야담 야설 이야기
붓장수 꽃피고 새 우는 화사한 봄날은 쾌청 이건만 운무댁 얼굴은 오늘도 흐림이다. 붓을 팔러 이 장 저 장 돌아다니다가 보름 만에 집에 들어온 남편이란 게 감기가 걸렸다며 기침을 해데더니 저녁 수저를 놓자마자 이불을 덮어쓰고 벽을 보고 모르 누워 앓기 시작한 것이다. 간밤에는 중병에라도 걸린 것 같더니 이튿날 아침엔 발딱 일어나 진주 지필묵 도매상에 가야 한다며 휑하니 떠나 버렸다. 시집온 지 5년이 되었건만 한번도 등줄기에 땀이 나도록 시원하게 밤일을 치러 본 적이 없었다. 골방에 쳐박혀 붓만 만드니라 그런지 남편의 얼굴은 창백하고 팔다리는 삐적 마르고 손마다만 길었다. 어쩌다 운무댁이 가슴에 파고들면 마지못해 일을 치루지만 깝작깝작하다가 이내 픽 쓰러지고 만다. 언제나 가슴이 뻥 뚫린 운무댁이 양지바른 튓마루에 앉아 하염없이 담 넘어 들어온 복사꽃을 보고 있는데 서당 다니는 뒷집 총각이 불쑥 들어왔다. 시집왔을 때 코흘리게 개구쟁이더니 벌써 울대가 올라오고 목소리는 굵어졌다. “니 나이 몇이고?” “열일곱입니더.” “볼일이 뭐고?”“붓 하나 사려구요.” 운무댁은 헤 벌어진 치맛자락을 걷어 올리며 앞장서서 골방으로 갔다. 어두컴컴한 골방엔 붓이 가득찼다. 뒷집 총각이 붓 하나를 집어 들고 “아지매요, 이거 얼마 합니까?” 물었다.“그냥 가져라.” 그 말에 총각 눈이 둥그레졌다. “공짜로요?” “그래” “안됩니다,얼만지 말씀하세요.” 운무댁이 생긋이 웃으며 말했다. “니가 꼭 보답을 하려거든 그저께 삔 내 외발목이 나 주물러다오.”' 운무댁이 벽에 기대어 주저앉자 어깨가 떡 벌어진 뒷집 총각이 잠깐 주저하더니 꿇어앉아 버선을 벗기고 왼발목을 주무르기 시작했다.'' “아이고, 시원타. 주무르는 김에 종아리도 좀 주물러라.” 운무댁은 고쟁이 끝자락을 허벅지까지 끌어올리고 희멀건 다리를 뒷집 총각에게 맡겼다. 뒷집 총각은 숨소리가 가빠졌다. “니,벌떡 일어서 봐라.” 뒷집 총각이 일어서자 하초가 바지를 뚫을 듯이 곧추섰다. “이거 그냥 두면 내 발목처럼 삔다. 이리 오너라.” 허리띠를 풀어 버리자 바지가 내려갔다. 남편 것 과는 비교도 할 수 없는 우람한 양물이 끄덕였다. 운무댁은 치마끈을 풀어 젖가슴을 드러내 놓고 고쟁이를 내려 시커먼 옥문을 열자 열입곡 총각은 얼어붙었다. 폭풍이 번개처럼 지나가고 물 한사발을 들이켜고 나자 또다시 폭풍이 몰아쳐 이번엔 길게 길게 이어졌다. 이 동네에 또 한사람의 붓장수가 나타났다. 뒷집 총각은 서당 학동들에게 붓을 팔았다. 운무댁 남편 붓장수가 파는 붓값의 반값으로.. - 사랑방야화 - 복 받는날 되시길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