야담 야설 이야기

여우 한마리

갓바위 2018. 8. 27. 11:38
여우 한마리

가을이 무르익자 여우 털에 
자르르 윤기가 돌기 시작했다. 
사냥꾼들이 바빠지는 
계절이 온 것이다. 
사냥꾼 곽씨가 황금빛이 도는 
덩치 큰 여우의 뒤를 밟았다. 
여우와의 거리가 좁혀졌을 때 ‘
피융’ 화살이 가을 공기를 갈랐다. 
여우가 펄쩍 솟아올랐고, 
화살은 뒷다리 허벅지 
가장자리를 찢고 지나갔다.
여우는 피를 흘리며 
도망쳤고 곽씨는 쫓았다. 
추격전 끝에 곽씨는 여우를 
거의 따라잡았지만 또다시 
활을 당기지는 않았다. 
더 이상 상처가 나면 모피
값이 떨어지기 때문이다. 
힘이 빠진 여우는 내리막 
걸음만 하다가 가막골 동네 
산자락까지 내려왔다. 
그때 개 한마리가 달려와 
여우 목을 물고 사냥꾼 곽씨가 
손쓸 틈도 없이 
동네로 내려가 버렸다. 
당황한 곽씨는 미리 화살로 
여우의 명줄을 끊지 않은 것을 
후회했지만 이미 엎질러진 물, 
그는 여우의 핏자국을 따라 
동네로 내려갔다. 
한편, 천석꾼 부자 임첨지는 
사랑방 문을 열어 놓고 
문지방에 기댄 채 장죽을 
뽑아 물고 있다가 깜짝 놀랐다. 
누렁이가 여우 한마리를 
물고 온 것이다. 
욕심이 동한 임첨지는 
뛰쳐 내려가 여우를 빼앗았다.
“살다 보니 이런 횡재수도
 생기네 그랴. 껄껄껄.” 
바로 그때, 삐거덕 대문이 
열리며 사냥꾼 곽씨가 들어왔다.
“실례합니다.” “누구요?” 
“그 여우를 쫓던 사냥꾼입니다.” 
정중한 곽씨의 말에 
임첨지가 눈썹을 치켜올렸다. 
“그래서?” 
“여우를 돌려주시지요.”
말이 떨어지기 무섭게 
임첨지의 무대뽀가 터졌다.

“당신 집에서 기르던 
여우를 우리 개가 물고 왔소?”
“제가 쏜 화살을 맞고 
피를 흘리며 도망가는 여우를 
한나절이나 쫓아왔습니다.”
“산속의 짐승은 모두가 당신 거요?”
언성이 높아지고 동네가 
시끄러워지자 둘은 동헌으로 가 
사또 앞에 서게 되었다. 
자초지종을 듣고 난 사또는 
미소를 짓더니 이방을 시켜 
여우의 껍질을 벗기도록 했다. 
사또가 여우 껍질을 들고,
“가장 먼저 저 여우와 만난 
사냥꾼은 여우의 껍질을 
원했것다?” “그러하옵니다.”
사또는 여우 껍질을 사냥꾼에게 
건네주고 나서 이방에게 물었다.
“다음에 여우를 만난 누렁이는 
물론 여우 고기를 원했겠지?”
이방이 고기를 던져주자 
누렁이는 그걸 물고 사라졌다.
“임첨지.” “예.” “당신은 도대체 
여기에 끼어들 일이 없느니라.”
웃음소리가 
동헌에 가득 찼다.
- 사랑방야화 -
복 받는날 되시길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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