야담 야설 이야기 108

멸 정( 滅 情 )

멸 정( 滅 情 )~ 아무리 정이 들어도 함께 갈 수가 없고, 가지고 갈 수도 없기 때문에ㅡ 정든 사람, 정든 물건과 작별하는 일이 멸정(滅情)이다, 젊었을 적부터 "이 진사"는 부인 인 "여주 댁"을 끔찍이도 생각해, 우물에서 손수 물을 길어다가, 부엌으로 날라다 주고,동지 섣달이면,얼음장을 깨고, 빨래하는부인이 안쓰러워 개울옆에 솥을 걸고, 장작불을 지펴서, 물을 데웠다. 봄이 되면 아내 "여주 댁"이 좋아하는 '곰취'를 뜯으러 깊은 산을 헤매고, "봉선화" 모종을 구해다가, 담 밑에 심는 것도 잊지 않았다. 장날이 되면 "이 진사"는 "여주 댁"이 좋아하는 '검은 깨엿'을 가장 먼저 사서 조끼 주머니에 넣었다. "여주 댁"은 동네 여인들의 부러움을 한 몸에 받았다. “단 하루라도 "여주 댁" 처럼 ..

주모의 기둥서방 사연

주모가 갈림길에 섰다. 기둥서방을 들일 건가 말 건가? 서로 장단점이 있다는 걸 주모는 잘 알고 있다. 장점은 대충 이렇다. 사람들이 과부라고 깔보지 않는다. 엿장수고 갓장수고, 늙은 놈이나 젊은 놈이나, 양반이나 상것이나 노소귀천을 가리지 않고 양물을 찬 놈들은 과부 치마 벗길 궁리만 한다. 술에 취해서 주막이 파한 후에 안방으로 쳐들어오지 않나, 곰방대에 불 붙인다며 부엌에 들어와 술상 차리는 주모의 치마 밑으로 손을 넣지 않나…. 든든한 기둥서방이라도 있으면 이런 꼴은 당하지 않는다. 그뿐만이 아니다. 술 처먹고 밥 처먹고 나서 돈 없다고 치부책에 외상 달아놓으라고 뻔뻔스럽게 나오는 놈들도 부지기수다. 해가 바뀐 외상도 갚을 생각을 하지 않는 놈들이 어깨가 떡 벌어진 기둥서방이 치부책을 코앞에 펼치..

성불사 여승을 겁탈하다

황일석은 과거에 또 낙방하고 터덜터덜 한달 만에 집으로 내려왔다.삽짝을 열며 땅이 꺼져라 한숨을 쉬고 고개 들어 집을 보니 초가삼간 지붕은 썩어서 잡초가 우거졌고 마루짝은 꺼져 이빨이 빠질듯하고 기둥은 기울어져 집이 쓰러질 듯하다. “아부지!” 삼남일녀가 맨발로 마당을 가로질러 남루한 황일석의 두루마기에 파묻힌다. 부엌에서 뛰쳐나온 아이들 에미는 남편의 표정에서 또 낙방했다는 사실을 읽고 털썩 주저앉고 싶은 심정이지만 애써 미소를 지으며 “몸 성히 다녀오셨어요?” 하고 인사를 한다. 철모르는 아이들은 지 애비 두루마기를 잡고 반가워서 야단인데 말뚝처럼 우두커니 선 황일석의 두눈엔 눈물이 가득 고였다. 황일석은 곰팡이 슨 방으로 들어가 책을 한아름 들고 나와 부엌 아궁이 앞에 쏟았다. “여보! 이게 무슨 ..

