야담 야설 이야기

외가에 가는 길

갓바위 2018. 10. 6. 09:59
외가에 가는 길

홍과부는 걱정이 늘어졌다. 
친정부모가 외손녀를 보고 싶다는 
전갈을 보내왔고 홍과부의 
무남독녀 외동딸도 한여름을 
외가에서 보내겠다고 해 보내긴 
보내야겠는데 보내는 길이 문제인 
것이다. 친정까지는 백리길이라 
아무리 부지런히 걸어도 하룻밤 
주막 신세를 질 수밖에 없는 데다 
열일곱살 외동딸을 혼자 
보낼 수도 없어 이 궁리 
저궁리해도 마땅한 해답이 없다. 
어떤 놈을 딸려 보내지?
 믿을 놈이 있어야 말이지!
홍과부는 부자다. 
죽은 남편이 생전에 하던 
새우젓 도매를 더욱더 키웠다. 
“새우젓 장사를 이만큼 키운 내가 
딸아이 제 외가에 보내는 
이 따위 일에 걱정을 하다니.”
매일 밤 하인을 하나씩 안방으로 
불렀다. 홑치마만 입고 보료에 누워 
“김서방, 내 다리 좀 주물러 주게.
” 홍과부 나이 이제 서른다섯, 
아직도 들어갈 땐 들어가고 
나올 곳 나온 탱탱한 중년이다. 
창고 관리를 하는
 김서방은 얼어붙었다.
 “뭘 하는가. 
내 다리 좀 주무르라니깐.”
김서방의 손이 종아리서부터 
무릎을 거쳐 허벅지까지 올라
갔을 때 갑자기 홍과부가 말했다. 
“일어서 보게.”
김서방이 일어나자 여름 홑바지를 
뚫을 듯이 양물이 솟아올랐다.
“나가 보게.” 
김서방은 불합격이다. 
행랑아범도 불합격, 박서방도,
 황선장도 불합격이다.
닷새째 밤, 집사 차례가 되었다. 
삼십대 후반의 홀아비 집사는 집 
안팎 일을 도맡아 착실하게 
일하며 홍과부에게 직언을 
서슴지 않는 강직한 사람이다. 
밤에 안방에 불려 가 농익은 
과부의 맨다리를 주무르라는 
명을 받고 한참 망설이던 집사는 
그대로 덮쳐 버린 것이다. 
도대체 몇년 만인가. 
홍과부는 “야, 이놈 무엄한지고.” 
이 말이 입 안에 맴돌고 
입 밖으로 나오지 않았다. 
하늘로 올라갔다, 
땅속으로 꺼졌다, 
구름 위를 걷다, 
절벽에서 떨어졌다 하며 
홍과부는 무아지경이 되었지만 
집사도 당연히 불합격이다. 

이튿날, 곰소와 줄포로 육젓 작황을 
보러 갔던 노총각 강군이 돌아왔다. 
홍과부는 그날 밤 강군을 불렀다. 
이럴 수가! 홍과부의 엉덩이까지 
주물러댔지만 강군의 
양물은 일어서지 않았다. 
“자네는 고자인가? 
아니면 내가 너무 늙었는가?” 
고개를 푹 숙인 강군은 “
저는 여자에 관심이 없습니다.”
이튿날, 외동딸 장도의 동행에 
강군이 선발되었음은 말할 
필요도 없는 법. 40리를 걷다가 
저녁 나절 월곡주막에 들어갔다. 
방 두개를 나란히 잡아, 
아씨가 한방, 강군이 옆방을 잡았다. 
저녁을 먹고 난 아씨는 방 앞 
쪽마루에 걸터앉아 강군에게 
재미있는 얘기나 해달라고 졸랐다. 
강군은 화려한 입심으로 자신이 
본 듯이 피를 빨아 먹는 처녀 귀신 
얘기를 하자 홍과부의 딸은 바짝 
다가와 강군의 팔을 잡았다. 
각자 제 방으로 들어갔다. 
얼마나 시간이 흘렀나, 
“엄마야!” 아씨가 비명을 지르며 
강군의 방으로 달려 들어왔다.
뒷간에 다녀온 강군은
 “아씨, 왜 그러세요?” 
“내 방에 귀신이…….” 
아씨는 달달달 떨며 
강군 품에 안겼다.
강군이 홍과부의 다리를 
주무르면서 양물이 서지 않았던 
것은 안방에 들어가기 직전에 
용두질을 하고 나서 노끈으로 
그놈을 다리에 묶었기 때문이다. 
그리고 주막에서는 반딧불이를 
몇마리 잡아 아씨방 들창 
안으로 몰래 넣었던 것이다. 
가을에 집사와 홍과부는 안방에 
살림을 차려 가시버시가 되었고 
입덧을 하는 홍과부의 무남독녀는
 강군과 혼례를 올렸다. 
강군은 집사를 
장인어른이라 불렀다. 
새우젓 도매상은 
더욱더 잘되었다.
- 사랑방야화 -
복 받는날 되시길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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