야담 야설 이야기

미음 사발

갓바위 2018. 9. 26. 09:07
미음 사발

빈털터리 건달 녀석이 어디 술이나 
한잔 얻어 마실까 하여 할 일 없이 
저잣거리를 기웃거리다가
약재상 앞에서 발걸음을 멈췄다.
싸구려 한약재를 한자루
외상으로 사서 둘러매고 
집으로 가 한약방 시동으로 있을
적의 경험을 되살려 환약을 만들었다. 
그가 만든 환약엔 넣어서는 안 될 
성분이 들었으니 바로 아편이다. 
건달 녀석은 수염을 기르고 갓집에서
도사들이 쓰는 높은 유건을 맞춰 쓰고 
검은 도포를 입고 오동나무 상자에
환약을 넣어 집을 나섰다. 
산 넘고 개울 건너 이 마을 저 마을 
지나며 커다란 기와집만 보면 
들어가 주인 영감을 만나 
화려한 입심으로 사기를 쳤다.
해구신·우황·명경주사·
산삼을 주원료로 한 정력제라며 
효력이 없으면 돈을 
안 받겠다고 큰소리쳤다. 
건달은 그 집 사랑방에서 자고
영감님은 안방으로 들어갔다. 
이튿날 아침에 영감님은 싱글벙글
돈주머니를 들고 오고, 화색이 도는 
안방마님은 씨암탉을 잡아 
거한 아침상을 들고 들어왔다. 
여기저기 돌아다니며 
건달의 전대는 무거워졌고,
허구한 날 닭백숙에 갈비찜을 
먹었더니 밤마다 하초는 뻐근한데
막상 자신은 독수공방이다.
하루는 어느 부잣집에 들어가려고
대문을 두드리자 열일고여덟쯤 
되는 처녀 혼자 집에 있다가
다리를 절면서 나왔다.
“낭자,
어젯밤에 낭자를 보았소이다.” 
건달의 말에 순진한 
처녀는 눈이 동그래졌다. 
“소녀는 어제 집 
밖을 나선 적이 없습니다.”
“현몽 속에 낭자가 
살려달라고 애원했소이다.” 
“이상하다.
다리의 종창은 다 나아가는데….”

“다리의종창에서 
고름이 많이 나왔지요?” 
 “네.” “다리의 고름은
다 나왔지만, 뱃속엔 아직 
많은 고름이 고여 있소이다.”
처녀는 사색이 됐다.
다리에 난 종창으로 거의 3개월
이나 수없이 고름을 짜내며 
얼마나 고생을 했던가. 몸서리
쳐지는 고름이 뱃속에 고였다니! 
처녀가 누워서 치마끈을 풀자
돌팔이 건달은 팔을 걷어붙이고 
처녀의 배를 쓰다듬었다. 
처녀는 기분이 이상했다.
엉큼한 돌팔이는 
처녀의 배를 쓸어내렸고, 
손끝이 옥문까지 다다랐다.
낭자의 손으로 여기를 만져 보시오. 
고름이 나오기 시작하오.”
처녀가 제 손으로 옥문을 
만져 보니 미끈미끈한 물이 
흥건히 나오는 게 아닌가.
다리의 종창에서 고름이 나올 땐 
찢어질 듯 아팠는데 뱃속의 
고름이 나올 땐 왜 
이렇게 기분이 좋은가. 
마침내 바지를 내린 돌팔이의 양물이 
고름 구멍(?)으로 밀고 들어갔다.
일을 마친 돌팔이는 부모가 
올세라 얼른 바지춤을 올리고 
줄행랑을 쳐 버렸다. 
장에 갔던 부모가 돌아오자
딸은 자초지종을 털어놨다. 
“아부지,이것 좀 보세요. 
고름이 이렇게 나왔어요.”
옥문에서 줄줄 흘러내리던
고름(?)을 사발에 받아 뒀던 것이다. 
처녀의 아비는 이를 갈며
 마당에 사발을 내던졌다. 
그때 마침 이 집 마당으로
 들어서던 이웃집 할미 왈, 
“부잣집에서는 이렇게 많이 
남은 미음 사발을 버리네.”
- 사랑방야화 -
복 받는날 되시길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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