야담 야설 이야기 108

우 서방이 장가를 들었다

설화=우 서방이 장가를 들었다 우가네 막내인 우 서방이 장가를 들었다. 가난한 집안의 막내라 세간이라고 받은 건 솥 하나, 장독 하나, 돌투성이 밭뙈기 그리고 철도 안 든 수송아지 한마리뿐이다. 먹고살 길은 산비탈을 개간해 밭뙈기를 늘려가는 것밖에 없었다. 그러려면 소가 쟁기질을 해야 하는데, 아직도 툭하면 큰집 어미 소에게 달려가는 수송아지를 키워 길들이는 일이 급선무다. 우 서방은 송아지 키우는 데 온 힘을 쏟았다. 추수하고 난 남의 콩밭에 가서 낟알을 줍고 산에 가서 칡뿌리·마뿌리를 캐다 쇠죽솥에 넣었다. 그랬더니 송아지는 금세 엉덩짝이 떡 벌어지고 머리 꼭대기엔 뿔이 삐죽 올라왔다. 이젠 길을 들일 참이다. 큰집 형님 지시대로 냇가 모래밭에 소를 끌고 나가 쟁기를 씌우곤 형님이 앞에서 코뚜레를 잡..

대패 밥을 다시 찾다

야설=대패 밥을 다시 찾다 (木片復願) 어떤 한 선비가 나이 서른 살이 가깝도록 장가를 들지 못하다가 마침내 적당한 혼처가 있어 사주를 교환하고 혼인날까지 잡아 놓게 되었다. 그런데 이 선비가 혼례를 치르기 전에 은근히 처녀를 한 번 보고 싶은 마음에서 볼일이 있어서 지나던 길이라 핑계를 대고는 처가가 될 집에 들리게 되었다. 석양 무렵, 선비는 처녀의 방이 있음직한 뒤뜰로 나가 처녀가 나오기를 기다리면서 서성거리고 있자니까 과연 얼마 후에처녀가 방문을 열고 나오는지라 선비는 너무 당황한 나머지 돌아서서 소변을 보는 척하였다. 처녀 또한 장차 자신의 낭군이 될 사람이 어떤 사람인가 궁금해 하던 차라 부끄러움을 무릅쓰고 힐끗 선비의 등에 눈길을 주었다. 그런데 공교롭게도 석양에 길게 늘어진 그림자를 통해 ..

손 씻은물에 엃힌 사연

전설=손 씻은물에 엃힌 사연 민초시는 청빈한 선비다. 물려받은 재산은 넉넉지 않았지만 부지런히 논밭을 일궜고, 뼈대있는 집안에서 시집온 부인은 알뜰하게 살림을 꾸렸다. 비록 초가지만 티끌 하나 없이 깨끗하게 정돈해놓고 마당가의 텃밭도 반듯하게 다듬어 놓았다. 젊은 시절, 비록 과거에는 낙방했으나 이날 이때껏 농사를 지어오면서도 책을 놓는 법이 없어 동네의 서찰이나 비문은 모두 민초시 몫이었다. 글 하는 사람이 소문을 듣고 찾아오면 반가이 맞아 밤새도록 글솜씨를 주고받았다. 걱정없는 민초시에게 단 한가지 마음에 걸리는 것은 책은 멀리하고 잡기에 빠져 있는 열살 먹은 아들이었다. 호박에 목침 놓기,참외·수박서리, 남의 집 닭서리.여간 말썽꾸러기가 아니었다. 어느 초여름날, 들에서 돌아온 민초시가 마루에서 점..

