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아내 자퇴서
그렇게 매일 주님을 사랑하든지.. 맘대로 하라고요”
지나칠 수 없는 아픔이 뒤돌아설 수 없는 슬픔이 되어가던 어느 날
엄마는 어쩔 수 없는 삶의 한 토막을 꺼내어 놓고 있습니다 '엄만 이혼할 테니
너네들 말리지 마 이제 둘째 너만 결혼시키면 내 의무는 다했으니까.."
세상에 투덜대며 내리는 비처럼 말하고 있는 엄마를 보며
“엄마…. 왜 그래 정말.. 다 늙어 뭔 이혼 타령이래"
“너희 키우고 시집 보낸다고 다 늙어 이제 이혼한다 왜....
그럼 너희 어릴 때 했어야 해?“...
“울엄마 오늘 진짜 필 제대로 받았나 봐 그치 언니“ "작은 딸! 넌 낼모레
결혼하고 나면 둘 다 친정은 없다 하고 생각하고 시댁에 뼈를 묻고 살아 이것아“
“엄만 지금이 뭔 조선 시대야 뼈를 묻긴 뭘 묻어”
“나도 살다가 안 맞으면 엄마처럼 이혼하면 되지”
“뭐야…이것들이다 클 때까지 희생하며 버텨준 공 없이 진짜 그럴 거야 너희들 “
비 오는 슬픔처럼 앉아 넋두리를 풀어놓은 엄마를 보며
“엄마..딱 깨 놓고 술을 넘 좋아해서 탈이지 울 아빠 같은 사람이 어딨슈“
“그런 네 아빠 잘 모시고 사셔 그 인간 술 뒤치닥꺼리 30년간 어림잡아도
마신 술이 술 공장 하나는 차리 고도 남지 암 남고 말고“
“생전 술 냄새도 못 맡는 우리 엄마가 술을 다 먹고 참 별일이야“
“네 아버지 때문에 징글징글해서 그랬지 엄마도 처녀 땐 가끔 한 잔씩 했어
여하튼 오늘부터 200일 카운터 다운 들어갔으니 알아서 해“
"엄마 뭔 카운터?" " 만나지 얼마 되는지 카운터 하는 건
봤어도 이혼 날짜 세워보는 카운터는 또 뭐야 ?"
“ 마지막 1일이 되는 날 너희 아버지랑 이혼할 거니까 그렇게들 알아“
그렇게 하늘에 떠 있는 달이 시끄러워 잠들지
못하게 세 모녀의 이야기는 하늘을 닿고 있었습니다
한 계절이 밀려간 자리에 또다시 찾아온 새벽이 밀어낸
새하얀 거리가 들어서고 있었고 아내는 출근하려는 남편의 뒤통수에다 대고
“이거 가져가“ “ 이게 뭐야..아내 자퇴서? 이혼 서류잖아.... 당신 진짜 이럴 거야?”
“그래 아내 자퇴서야 ... 나도 이제 엄마로서 내 할 일 다 끝냈으니
이젠 당신 아내 짓도 그만할래?“ “정말 이 사람이”
“이제껏 조퇴 지각 한번 안 했으니 개근상 대신 위자료는 좀 줘야지“
“당신 계속 이런 식이면 ...” “이런 식이 뭐....강제 퇴학이라도 시켜주시게요
그럼 난 댕큐지 뭐" 결혼에 유통기한이 다했다는 듯
내뱉는 말속에는 늘 양보하며 참아온 자신에게 한 번도 고마워한 적 없는
지난 날의 날 선 아픔들이 새겨져 있는 것 같았습니다
하늘에 해와 달이 사라지는 날이 온대도 이혼을 하고 말겠다는 아내의 의지가
점점 처마밑 그늘에 말려가는 생선처럼 굳어져 가고 있을 때 눈치도 없는 남편이
오늘도 곤한 술 한잔에 때 지난 설움을 등에 감추고 들어오는 걸 보며
“그놈의 주님 사랑은 때와 장소를 가리질 않네요”
쏟아지는 아내의 잔소리에 살얼음판을 걷 듯 조마조마한 일상들이
펼쳐져 가고 있을 때 “엄마…. 엄마…. 흑흑흑“ 세상을 담고도 남을 보따리를
들고서 해를 숨겨버린 골목을 돌아 큰딸이 대문을 박차고 들어옵니다
“애가 왜 이래” “나 이혼할 거야 엄마.. 박서방이랑 도저히 못 살겠어”
결혼이 꽃이 아니라 눈물이었다는 큰딸의 하소연을 듣다
뜬눈으로 지새운 다음 날 아침 나 홀로 밤새 잠들어 있던 대문이
잠에서 깨기도 전에 꽝하고 열고 닫히는 소리가 들리더니
“엄마…. 엄마…. 흑흑흑” “넌 왜 또..?” “엄마 나 차서방이랑 이혼할거야”
급기야 하나도 아닌 둘이나 이혼한다는 소리에
"당신 그러고만 있지 말고 사위들 만나 무슨 일인지 알아봐요"
그렇게 나간 남편은 사위들과 기울인 술잔에 해를 묶어 두었는지
새벽이 되었어야 걸어 들어오더니 "사위들도 다들 이혼하겠대"
"좀 말려보지 그랬어요“ “말려봤지…. 우리 이혼하는 것도 알고 있던데
사위 사랑은 장모라고 장모님이 안 계시는 처가댁은 생각하기도 싫대.."
