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가와 이가 오가와 이가 오가와 이가는 앞뒷집에 사는 데다 동갑이라 어릴 때부터 네집 내집이 따로 없이 형제처럼 함께 뒹굴며 자랐다. 둘 다 비슷한 시기에 장가를 들었지만 오가 마누라는 가을무 뽑듯이 아들을 쑥쑥 뽑아내는데 뒷집 이가네는 아들이고 딸이고 감감 무소식이다. 의원을 찾아 온.. 야담 야설 이야기 2018.10.19
산삼도둑 허골 산삼도둑 허골 나무꾼 박씨는 걱정이 태산이다. 혼기를 한참이나 넘긴 딸이 올해는 가겠지 했는데 또 한해가 속절없이 흘러 딸애는 또 한살 더 먹어 스물아홉이 되었다. 사실 따지고 보면 딸년 탓이 아니라 가난 탓이다. 일년 열두달 명절과 폭우가 쏟아지는 날을 빼고는 하루도 빠짐없이.. 야담 야설 이야기 2018.10.17
붓장수 붓장수 꽃피고 새 우는 화사한 봄날은 쾌청 이건만 운무댁 얼굴은 오늘도 흐림이다. 붓을 팔러 이 장 저 장 돌아다니다가 보름 만에 집에 들어온 남편이란 게 감기가 걸렸다며 기침을 해데더니 저녁 수저를 놓자마자 이불을 덮어쓰고 벽을 보고 모르 누워 앓기 시작한 것이다. 간밤에는 .. 야담 야설 이야기 2018.10.14
못말리는 윤참판 못말리는 윤참판 윤참판은 그럴듯한 허우대에 인물 준수하고 언변 또한 좋아 자유자재로 사람들을 울리고 웃기는 재주를 가졌다. 열두살에 초시에 붙고 열여섯에 급제를 한 빼어난 문필에 영특하기는 조선천지 둘째가라면 서럽다. 성품도 너그러워 그를 미워하는 사람이 없는데다, 선대.. 야담 야설 이야기 2018.10.10
외가에 가는 길 외가에 가는 길 홍과부는 걱정이 늘어졌다. 친정부모가 외손녀를 보고 싶다는 전갈을 보내왔고 홍과부의 무남독녀 외동딸도 한여름을 외가에서 보내겠다고 해 보내긴 보내야겠는데 보내는 길이 문제인 것이다. 친정까지는 백리길이라 아무리 부지런히 걸어도 하룻밤 주막 신세를 질 수.. 야담 야설 이야기 2018.10.06
잡혀가는 국사범 잡혀가는 국사범 정주 기생, 오화춘이 어느 날 밤 낯선 손님 하나를 받았다. 비가 주룩주룩 쏟아지는 밤에 비에 젖은 선비가 도화옥을 들어서는데 허우대가 멀쩡하고 이목구비는 뚜렷하다. 촛불 아래서 낙수 소리를 들으며 오화춘과 나그네는 주거니 받거니 술을 마셨다. 대개 기생집에 .. 야담 야설 이야기 2018.10.04
고추 한배 고추 한배 삼남 일원에 여름 내내 비가 오고 역병이 돌아 고추 농사가 폭삭 망했다. 배짱 좋고 눈치 빠른 허탁은 돈보따리를 싸 들고 경상도 영양 땅으로 내달려 가 닥치는대로 고추를 사 모았다. 김장철이 다가오자 우마차 스물여섯대에 바리바리 고추를 싣고 영덕으로 가 배 한척 가득 .. 야담 야설 이야기 2018.10.02
소금장수 한의원 소금장수 한의원 죽령을 넘던 순옥 어미는 고갯마루 바위에 앉아 가쁜 숨을 몰아쉬며 이마의 땀을 닦았다. 단양 쪽에서 넘어오던 소금장수도 소금 지게를 받쳐 놓고 담뱃대를 빼물었다. 순옥 어미가 물었다. “어디로 소금 팔러 가시오?” “정한 곳이 있나요. 이 마을 저 마을, 이 집 저 .. 야담 야설 이야기 2018.10.01
나쁜 짐승 나쁜 짐승 첩첩산중 조그만 암자에서 홀로 수행하는 노스님이 탁발을 하고 돌아가다가 길섶 바위 아래 강보에 쌓인 어린 아기를 발견, 안고 암자로 돌아왔다. 노스님은 어린 사내아이에게 사슴젖을 먹이며 정성껏 키웠다. 아이는 자라면서 영특함이 번쩍이기 시작했다. 노스님은 아이에.. 야담 야설 이야기 2018.09.30
귀암계곡 호랑이 귀암계곡 호랑이 절벽이 병풍 둘러 하늘이 손바닥만하게 뚫어진 귀암계곡 30리를 빠져나가려면 초입에 자리 잡은 주막집에서 여럿이 모여 무리를 지어 떠나야 했다. 어떤 길손은 무리를 만들기 위해 며칠씩 주막에서 기다리기도 했다. 가끔씩 산적들이 길을 막기도 하고 호랑이가 대낮에.. 야담 야설 이야기 2018.09.29