까막눈 까막눈 봉득이는 뼈대있는 집안에서 태어났으나 여섯살 때 모친을 병으로 여의고 부친은 화병으로 드러누웠다. 어느 날 부친과 의형제를 맺은 최참봉이 강 건너 문병을 왔다. 두사람은 최참봉의 딸과 봉득이를 나이가 차면 혼인시키기로 약조한 사이다. “내가 죽거든 우리 봉득이를 자.. 야담 야설 이야기 2018.08.07
낙방거사 낙방거사 조초시는 털썩 주저앉았다. 하늘은 노랗고 땅은 꺼질 것만 같다. 누구는 칠전팔기라던데 조초시는 여덟번째 과거시험에 또 낙방한 것이다. 터벅터벅 주막집으로 가 술 한잔을 마시고 나자 허구한 날 남편 급제를 위해 새벽마다 정화수 떠놓고 신령님께 기도하고, 친정에 가서 .. 야담 야설 이야기 2018.07.20
억쇠와 최첨지 억쇠와 최첨지 억쇠는 작년에 최첨지네 집 머슴살이를 하며 뼈 빠지게 일하고 나락 열섬을 받기로 한 새경을 반밖에 못 받았다. 나머지 다섯섬은 다음해 추석에 주겠다는 약속을 받고 열달을 기다렸다가 마침내 추석이 3일 지나서 최첨지를 찾아갔다. 안동소주 한병을 사 들고 찾아간 억.. 야담 야설 이야기 2018.07.10
초립동 초립동 왕이 화가 났다. 인재를 골라 뽑아 평양감사로 내려보내도 보내는 족족 주색에 빠저 정사를 강 건너 불 보듯 하니 평양감영의 기강은 흐트러지고 백성들의 원성은 하늘을 찔렀다. 평양감사를 홀리는 여우는 부벽관의 홍엽이라는 기생이다. 왕은 믿을 신하가 없어 참판으로 있는 .. 야담 야설 이야기 2018.06.25
나루터 주막 나루터 주막 무실댁은 아이 못 낳는다고 시집간 지 4년 만에 시댁에서 쫒겨났다. 시아버지가 그래도 경우가 있어 며느리에게 가볍지 않은 전대를 주어 보냈다. 친정에서 묵으며 앞으로 어떻게 살아갈지 이 궁리 저 궁리 끝에 밭퇘기 딸린 초가삼간을 구해 볼까 하다가 도저이 혼자서 농사.. 야담 야설 이야기 2018.06.23
새경 깎기 새경 깎기 추수를 하고 나자 머슴들의 팔자가 늘어진 계절이 찾아왔다. 빈들빈들 놀며 가마니·맷방석· 멍석 등을 짜다가 동짓달이 꽉 차면 새경을 두둑이 받는 일만 남아 있는 것이다. 동네 봉놋방에서 술내기 투전을 하고 밤늦게 집으로 돌아온 홍과부네 총각머슴 억쇠는 아무리 대문.. 야담 야설 이야기 2018.06.19
월천꾼 월천꾼 “마님은 월천(냇가를 업어 건내주는 것) 을 시킬 수 없습니다.” 음풍천 외나무다리가 서너해 전 큰 장마에 떠내려가고 나서 가장 답답해 해야 할 억쇠네는 새 다리를 놓지 않았다. 노모를 모시고 음풍천가에 살며 산비탈 화전 밭뙈기 농사에 매달리던 열아홉 총각 억쇠는 기발한.. 야담 야설 이야기 2018.06.04
귀신들의 속삭임 귀신들의 속삭임 떠돌이 보부상 홍가는 타고난 역마살에 한번 집을 나서면 몇달씩, 어떤 때는 1년 넘게 방방곡곡을 쏘다닌다. 장사 수완이 좋아 곧잘 이문을 남기지만 방탕한 기질을 버리지 못해 주색잡기에 다 쏟아버린다. 영월 땅 산마루 주막집 주모와 눈이 맞아 열흘째 기둥서방처럼 .. 야담 야설 이야기 2018.05.3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