아내에게 속은 포졸

야설=아내에게 속은 포졸 (捕卒見瞞) 한 포졸이 있었는데, 늘 밤에 나가 거리를 순찰하다 보니 아내는 혼자 밤을 지내야 했다. 예쁘고 총명한 그의 아내는 어릴 때부터 어느 대감댁에서 자라며, 그 댁 마님의 몸종으로 귀여움을 받아, 이 포졸에게 시집을 보내준 것이었다. 그러다 보니 아내는 대감댁을 드나들며 이 댁에 자주 오는 어느 문객(文客)과 자연히 눈이 맞게 되었다. 그래서 남편이 순찰하러 나가면 그 문객을 집으로 불러들여, 밤마다 맨살을 맞대고 즐거움을 나누었다. 어느 날 밤에도 역시 남자와 즐겁게 놀고 있는데, 마침 그 남편 포졸이 자기 집 근처를 지나가게 되었다 '초저녁부터 돌아다녀 피곤한데, 이왕 우리 집 근처에 왔으니 잠시 들어가 눈 좀 붙이면서 쉬었다 나오는 게 좋을 것 같다. 이렇게 생각하..

아이의 지혜

네 사람의 친구가 돈을 모아 장삿길에 나섰다. 길을 가다가 주막에서 하룻밤 묵어 가게 되었다. 큰돈을 어디에 둘까 궁리하다가 주막의 주모에게 맡겨두기로 합의했다. 네 사람이 돈을 맡기며 하는 말이, "우리 네 사람 중 누구 한사람이라도 개인적으로 와서 돈을 달라고 하면 절대로 내어 줘선 안되네. 우리 네 사람이 함께 와서 달라고 하면 그때 내어놓게. 약속 할 수 있겠소?" "그러믄요. 손님들이 시키는대로 할테니 염려마세요." 그리하여 네 사람은 안심하고 방에 들어가 쉬었다. 그런데 그 중 한 친구가 슬그머니 돈에 욕심이 생겼다. 네 사람 몫의 돈을 혼자 차지하여 그 돈으로 장사를 한다면 많은 돈을 벌 수 있겠다는 꾀가 들었다. 곰곰히 혼자 생각하다가 묘안이 떠올랐다. "이보게, 누가 빗 가진 사람 있는가..

분별없는 처녀의 마음

어느 산골에 예쁜 처녀가 살고 있었다. 그 처녀는 시집갈 나이가 되었으나 마땅한 신랑감이 나서질 않아 조바심을 내고 있었다. 그러던 어느 날 어떤 총각 장군이 이 처녀의 이야기를 듣고 결혼을 하자고 찾아왔다. 이 처녀는 그 말을 듣자 여태까지 나선 신랑감보다 훨씬 좋은 자리라고 생각하고 결혼을 승낙했다. 그런데 바로 이튿날이었다. 나라에서 제일가는 부잣집 아들이 또 이 처녀 이야기를 듣고 결혼하기를 청해 왔다. 처녀는 어제 온 장군 보다 더 잘 생기고 돈도 많은 부잣집 아들이 더 마음에 들었다. 그래서 처녀는 약속을 저버리고 부잣집 아들과 결혼하기로 했다. 그런데 또 그 이튿날이 되자 나라의 왕자가 찾아와 역시 그 처녀와 결혼하기를 청했다. 처녀는 또 어제의 약속을 저버리고 그 왕자와 결혼하기로 했다. ..

야담-발가벗은 동기가 품속에서

혼례 날짜가 아홉달이 남았는데 윤 도령은 그 전에 급제해 혼례식을 거창하게 올리겠다고 문중 재실에서 책과 씨름하고 있었다. 삼시 세끼는 멀지 않은 집에서 하녀 삼월이가 날랐다. 저녁 나절 함지박에 저녁밥을 이고 온 삼월이가 윤 도령이 식사를 다 할 동안 툇마루에 걸터앉았다가 , 빈 그릇을 이고 집으로 가는데 콰르르 소나기가 쏟아졌다. 발길을 돌려 문중 재실로 돌아왔다 홑적삼 치마가 소나기에 흠뻑 젖어 물에 빠진 병아리 꼴이 됐다. 초여름이지만 비를 맞고 나니 추워서 와들와들 떨다가 윤 도령이 자리를 비켜주자 옷을 벗어 짜고 널었다. 방에서 발가벗은 채 홑이불로 몸을 감쌌다. 날은 저물었다. 마루에 걸터앉아 있던 윤 도령이 벌떡 일어나 방으로 들어갔다. 삼월이는 기다렸다는 듯 아무 저항을 하지 않았다 이튿..

