자가 나타났다 사라졌다. 그는 자기에게 남겨진 날이 3일밖에 없다는 것으로 해석(解釋)하고, 남겨진 3일 동안 천사(天使)처럼 살았다. 총리로서 황제와 국민을 위해 최선을 다했다. 그런데 3일이 지났으나 죽음이 오지 않았다. 그는 3일이 아니라 3개월 이라고 생각했다. 3개월을 천사처럼 살..

멀리 둘수록 더 아름다운 것들

멀리 둘수록 더 아름다운 것들 영식아... 달 따러 가자 달이 어딨는데?"순옥이네 뒷동산에 있더라""퍼뜩 안 가면 하늘 높이 도망 가삔다" "우리 키보다 높은 데 있는데 어찌 잡을 낀데?""혹말 태우면 될끼다""그랄까봐 울 마당에 바지랑대 가꼬왔다" "내는 잠자리채 가지고 왔다""달을 들고 올려면 망태기도 한 개 있어야 할낀데" "그라면 잠시만 기다리고 있으라퍼떡가서 망태기 들고 올 테니까네""둥그런 보름달이라 안들어 갈낀데?" 여름방학이라 들뜬 아이들은 컴컴한 밤이 주는 무서움에함께 합창을 하고 있었는데요 듬뿍 듬뿍♬듬뿍새☞ 논에서 울고. ♬"친구야 우리 그달 따서 가져오지 말고" 순옥이 방에 등불 삼아 달아주자는 영철이의 말에"영철이 니 순옥이한테 점수 따려고 그카는기제?" "아이다. " "그라면 달..

벽에 붙여놓고 싶은 사진

벽에 붙여놓고 싶은 사진 꼭 갖고 싶은 게 있는데 지금 사거나 할 수 없을 때 어떻게 하세요?저는 옛날엔 사진을 구해서 잘 보이는 데다 붙여놨어요.그게 자동차든, 장난감이든, 빵이든, 과자 봉지든, 프라모델이든눈뜨면 그 사진이 보이고 매일 꿈을 만나는 거지요. 근데 만나고 싶은 사람, 보고 싶은 사람 사진은 못 붙여놨어요.속마음을 들킬까 봐요.근데 그 어떤 것보다 위로가 되고 그 무엇보다 소중해 보여서벽에 붙여놓고 싶은 게 생겼어요. 그건 '착한 사람'입니다.착한 일을 한 사람도 아니고 착해 보이는 얼굴도 아닙니다.착하다고 소문난 사람도 아닙니다. 그냥 착한 사람입니다.사진 못 구하면 그려서라도 붙일 생각입니다. - 김창완 에세이, 중에서

종(種)의 경계를 넘어선 우정

종(種)의 경계를 넘어선 우정 2001년, 미국의 한 어둡고 습한 지하실에서세 마리의 맹수 새끼들이 구조되었습니다.아메리칸 흑곰 ‘발루’, 아프리카 사자 ‘레오’, 벵골 호랑이 ‘시어 칸’. 태어난 대륙도, 종도 완전히 달랐기에야생의 자연에서는 결코 마주쳐 함께 살아갈 수 없었습니다.하지만 이들에겐 공통된 아픔이 있었습니다. 사람들의 잔혹한 방치와 학대 속에서극심한 영양실조와 상처를 안고 있었던 것입니다. 특히 흑곰 발루는 어릴 적 강제로 채워진 가죽 하네스가자라나는 살갗을 깊게 파고들어 뼈가 드러날 정도였고,목숨을 건 대수술을 받아야만 했습니다. 수술을 무사히 마친 발루가 돌아온 날,친구들은 마치 기적이라도 만난 듯 반겼습니다.보호소 관계자들은 맹수들의 본성 때문에훗날 서로 공격하게 될까 염려하여 잠시..

불안을 에너지 삼아 앞으로 나아가라

불안을 에너지 삼아 앞으로 나아가라 사람은 이상하게도 평온한 순간보다 불안한 순간에 더 많이 움직입니다.무언가 잘못될까 봐, 뒤처질까 봐, 지금 이대로 괜찮은 걸까 걱정하는 마음이어느 날 갑자기 우리를 책상 앞에 앉히고, 새로운 공부를 시작하게 만들고, 미뤄왔던 계획을 다시 꺼내 들게 합니다. 그래서 어쩌면 불안은 우리를 가장괴롭게 만드는 감정인 동시에, 가장 오래 앞으로 밀어주는 힘인지도 모릅니다.흔히 우리는 불안을 없애야 할 대상으로 생각합니다. 불안하면 안 될 것 같고, 흔들리면 약해진 것 같고,초조한 마음이 들면 삶이 잘못 흘러가고 있다고 느끼기도 합니다.하지만 가만히 돌아보면 정말 아무 걱정도 없던 시절보다,오히려 마음이 복잡했던 순간에 더 많이 성장해 있었던 적이 많습니다.시험을 앞두고 느꼈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