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래 너는 어디서 뭘 하다 왔느냐?』
『예, 신라 땅에서 농사를 지으며 살다 왔사옵니다.』
『신라 땅이라니, 그 넓은 땅 어디서 살았단 말이냐?』
『예, 경주라는 고을이옵니다.』
『평생 뭘하고 살았는지 재미있는
세상 이야길 좀 자세히 말해 봐라.』
『예, 분부대로 아뢰겠습니다.』
노파는 허리를 굽실거리며 이야기를 시작했다.
『저는 일찌기 남편을 여의고 어린 딸과 아들 하나를
키우느라 평생 고생을 하며 살았습니다.』
『그래 혼자서 아들 딸을 키웠단 말이냐?』
『예, 시집 장가 보내 놓고도 줄 곧 집에만 있어
별다른 이야기가 없사옵니다.』
노파의 말에 염라대왕은 싱겁다는 듯
좌중을 한 바퀴 돌고는 한마디 더
건넨다.
『그래 집 밖 세상은 제대로 구경도 못했단 말이냐?』
『그러하옵니다.
저는 집만 지켰기에 방귀신이나 다름 없사옵니다.』
『뭐 방귀신? 이 늙은이 입이 매우 사납구나.』
염라대왕은 화가 머리끝까지 올라 벽력같이 고함쳤다.
『여봐라! 이 늙은이는 집만 지키는
방귀신이었다니 개가 되어 아들
집이나 지키게 해라.』
염라대왕의 불호령이 떨어지자 나졸들은
노파를 끌고 나가 개로 만들었다
이승에 있는 노파를 끌고 나가 개로 만들었다.
이승에 있는 노파 아들 박씨 집에서는 개 한 마리를 기르고
있었는데 갑자기 배가 불러지더니 한 마리의 새끼를 낳았다.
『어쩌면 꼭 한 마리만 낳았을까?
』
아니가 예뻐 어쩔 줄 몰라하자
남편도 곁에서 맞장구를 치며 좋아했다.
『고거 참 예쁘기도 하구나.
아무래도 보통 강아지가 아닌 것 같구려.』
이렇듯 내외의 사랑을 받으며 강아지는 날이
갈수록 건강하게 무럭무럭 자랐다.
강아지가 커서 중개가 되자 박씨 내외는 집안을
개에게 맡겨두고
온종일 들판에 나가 일을 했다.
대낮에 도둑이 들었다가도 개가 어찌나 사납게 덤벼들어 물고
늘어지는지 도둑은 혼비백산하여 짚신마저 팽개치고 달아났다.
그러나 신통하게도 동네 사람에게는 꼬리를
흔들며 더없이 얌전하고 친절하게 반겼다.
그래서 동네 사람들은 이 개를 영물이라 부르며 귀여워했다.
그러던 어느 날 삼복더위에 밭일을 마치고 돌아온
박씨는 갑자기 개를
잡아 먹고픈 마음이 생겼다.
『저걸 그냥 푹 삶아 놓으면 먹음직하겠구나.
거기다 술 한 잔을 곁들이면 그 맛이란..』
박씨는 생각만 해도 군침이 돌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