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음 사발 미음 사발 빈털터리 건달 녀석이 어디 술이나 한잔 얻어 마실까 하여 할 일 없이 저잣거리를 기웃거리다가 약재상 앞에서 발걸음을 멈췄다. 싸구려 한약재를 한자루 외상으로 사서 둘러매고 집으로 가 한약방 시동으로 있을 적의 경험을 되살려 환약을 만들었다. 그가 만든 환약엔 넣어.. 야담 야설 이야기 2018.09.26
살부지수(殺父之讐:아버지를 죽인 원수) 살부지수 아버지를 죽인 원수 어릴 적부터 앞뒷집에서 살며 친형제처럼 살아온 정초시와 오첨지는 그날도 동네 한복판 느티나무 아래 평상에 앉아 막걸리 한되를 걸고 장기판을 벌였다. “장이야 장 받아라 장.” 오첨지가 졸을 옆으로 빼자마자 정초시가 상을 성큼 움직여 장을 부른 것.. 야담 야설 이야기 2018.09.22
청상과부 고명딸 청상과부 고명딸 별당 기와지붕에 내려앉은 달빛은 교교한데 풀벌레 울음소리에 묻혀 가느다랗게 흘러나오는 딸애의 흐느낌에 윤대감의 가슴은 찢어진다. 권참판 댁에 시집보낸 딸이 일년도 안돼 청상과부가 되어 친정으로 돌아와 별당에 틀어박혀 두문불출하는 걸 애간장을 녹이며 지.. 야담 야설 이야기 2018.09.18
훈장님 훈장님 우리 훈장님 훈장님 훈장님 우리 훈장님 선비촌 서당에 훈장이 세로 왔다. 후리후리한 키에 수염은 길지만 백옥 같은 얼굴은 주름도 없이 탱탱해 도데체 나이를 가늠할 수 없었는데 촌장이 물었더니 69세라 해서 모두가 크게 놀랐다. 선비촌은 젊은이 늙은이 모두가 글이 높아 훈장이 견뎌 낼까 우려.. 야담 야설 이야기 2018.09.16
비단장수 비단장수 비단 옷감을 등에 진 곽서방은 주막 옆을 지나며 뜨끈한 막걸리 생각이 간절했지만 마수걸이도 못한 판이라 꾹 참고 마을로 들어섰다. 번듯한 기와집에 소도 서너마리 보이는 그럴듯한 집 대문 앞에서 “비단 사려. 치맛감, 저고릿감!” 소리를 세번 외치기도 전에 삐거덕 대문.. 야담 야설 이야기 2018.09.11
여우 한마리 여우 한마리 가을이 무르익자 여우 털에 자르르 윤기가 돌기 시작했다. 사냥꾼들이 바빠지는 계절이 온 것이다. 사냥꾼 곽씨가 황금빛이 도는 덩치 큰 여우의 뒤를 밟았다. 여우와의 거리가 좁혀졌을 때 ‘ 피융’ 화살이 가을 공기를 갈랐다. 여우가 펄쩍 솟아올랐고, 화살은 뒷다리 허.. 야담 야설 이야기 2018.08.27
흑룡의 여의주 흑룡의 여의주 권대감의 딸이 세도가 민대감의 삼대독자에게 시집가던 날, 온 장안이 떠들썩했다. 세상의 부러움을 한몸에 받으며 시집을 간 신부는 부귀영화로 가득 찬 시댁이 밤이나 낮이나 웃음뿐인 줄 알았는데 근심 걱정도 있다는 걸 알았다. 신랑이 결혼 전에 벌써 일곱번 이나 과.. 야담 야설 이야기 2018.08.24
심봉사의 근심 심봉사의 근심 심봉사가 뜨뜻한 아랫목에 발을 뻗고 벽에 기대어 누워 있으니 지난 세월이 주마등처럼 흘러갔다. 어린 심청을 강보에 싸서 온 동네 돌아다니며 젖동냥하던 일이 엊그제 같은데, 심청이는 벌써 일곱살이 되어 밥 짓고 빨래하고, 애비의 눈 노릇도 하는 게 대견 하기만 해서.. 야담 야설 이야기 2018.08.22
홍어 홍어 사랑방 처마끝에 매달린 잘 삭은 홍어가 봄바람에 까닥까닥 마르자 천석꾼 부자 최진사는 술 한잔 마실 때마다 홍어를 조금씩 찢어서 초장에 찍어 먹었다. 찬모 언년이는 술상이나 밥상을 들고사랑방을 들락거릴 때마다 홍어를 바라보며 침을 삼켰다. 어느 날 온 집안 식구들이 집.. 야담 야설 이야기 2018.08.15
문어 문어 허서방 선친이 운명한 지 일주기가 되어 소상 준비로 집안이 떠들썩하다. 뒤뜰에서는 멍석을 깔아놓고 허서방 숙부가 해물을 다듬는데 허서방의 새신부가 꼬치를 가지고 왔다가 발이 붙어버렸다. “아따 그 문어 싱싱하네.우리 형님 문어를 억수로 좋아하셨지.” 시숙이 손질하는 .. 야담 야설 이야기 2018.08.1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