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버스 정류장
파란 하늘가를 더문 더문 떠다니는 구름들 사이로
한 해의 시작을 알리는 봄이 찾아오고 있는 한 켠에
하늘을 머리에 이고 우두커니 세워져 있는 노란 건물이 하나 있었는데요
시골 마을에 어울리지 않는 이 건물을 보며 마을 노인들이 고개를 가로지르는
이곳은 요양병원이었기에 “건강하게 살다 죽는 게 복이여“
“저곳은 갈 데가 아녀” “현대판 무덤인겨” 생사람도 들어가면 죽어서
나온다며 시골 어르신들은 흉물스럽다는 듯 한마디씩 거들고 있었는데요
“도시 사는 노인들이 죽기 전에 꼭 거치는 곳이래“
“자식들이 자기들 편하자고 제 부모 늙으면 데려다 놓은 고려장이지 뭐여“
그러던 어느 날 그곳과 얼마 떨어지지 않은 곳에 버스정류장
하나가 만들어지고 있었는데요 “이 길로 버스가 다니려나 벼”
하지만 마을 사람들의 기대와는 달리 버스 그림자조차 드나들지 않은 채
덩그러니 서 있기만 한 정류장엔 이름 없는 노인들만 앉았다
멀어져 갈 뿐 버스는 오질 않았답니다
오늘은 투명한 햇살 한 점 곱게 내려앉은 버스 정류장에
아침 일찍 할머니 한 분이 앉아 계시는데요
하늘 시계가 빨간 노을빛에 물들어갈 때까지
하염없이 버스만 기다리고 있는 할머니에게 젊은 여자가 다가오더니
“할머니... 버스 기다리시나 봐요?“
“울 아들 올 때가 다 되어가서 따순 밥 한 끼 해주려고....“
“할머니,,,아직은 날이 차요 저기 저곳에 가서 따뜻한 차 한 잔 하며
기다리시는 건 어떠세요?“ “그려 그게 좋겠구먼...“
쉬 넘어가기 싫어하는 빨간 노을을 등에 진 채 마주잡은 손의 온기로
서로를 위로하며 멀어진 자리에 “우리 남편이 퇴근하고 올 시간이 되었어요”
“집에서 아이들이 기다리고 있으니 돌아가야 혀”
치매 걸린 노인들이 집으로 돌아가고 싶다고 떼를 쓰면
“어르신.. 저기 집으로 가는 버스정류장이 있어요" 라고
말을 하고 있었고 치매 걸린 노인들은 그곳에 앉아 버스를 하염없이 기다리다
왜 자신이 버스를 타려고 했는지 잊어버린 채 요양사의 손을 잡고 돌아가는 모습은
봄이 가고 여름이 오고 가을이 머물다 간 자리에
겨울 찬바람이 오고 있어도 세상 가득 채워지고 있었습니다
사랑받고 싶다는 말은 그 자리에 놓아둔 채로..
펴냄/노자규의 골목 이야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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