공짜로 아가씨 젖가슴 보기

야설=공짜로 아가씨 젖가슴 보기 옛날 옛날에... 홍식이와 춘식이라는 두 젊은서생이 여행을 하고 있었다. 그러던 중 한 마을에 이르자 냇가에서동네 아가씨들이 모여 빨래를하고 있는 게 아닌가! 문득 홍식이가 끼를 참지 못하고 춘식이에게 말했다. “자네가 저 빨래하는 아가씨의 젖가슴을보이게 할수있다면 자네의 소원은 무엇이든지 들어주지! 그러자 춘식이가 고개를끄덕이며 흔쾌히 대답했다.“ 좋아!”대답을 마친 춘식이가 빨래를 하고 있던 예쁜 아가씨에게 다가갔다.그리고 귀엣말로 다음과 같이 속삭였다. “지금 이 고을에는 젖꼭지가 세 개나 달린처녀가 있어 흉년이 들 것이라는 소문이 자자하오, 원님께서는 빨리 그 여자를잡아 없애라고 하는데, 옷매무새를 보니까 아가씨가 분명 젖꼭지 세 개인 처녀 같소.” 그말을 들은 아..

맹참봉과 신서방의 사연

동지섣달 짧은 해가 오늘따라 왜 이리 긴가. 어둠살이 사방 천지를 시커멓게 내리덮자 마침내 신 서방이 열네 살 맏딸을 데리고 맹 참봉 사랑방을 찾았다. 희미한 호롱불 아래서 신 서방은 말없이 한숨만 쉬고, 맹 참봉은 뻐끔뻐끔 연초만 태우고, 신 서방 딸 분이는 방구석에 돌아앉아 눈물만 쏟는다. “참봉 어른, 잘 부탁드립니다. 어린 것이 아직 철이 없어서….” 맹 참봉 사랑방을 나온 신 서방은 주막집에 가서 정신을 잃도록 술을 퍼마셨다. 이튿날, 해가 중천에 올랐을 때 신 서방은 술이 덜 깬 걸음으로 맹 참봉을 찾아갔다. “참봉 어른, 약조하신 땅문서를 받으러 왔습니다. ” 맹 참봉이 다락에서 땅문서를 꺼내 신 서방에게 건넸다. 노끈을 풀어 땅문서를 보던 신 서방이 “다섯 마지기밖에 안 되네요. 나머지 다..

사다리에서 떨어져 시집을

설화=사다리에서 떨어져 시집을 가다 양주(楊洲)땅에 최씨의 세 딸이 살았다. 그들은 어렸을 때 부모를 여의고 오라비인 최생에게 의지하고 있었는 데, 최생은 재물에 인색하여 그 누이동생들을 시집보냄을 주저하는 사이에 맏이는 25세, 둘째는 22세, 막내는 19세로 꽃다운 나이에 허송세월하고 있는 것에 대해 스스로 슬퍼하고 있었다. 마침 봄날을 만나 세 처녀는 집 뒤의 동산에 올라 놀았는 데, 맏이가 두 아우에게 말하였다. 동산(東山)이 적막한데 아무도 없으니 우리 태수(太守) 놀이나 하고 놀까 ?" 마침내 맏이는 태수라고 자칭하고 근처에 있는 부서진 사닥다리 위에 걸터앉더니, 둘째는 형리(刑吏)로 명하고, 막내는 그녀들의 오라비인 최생으로 삼았다. 맏이는 막내의 머리를 끌어 앞에 꿇어앉히더니 죄과를 낱낱이..

천하의 절색인 딸 하나

전설=천하의 절색인 딸 하나 먼 옛날. 중국대륙의 촉(蜀:지금의 四川省) 나라에 이름이 두우(杜宇)요, 제호(帝號)를 망제(望帝)라고 하는 왕이 있었다. 어느 날. 망제가 문산(汶山)이라는 산밑을 흐르는 강가에 와 보니, 물에 빠져 죽은 시체 하나가 떠 내려 오더니 망제 앞에서 눈을 뜨고 살아났다. 망제는 기이하게 생각되어 그를 데리고 왕궁으로 돌아와 자초지종을 물으니 "저는 형주(刑州) 땅에 사는 별령(鱉靈)이라고 하는 사람인데, 강에 나왔다가 잘못해서물에 빠져 죽었는데, 어떻게 해서 흐르는 물을 거슬러 여기까지 왔는지 모르겠습 니다." 라는 것이다. 그러자, 망제는 이는 하늘이 내린 사람이다. 하늘이 내게 어진 사람을 보내주신 것이라고 생각하여 별령에게 집과 전답을 주고, 그로 하여금 정승을 삼아, ..

