야담 야설 이야기

붓장수

갓바위 2018. 10. 14. 09:51
붓장수

꽃피고 새 우는 화사한 봄날은 쾌청
이건만 운무댁 얼굴은 오늘도 흐림이다.
붓을 팔러 이 장 저 장 돌아다니다가 
보름 만에 집에 들어온 남편이란 게 
감기가 걸렸다며 기침을 해데더니 
저녁 수저를 놓자마자 
이불을 덮어쓰고 벽을 보고 
모르 누워 앓기 시작한 것이다. 
간밤에는 중병에라도 걸린 것 
같더니 이튿날 아침엔 발딱 일어나 
진주 지필묵 도매상에 가야 
한다며 휑하니 떠나 버렸다.
시집온 지 5년이 되었건만 한번도 
등줄기에 땀이 나도록 시원하게 
밤일을 치러 본 적이 없었다. 
골방에 쳐박혀 붓만 만드니라 
그런지 남편의 얼굴은 창백하고 
팔다리는 삐적 마르고 손마다만 
길었다. 어쩌다 운무댁이 가슴에 
파고들면 마지못해 일을 치루지만 
깝작깝작하다가 이내 픽 쓰러지고 만다.
언제나 가슴이 뻥 뚫린 운무댁이 
양지바른 튓마루에 앉아 하염없이 
담 넘어 들어온 복사꽃을 보고 있는데 
서당 다니는 뒷집 총각이 불쑥 들어왔다.
시집왔을 때 코흘리게 개구쟁이더니 
벌써 울대가 올라오고 목소리는 굵어졌다.
“니 나이 몇이고?” “열일곱입니더.”
“볼일이 뭐고?”“붓 하나 사려구요.”
운무댁은 헤 벌어진 치맛자락을 
걷어 올리며 앞장서서 골방으로 갔다.
어두컴컴한 골방엔 붓이 가득찼다.
뒷집 총각이 붓 하나를 집어 들고
 “아지매요, 이거 얼마 합니까?”
물었다.“그냥 가져라.”
그 말에 총각 눈이 둥그레졌다.
“공짜로요?” “그래”
“안됩니다,얼만지 말씀하세요.”
운무댁이 생긋이 웃으며 말했다.
“니가 꼭 보답을 하려거든 그저께 
삔 내 외발목이 나 주물러다오.”'

운무댁이 벽에 기대어 주저앉자 
어깨가 떡 벌어진 뒷집 총각이 잠깐 
주저하더니 꿇어앉아 버선을 
벗기고 왼발목을 주무르기 시작했다.''
“아이고, 시원타. 주무르는 김에 
종아리도 좀 주물러라.”
운무댁은 고쟁이 끝자락을 
허벅지까지 끌어올리고 희멀건 
다리를 뒷집 총각에게 맡겼다. 
뒷집 총각은 숨소리가 가빠졌다.
“니,벌떡 일어서 봐라.”
뒷집 총각이 일어서자 
하초가 바지를 뚫을 듯이 곧추섰다.
“이거 그냥 두면 내 발목처럼 삔다.
이리 오너라.” 허리띠를 풀어 
버리자 바지가 내려갔다. 
남편 것 과는 비교도 할 수 없는 
우람한 양물이 끄덕였다.
운무댁은 치마끈을 풀어 젖가슴을 
드러내 놓고 고쟁이를 내려 
시커먼 옥문을 열자 
열입곡 총각은 얼어붙었다.
폭풍이 번개처럼 지나가고 
물 한사발을 들이켜고 나자 
또다시 폭풍이 몰아쳐 
이번엔 길게 길게 이어졌다.
이 동네에 또 한사람의 
붓장수가 나타났다.
뒷집 총각은 서당
 학동들에게 붓을 팔았다.
운무댁 남편 붓장수가 파는 
붓값의 반값으로..
- 사랑방야화 -
복 받는날 되시길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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