卍 ~ 어둠속 등불

자라를 구해준 부호

갓바위 2020. 7. 9. 08:28
자라를 구해준 부호 

어느 부호가 시장에 나갔다가 팔려고
나와 있는 자라를 보게 되었다.

측은한 생각이 든 부호는
자라 값을 물어보았다.

그러자 영악한 장사꾼은 한 푼이라도
더 받기 위해 부호의 자비심을 자극했다.

"백만 냥입니다만, 사가는 이가 없으면
제가 직접 삶아먹을 작정입니다."

부호는 선뜻 그 자리에서
백만 냥을 내주고 그 자라를 샀다.

집으로 돌아온 그는 자라를 깨끗한 물로 씻고
상처를 치료해준 다음 강으로 가서 풀어주었다

그런데 그날 밤, 낮에 풀어준 그 자라가 돌아와
대문을 두드리며 이렇게 말하는 것이었다.

"당신의 은혜로 목숨을 구했습니다만,
마땅히 보답할 것이 없습니다.

다만 저는 물에 사는 짐승이라
물에 대해서는 잘 알고 있습니다.

곧 대홍수가 일어날 테니
서둘러 커다란 배를 만들어 두십시오."

그 이튿날 부호는 궁궐로
달려가 이 사실을 알렸다.

그의 사람됨을 잘 알고 있던 국왕은 즉시
명령을 내려 낮은 곳에 사는 백성들을
모두 높은 산 위로 이주시켰다.

그러자 과연 장대비가 퍼붓기 시작하더니
달포가 돼도 그칠 줄 몰랐다.

그때 자라가 다시 와서 말했다.
"어서 배에 타고 저를 따르십시오."

자라는 앞장서서 물길을 안내했다.
배를 타고 한참 가다보니 뱀이 떠내려가고 있었다.

부호는 곧 긴 장대로 뱀을 건져 배에 실었다.
그리고 물에 빠져 허우적거리는 여우도 구해주었다.

그 모습을 본 자라는 무척 기뻐했다.
이번에는 사람이 떠내려가며

살려달라고 아우성을 쳤다.
부호가 건져주려 하자 자라가 말렸다.

"사람은 믿을 바가 못 되니 건져주지 마십시오."
"짐승들도 살리는데, 어찌 사람을 그냥 둘 수 있겠느냐."

부호가 사람을 건지자 자라는 안타까워했다.
이윽고 마른 땅이 나오자 자라가 말했다.

"이제 은혜를 갚았으니 저는 물러갑니다."
뱀과 여우도 각기 인사를 하고 떠났다.

얼마후 여우는 새 보금자리를 마련하려고
땅을 파다가 금 백근을 발견했다.

'그 부호에게 은혜를 갚아야겠다.'
여우는 곧 부호에게 달려갔다.

"제가 땅을 파다가 이 금을 발견했습니다.
절대 무덤이나 남의 집에서 훔친 것이 아닙니다.

제 목숨을 구해주신 은혜에 대한
작은 보답이라고 생각해주십시오."

부호는 받지 않으려 하다가 생각을 고쳐먹었다.
'받지 않고 그냥 두면 무엇하겠는가?

차라리 이 금으로 여러 백성들을 돕는게 좋겠다.'
부호가 여우가 주는 금을 받아들자,

물에 빠졌던 사람은 자기에게
반을 나눠달라고 요구했다.

부호는 그에게 금 열 근을 주었다.
그러자 그가 버럭 화를 내면서 협박했다.

"당신이 남의 무덤을 파서 금을 훔쳤으니,
내게 반을 주지 않으면 관가에 고발할 것이오.!"

"그게 무슨 소리요? 이 금은 여우가
땅을 파다가 우연히 발견한 것뿐이오."

부호가 백성들을 돕는 데 금을 써야 한다고 하자,
그 사람은 곧장 관가로 달려가 고발해버렸다.

부호가 곧 병사들에게 끌려가 옥게 갇히고 말았다.
이 사실을 알게 된 여우와 뱀이 머리를 모았다.

"이 일을 어떡하지?"
잠시 후 뱀이 말했다.

"내가 한번 구해볼게."
뱀은 어디선가 신약(神藥)을 구해온 다음
몰래 옥으로 기어들어가 말했다.

"이 약을 잘 간직하십시오.
저는 지금 궁궐로 가서 태자를 물 것입니다.

그러면 태자는 곧 사경을 헤매게 될 것인데,
이 약이 아니면 해독을 할 수 없습니다."

이윽고 뱀에게 물린 태자는 거의 숨이
끊어질 지경이었다. 왕이 칙령을 내렸다.

"태자를 살리는 사람을 재상으로 삼으리라."
이에 부호는 옥졸을 통해 태자에게 신약을 보냈고,

태자가 그 약을 먹고 기운을 차리자 왕이
부호를 불러 옥에 갇히게 된 까닭을 물었다.

부호가 자초지종을 말했고, 왕은 곧 물에
빠졌던 사람을 수배해 목을 베어버렸다.

그리고 부호를 재상에
임명해 함께 나라를 다스렸다.

물에 빠진 사람을 건져주면
보따리 내놓으라고 한다는 말이 있다.

정말 염치라곤
조금도 없는 사람이 할 짓이다.

그런데 우리 중 대부분이 화장실 가기 전과
다녀온 후의 마음이 변하는 사람이 아닌가?

  • 나무 아미타불 -

  • 팔만대장경 속에 숨어있는
    참 지혜로운 이야기 中에서 -

복 받는날 이루길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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