야담 야설 이야기

훈장님 훈장님 우리 훈장님

갓바위 2018. 9. 16. 07:58
훈장님 훈장님 우리 훈장님

선비촌 서당에 훈장이 세로 왔다.
후리후리한 키에 수염은 길지만 
백옥 같은 얼굴은 주름도 없이 
탱탱해 도데체 나이를 가늠할 수 
없었는데 촌장이 물었더니 
69세라 해서 모두가 크게 놀랐다.
선비촌은 젊은이 늙은이 모두가 
글이 높아 훈장이 견뎌 낼까 우려했는데 
조금씩 풀어 놓는 학문 보따리에 
마을 선비들은 맥을 출 수 없었다.
일흔을 코앞에 둔 훈장은 기운도 
장사라 젊은이들도 쩔쩔매는 
쌀 한가마니를거뜬이 들어 올린다.
한번도 술 취한걸 보지 못해 
동네 사람들은 훈장이 술을 입에 
대지도 않는 줄로 알았는데,촌장 
회갑연에 가서 동네 어른들이 주는 
잔을 쉬지 않고 마시는데도
얼굴만 살짝 붉어지지 마셔도 마셔도 
헛소리 한마디 하지 않고 자세 하나
흐트려지지 않았다. 하지만 이상한 
것은 산을 잘 타지 못한다는 것이다.
동네 선비들은 이른 아침 이면 심신을 
단련한다며 마을 뒷산에 성큼성큼 올라
산 꼭대기에서 동쪽 하늘 일출을 
바라보며 요호~를 외치는데 훈장님은 
산천경개 휘휘 둘러보며 천천이 올라 
언제나 정상까지는 올라 가지 않고 
팔부 능선,가끔씩 구부 능선까지 
올라가 가부좌를 틀고 앉아 
숨을 고른 후 하산을 하는 것이다.
선비들이 왜 정상을 밟지 않느냐고 
물으면 대답은 않고 빙긋이 웃기만 했다.
어느날,대처에 지필묵을 사러 갔다가 
저녁 나절 냇가에 다다른 훈장은 
날은 저무는데 눈 녹은 물이 불어 
내를 건너지 못해 울상이 되어 
주저 앉아 한숨만
쉬는 홍과부를 만났다.
훈장은 두루마기를 돌돌 말아 허리춤에 
차고 바짓 가랑이를 사타구니까지
감아올려 성큼 두발을 냇물에 넣더니
 “어부바” 홍과부를 불렀다.
홍과부를 업고 내를 건넌 훈장은 그녀를 
내려놓고 성큼성큽 어둠속으로 사라졌다.

마흔세살 홍과부의 홍당무가 된 
얼굴을 어둠살이 가려 줬다.
홍과부는 집에 가 이불속에 드러누워 
강을 건널때 엉덩이를 잡은 
훈장님의 억센 손이 생각나 
사타구니가 뜨거웠다.
이튿날 홍과부는 떡을 해서 몸단장을 
하고 저녁에 서당으로 갔다.
그날밤, 서당에 딸린 훈장 사택은 
대들보가 내려앉을듯, 구들장이 
꺼질듯 난리가났다.  
항상 뻑지근하던 삭신이 노골노골해진 
홍과부는 어둠이 걷히지 않은
새벽녘에 집으로 돌아갔다. 
잦은 발길에 소문이 어둠을 비집고 
나오는 참에 자발없는 홍과부는 
과부 친구들한테 입방아를 찧어댔다.
고개 넘어 김과부도 강 건너 이과부도 
꿀단지를 들고 참기름을 들고 훈장을
찾아갔다.과부들에 얼굴이 훤해졋다.
 서당 수업이 이부제가 되었다.
낮엔 학동들이 천자문,사자소학을 
배우고 밤이면 마누라에게 
구박을 받는 남정네들 그리고 
주책없는 노인들이 모였다.
훈장의 강의가 펼쳐진다.
“정상을 밟지 마라.
팔부,구부 능선에서 하산하라.
자신의 精을 쏟아 내는 데서
즐거움을 찾지 말고,
여자가 즐기는 걸 
보는 데서 즐거움을 찿아라.
접이불루(接而不漏)!”
- 사랑방야화 -
복 받는날 되시길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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