야담=여관 주인 부부와 소님

제주도에 사는 어떤 어부가 많은 돈을 가지고 서울에 와서 여관에 투숙하게 되었다. 그런데 그 여관 주인 부부는 원래 성품이 간악 한지라 간계를 써서 어부가 가진 돈을 빼앗고자 하여, 그의 처에게 일러 나그네가 깊이 잠든 틈을 이용해서 살짝 나그네가 자고 있는 방으로 들어가 곁에 눕도록 했다. 남자 주인은 나그네가 잠이 깰 때를 기다렸다가 짐짓 노발대발하며 큰 소리로, "너는 남의 아내를 유인하여 객실로 끌어다가 간통을 했으니, 세상에 이런 사악한 나그네가 어디에 있는가!" 하며 관가에 고소하겠다고 으름장을 놓는 한편, 자기 처를 때리니 그의 처가 울며 불며, "저자가 꾀어 방으로 끌고가 강제로 겁간(劫姦)을 하였소" 라고 말 하였다. 나그네는 깊은 밤에 생각지도 않았던 봉변을 당하게 된 셈이니, 입이 있..

속담=심술쟁이 시어머니와 며느리

옛날 옛적에 심술쟁이 시어머니와 착한 며느리가 한집안에 살았다. 하지만 시어머니는 며느리를 늘 못 마땅하게 생각하고 틈만 나면 구박을 했다 누가 봐도 며느리는 하나도 나무랄 데 없는 착한 여인이었다. 막말로말해 아, 애 잘 낳지..떡방아 잘 쪄 주지.. 거기다가 바느질, 음식솜씨도 뛰어난 훌륭한 며느리였다. 특히 떡방아를 잘 찧기는 동네에서도 따라 갈 사람이 없을 정도로 소문이 자자했다. 아무튼 시어머니는 사사건건 며느리가 하는 일에 트집을 잡았다. 이를 참다 못한 며느리가 남편에게 호소해 보았지만 돌아오는 건 핀잔과 매 타작이 전부였다. 날이 갈수록 시어머니의 구박은 나날이 도를 더해 갔다. 그래서 며느리는 독한 마음을 먹고 엉뚱한 생각을 하기에 이르렀다. 평소 떡방아를 찧으며 친분을 쌓아둔 읍 내 김..

전설=꽃봉오리처럼 피어오른 젖가슴에

민들레꽃전설 옛날 어느 마을에 귀엽고 예뿐 외동딸을 둔 부자가 살았습니다 하지만 웬일인지 귀염둥이 외동딸은 나이가 들어갈수록 수심에 찬 얼굴을 하고 있었습니다 한창 꽃봉오리처럼 피어오른 젖가슴에 오래 전부터 빨간 종양이 고통을 안겨 주 었기 때문입니다 그때만 해도 남녀가 얼굴을 마주칠 수 없는 시절이라 남에게 꽃봉오리를 내놓고 보일 수 없어 가슴앓이를 해야만했습니다 이를 보다못한 몸종이 이 사실을 주인에게 알렸지만 주인은 엉뚱하게도 남의 남자 를 사모해서 그런 것이라며 의심만 더했습니다 어쩌다 얼굴을 마주치는 날이면 부정한 자식이라며 외면해 버렸습니다 억울함을 가눌 길 없던 외동딸은 마침내 자살을 결심을 하고 강물로 뛰어들었습니 다 하지만 생명을 거두는 것은 내 마음대로 안 되는 법 때마침 강가로 고기잡..