주부유명 불패유종

야설=주부유명 불패유종 마님이 명하시는 데 감히 따르지 않을 수 있겠습니까 (主婦有命 敢不惟從) 옛날 어떤 시골 여인이 머슴의 양물(陽物)이 크다는 것을 우연히 알게 되어 사통(私通)하려는 마음은 있었지만 미쳐 기회를 얻지 못하였다 하루는 여인이 갑자기 아랫배를 부여안고서 죽겠다고 소리 지르자 머슴은 그 뜻을 은연중에 알고서 말하였다. "마님, 어디 아프십니까?“ "배가 차갑고 아파 죽을 지경이야. 듣자하니, 뜨거운 배를 서로 마주 대고 있으면 바로 낫는다던데." 그런데 주인 나리는 멀리 출타하셨고 대어 줄 마땅한 배가 없으니 어찌할꼬? 아파서 죽는 것보다는 차라리 너의 배를 가까이 하여 낫는 것이 좋지 않겠느냐?" "마님께서 명하시는 데 감히 따르지 않을 수 있겠습니까? 다만 남녀 간에는 꺼리는 것이 ..

황참봉이 엉엉운 사연

설화=황참봉이 엉엉운 사연 황참봉이 비단 마고자를 입고 뒷짐진 손에 장죽을 들고 집을 나서면 마주치는 사람마다 황참봉에게 절하지 않는 사람이 없다. “어르신 행차하셨습니까?” “음.” 서당 다녀오는 아이들도 코가 땅에 닿을 만큼 허리를 굽혀 “참봉할아버지 만수무강하십시오.” 하고 인사를 했고, 물동이를 인 아낙들도 물동이를 땅에 내려놓고 “어르신 안녕하십니까?” 하고 허리를 굽혔다. 심지어 황참봉의 연배들도 허리 숙여 인사했다. 불룩 나온 배를 뒤뚱거리며 저잣거리를 걸어가도 황참봉은 인사받기에 바쁘다. 황참봉은 이 고을 사람 모두가 자신을 우러러 보는 게 흡족해서 때때로 이 골목 저 거리를 돌아다닌다. 그러던 어느 날 비가 세차게 내리던 밤, 삿갓을 눌러쓰고 둑길을 걸어 집으로 가던 황참봉은 그만 발이 ..

서입기혈

야화=서입기혈(鼠入其穴) 어느 시골에 중년 과부가 살았다. 그 과부의 화용설부(花容雪膚 =꽃같은 용모에 눈같이 흰 피부)가 가히 남자들로 하여금 유혹하기가 쉬워서 문득 한번 바라봄에 남자들로 하여금 심신이 가히 표탕(飄蕩 = 방탕=음심동하게)케 하는지라. 살기는 어렵지 않으나 자녀를 하나도 두지 아니하여 다못 떠꺼머리 총각 한 놈을 머슴으로 데리고 있었다. 그 총각으로 말하면 워낙 천생이 우둔하고 암매하여 숙맥을 분간치 못하는 머슴이었다. 그러므로 이 과부집에는 가장 적격인 머슴살이였다. 어느 날, 과부가 우연히 바라본즉 자기의 침실한 모퉁이에 조그만 구멍이 있는데 쥐 한마라가그리로 들락날락하거늘, 이튿날 밤에 과부가 그 쥐를 잡고자 하여 치마를 들고 쥐무멍에 앉아서 뜨거운 물을 쥐구멍에 쏟아 넣었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