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마음의 향기
오늘은 어떤 행복이 날 찾아올까 기대하고 나갔던 사람들이
하루 온종일 각자가 주운 행복을 안고 집으로 달려가고 있는 지하철 안에는
< 코로나 확진자가.****명을 넘기고 있사오니 승객 여러분께서는
마스크 꼭 착용해 주시길 바랍니다 >
안내방송이 때맞춰 울려 퍼지자 객실 안 사람들은 서로를 견제하며
쓰고 있던 마스크를 고쳐 매는 분주한 손길들이 오가는 동안
미끄러지듯 도착한 다음 역에는 할머니 한 분이 타고 계셨는데요
온종일 시장에서 생선을 파시다 오셨는지 비릿한 냄새를 풍기는
할머니를 보며 어디선가 수군수군 빈정대는 목소리가 흘러나오더니
굵직한 중년의 남자 목소리가 객실 내에 울려 퍼지고 있었습니다
"거 마스크 안 쓰고 지하철 타시면 안 되죠?"
벌레 보듯 쳐다보며 말하는 남자의 말에 기다렸다는 듯
"마스크 없으면 다음 역에서 내리세요"
좀 더 과격해진 말들이 물감 한 방울 번지듯 아픔이 되어
지나간 자리에 서 있던 할머니는 서둘러 뛰어오느라 목에 걸치고 있던
마스크가 없는 걸 인제야 알았다는 눈빛으로 어찌할 줄 모르던 그때
띠리리릭... 살얼음 낀 할머니의 마음 가장자리로 울려 퍼지는
휴대전화기를 귀에 대며 "지금 가고 있어요 일어나서 다니다 넘어지면
큰일이니 가만히 누워 계세요 얼른 가서 식사 챙겨 드릴테니."
한번은 한숨짓다 또 한 번은 눈물지었을 부부라는 이름 끝에 매달린 아픔을
애써 지우더니 텅 빈 마음에 더 짙어진 말투로 할머니는 사람들을 향해
이렇게 말하고 있었습니다 "다음 역에서 내릴게요..."
말은 그렇게 내뱉고 말았지만 마스크를 사가지고 다시 지하철에 오를 생각에
절망 한 조각을 입에 물은 듯 당황해하며 출입문 쪽으로 다가가려던 그때
"할머니.. 오늘 새로 산 건데 이것 쓰세요"
외면하는 사람들의 뒷모습이 남긴 아픔에 슬퍼하던 할머니는 엄마의 무릎
위에 앉아가던 여자아이가 행복의 언어로 건네준 마스크 한 장을 손에 쥐고선

.
"이렇게 고마울 때가 있나"
아이의 한마디에 행복을 배운 듯 소리 없는 눈물을 멈춰 세우고 있는 할머니에게
"할머니 ... 전 다음 역에서 내리니까 여기 앉아서 편안히 가세요"
빈정대며 고함만 치던 사람들은 아이가 준 마음의 향기에 취해서 인지
고개를 떨군 채 발밑만 바라보고 있었습니다
아이가 만들어준 세상 위에 앉아 마음의 종착지로 달려가던 할머니는
새벽을 따라나선 별처럼 작은 손을 흔들며 멀어지는 아이가 준 사탕 하나를
쥐어 보이며 꾹 참았던 눈물로 가는 길을 배웅하고 있었습니다.
꽃이 준 향기는 코에 남지만 사람이 준 향기는 마음에 남는 거라며...
펴냄/노자규의 골목 이야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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