"입들도 빨라 정말,,,,, 이혼하는 이유가 대체 뭐래요?"
" 말을 안 해“ 비틀어도 나올 것 없는 남편을 보며
“뭐긴 뭐겠어요 영숙이 저건 맨날 아침에 못 일어나 박 서방 굶겨 보내고
지숙이 저건 다이어트가 뭔가 한다고 도통 남편한테 뭘 해주지 않으니
차서방이 배가 고파 그런 거죠.. 이놈의 계집애들을 그냥...“
“이젠 당신이 알았서 해“ 이렇다 할 이유조차 찾아오지 못한
남편의 이야기에 한 가닥 실마리를 찾으려 했던 자신을 원망하며
잃어가는 슬픔을 안고 딸들이 자는 방문을 열어 재친 엄마는
“니네 집들 가.. 왜 남의 집에서 자빠져 자고 있어“
“엄만...또 왜 그래 불난 집 부채질해” “이 말 저 말 하지 말고 둘 다 니네집들 가”
“엄마도 이혼하면서 우리더러만 그래” “뭐야 이놈의 계집애들이...”
티격태격 봄비와 싸우러 나온 바람처럼 담장을 넘는 소리가 점점 줄어들더니
의미 없는 저녁상을 마주하고 네 사람이 마주 앉아있습니다
"엄만 못 먹는 술을 왜 또 먹어?"
"나도 이제 믿을 사람은 주님뿐이다"
소주 한 잔 보다 더 쓴 게 인생살이란 걸 알아가고 있는 아내를 보며
“여보…. 여보 나 이제 술 끊었어 이젠 다시 마시지 않을게 맹세해”
“차라리 밥을 끓었다면 믿을게”
“시간이 가면 다 잃어버릴 이야기들로
당신과의 소중한 시간을 낭비하고 싶지 않아“ 라는
사랑의 언어로 분위기를 모면해 보려는 말에 딸들도 거들고 나섰니다
“엄마 좀 믿어줘 아빠를... 행복은 가장 가까이 있는 사람부터
사랑할 때 시작되는 거라는 말도 있잖아“ “그래 아빠도 노력하고 있다잖아..”
“알았으니까 니네들 집으로들 가” “그럼 엄마 이혼 같은 거 안 하는 거다”
“알았다니까 그러니까 니네들도 이혼하지 마”
“알았어 엄마 ...우리도 안 할게” 술잔에 눈물을 담고 있는
엄마의 손을 잡으며 “엄마 우리가 더 잘할 게...”
그렇게 주고받은 술잔 위에 보태어진 시곗바늘의 조각들이 차곡차곡
분침을 지나 시침 위에 떨어져 가고 있을 때 “장모님…. 우리 장모님...” 하며
들어서는 두 사위에 얼굴에는 큰 행복이라도 주워담은 양 달덩이보다
더 큰 웃음이 매달려있었습니다
“장모님 낼 모래 은혼식 선물이에요” 라며 내미는 사진 한 장
“에고 이게 뭐야 너 임신했어?“ “응 엄마..
이제 할머니 할아버지 될 거니까 싸우지 말고 행복하게 사세요“
“엄마! 나도 선물 있어“ “넌 또 뭔데?” “언니랑 똑같은 선물”
“너도 임신했어?” “응 엄마 아빠 잘 부탁해요” “여보 여보…. 애들봐 ..
벌써 나오지도 않은 애 맡길 생각부터 하네“
“그러고 보니 너네들 이혼 못 하게 이 엄마 속인 거구나?“ “엄만, 태어날
예쁜 손자 손녀들한테 이혼한 할아버지 할머니를 보여 드릴 순 없잖아요“
“장모님.. 장인어른…. 엄마 아빠.... 여기 아내 자퇴서는 찢어 버리고
아내 취업확인서로 바꿔 드릴게요...”
“뭐......?" 하하하하, 호호호호, 허허허허, 후후후후”
그렇게 김 여사의 이혼 점령기는 실패로 돌아갔지만
사랑은 길들이는 게 아니라 물들이는 거란 걸 알아가는 시간 속에서
이 세상에 태어나 가장 보람 있는 일은 가족의 사랑을
배우는 일이란 걸 다시 한번 알아가고 있었습니다
펴냄/노자규의 골목 이야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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