야담 야설 이야기

까막눈

갓바위 2018. 8. 7. 13:14
까막눈

봉득이는 뼈대있는 집안에서 
태어났으나 여섯살 때 모친을 
병으로 여의고 부친은 
화병으로 드러누웠다.
어느 날 부친과 의형제를 맺은 
최참봉이 강 건너 문병을 왔다.
두사람은 최참봉의 딸과 
봉득이를 나이가 차면 
혼인시키기로 약조한 사이다.
 “내가 죽거든 우리 봉득이를 
자네가 좀 맡아주게.” 
두사람은 손을 굳게 잡았다.
한달이 지나 봉득이 아버지도 
이승을 하직하고 봉득이는 
최참봉네 집으로 들어가게 됐다. 
선친의 의형제 최참봉은 여섯살 
봉득이의 거처를 행랑으로 정해줬다.
봉득이는 마당도 쓸고 잔심부름도 
하며 밥값을 하다가 어느 날 
최참봉에게 서당에 가서 글을 
배우고 싶다고 청을 올리자 
최참봉 왈 “글은 배워서 
어디에 써먹을 게야! 
너는 열여섯이 되면 내 사위가 돼 
우리집 살림을 꾸려가야 해. 
내가 아들이 있냐, 양자가 있냐. 
네가 이집 대주가 되는 거야.” 
최참봉은 어린 봉득이를 
머슴처럼 부렸다.
봉득이도 최참봉의 약속을 
믿고 뼈가 부서져라 일했다. 
봉득이 조실부모하고 최참봉 집에 
들어온 지 10년, 열여섯이 되어 
최참봉 딸과 혼례를 
올릴 바로 그 해가 됐다. 
우수가 지난 어느 날, 최참봉은 
봉득이에게 심부름을 시켰다.
“너, 수리재에 다녀와야겠다.” 
봉득은 놀랐다. “
수리재라면 산적이 들끓는….”
“겁낼 것 없다. 이 서찰과 
물건을 가지고 수리재 꼭대기에 
가면 사람이 기다릴 것이다.
부지런히 걸으면 내일쯤 
그곳에 당도할 수 있을 게야.”
봉득이는 서찰을 품에 넣고 
겹겹이 싼 길고 묵직한 물건을 
들고 걸음을 재촉했다.
저녁나절 찬비를 맞고 오들
오들 떨며 주막에 들어갔다. 
뜨끈뜨끈한 구들방에 들어가 가장 
먼저 젖은 서찰을 곱게 펴서 말렸다.
한방에 유숙할 노스님이 힐끗 
서찰을 보더니 깜짝 놀라 “젊은이, 
까막눈인가?”하고 놀랐다.
“왜 남의 편지를 훔쳐보고 그래요!” 
봉득이 눈을 흘기자 노스님은 
목탁으로 봉득이 등짝을 후려치며 “
이놈아, 이 편지를 내가 읽어
볼 테니 어디 한번 들어나 봐라. 
오장수님, 명장이 
빚은 명검을 올립니다.
이 명검의 칼날이 얼마나 예리한지 
이걸 가지고 간 녀석의 목을 쳐서 
시험해주시기 바랍니다.”
오장수는 수리재 산적 두목으로
 최참봉은 매년 그에게 
공물을 바쳐 화를 면해왔다.
이튿날 아침, 봉득이는 스님을 
따라 첩첩산골 암자로 들어갔다.
최참봉에 대한 원한보다는 
자신을 죽이려는 글 한줄 
몰랐다는 게 한스러워 죽기 살기로 
공부해 5년 만에 과거에 
급제해 암행어사가 됐다.
봄비가 추적추적 오는 어느 날 밤, 
새파란 셋째첩을 끼고 누운 
최참봉 방문이 스르르 열리고 
암행어사가 장검을 들고 나타났다.
“보, 보, 봉득이!”하며 놀란 
최참봉에게 봉득이는 
낮은 목소리로 말했다.
 “칼날이 아직도 무디어지지 
않았는지 시험해봐야겠습니다.”
- 사랑방야화 -
복 받는날 되시길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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