청도 운문사 사리암은 독성 기도처로 널리 알려져 있습니다.
약 30년 전, 사리암에서 약 30리 거리에 있는 청도군의 한 마을에
독성님께 정성을 다하는 노인이 있었습니다.
농사를 지었던 그 할아버지는 수확한 첫 과일, 첫 곡식, 첫 채소를
사리암 독성님께 갖다드리지 않고는 집안에서 손도 대지 못하게 했습니다.
과일과 채소는 반드시 사리암 독성님께 드린 다음 시장에 내다 팔았고
가을에 곡식이 익으면 먼저 사리암 독성님께 드릴 쌀 한 마지기를
타작하여 바친 다음 나머지 곡식을 추수했습니다.
이렇게 정성을 쏟은 할아버지의 소원은 장가 든 외아들 부부가
빨리 아들을 낳는 것이었는데 며느리는 연이어 딸만 셋을 낳았습니다.
할아버지는 답답했습니다. 답답하다 못 해 화까지 났습니다.
가을이 되자 할아버지는 첫 수확한 쌀 한 말을 자루에 넣었습니다.
멜빵을 만들어 쌀자루를 짊어지고
며느리에게 셋째 손녀를 업게 하고 사리암으로 갔습니다.
담배를 무척 좋아했던 할아버지였지만 '독성님께 바칠
공양미를 지고 간다'고 하여 담배 한 대 피우지 않았고,
쌀이 무거워 힘들 때도 '공양미를 지고 가면서 엉덩이를 땅에 내려놓고
쉬면 안 된다'고 하면서 깨끗한 바위에 잠깐 기대었다가 계속 걸었습니다.
그렇게 30리를 걷고 가파른 산길을 올라 사리암까지 온 할아버지는
쌀자루를 독성님 앞에 내려놓자마자 소리쳤습니다.
"독성! 당신이 나한테 해준 게 무엇이오?
내가 당신에게 잘못한 게 무엇이오?
나는 정말 정성껏 했소, 있는 정성 없는 정성 모두 다 바쳤는데
왜 내 소원은 들어주지 않는 거요? 나는 손자를 얻고 싶단 말이오.."
할아버지는 독성님을 향해 담뱃대로
삿대질을 하면서 큰 소리로 따지고 들었습니다.
한참을 소리소리 지르다가 할아버지는 수많은 신도들이 북적거리는
절 마당에서 두 다리를 뻗고 대성통곡을 하였는데..
그 일이 있는 직후
할아버지는 손자 둘을 연이어 얻었다고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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