감동 슬픔 ~찡한글

마지막 쪽지

갓바위 2026. 4. 20. 21:51

 

마지막 쪽지

 

눈물로 건너는 세상 속 오늘은 한 달에 한 번 노부부가 외식을 하는

날이라는데요 무허가 비닐하우스에서 생활하는 노부부는 등 굽어 바래진

세월을 멈춰 세우고 싶었는지 할머니는 지팡이 하나에 의지해 걸어가시지만

할아버지는 플라스틱 의자를 들고 길을 나서는 게 아니겠어요

"임자… 여기서 쉬어갈까?" "네 그래요."

허리 아픈 할머니가 걷다가 힘들면 잠시 쉬어가라고

의자를 들고 다니신다는 할아버지는 눈빛 하나로 서로의 마음을 헤아려주는

보이는 행복 앞에 기쁨 하나를 더 얹어 다음 길을 나서는데요

"이제 은행에서 돈도 찾았으니 영감 좋아하는 자장면 먹으러 갑시다"

 

"어서 오세요" "김사장 잘 지냈는감 여기 자장면 두그릇만 주게" "네 어르신..

어서 앉으세요" 한 달에 한번 노령연금으료 이런 호사를 누리는 게 세상 무엇

보다 행복하다는 노부부는 "임자이제 배도 부르고 하니 드라이브나 하러 갑시다"

멋진 자가용은 없지만 버스에 올라 종점까지 갔다가 돌아오는

행복 하나면 충분하다며 차창 밖으로로 펼쳐지는 풍경들을

바라보며 서로의 가슴속에 담기 바빠 보였는데요

 

하지만 인연의 길을 따라 함께 걷는 이 행복조차도

세월 앞에선 멈춰야할 때를 안다는 듯 자리에 누워만 있던 할아버지는

"내 점퍼나 좀 챙겨줘" "몸도 성치 않은데 어디를 가신다고 그래요."

 

"잠깐 다녀올 때가 있어서 그려" 땡볕에 금 간 주름을 앞세우고

뛰어가는 바람처럼 읍내에 있는 중국집에 다녀온 할아버지는

다음 달을 함께하지 못한 채 하늘나라로 떠나가고 또 다시 찾아온 25일

 

할머니는 영원할 것만 같았던 시간을 지우고 하늘나라 별이 된 할아버지를

그리워만하는 병이 된 집을 벗어나 혼자 길을 나서더니 늘 둘이었던 그날처럼

은행에 들러 돈을 찾고는 할아버지랑 함께 먹었던 중국집에 들렀는데요

 

"어서 오세요, 할머니!" 할머니는 늘 그랬듯 자장면 한그릇을 시켜놓고는

"영감 많이드슈" 그렇게 정인 듯 눈물인 듯 한참을 바라보다 멀어져 간 할머니가

다음 달 가을 위에 덧칠한 겨울이 찾아온 27일이 되어도 오시지않자

 

중국집 사장님은 "내 장례는 우리 할멈이 지내주지만

우리 할멈 장례는 지내 줄 사람이 없다네"

 

25일 되어도 할머니가 여길 오지않거든 이곳으로 전화해 달라며

숨죽여 주고 간 쪽지에 적힌 전화번호로 연락을 하고 있었습니다

부모라고 한 번도 찾아온 적 없는 노부부의 아들 전화번호인지 알지 못한 채…

 

펴냄/노자규의 골목 이야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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