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가 만나본 3명의 장애인 친구들
몇 년 전 유튜브에서 ‘당신에게 장애인 친구가 없는 이유’라는 영상을 본 적이 있다.
그러고 보니 정말 그랬다. 나에겐 장애인 친구가 단 한 명도 없었다.
사람 좋아하고, 친구 좋아하는 내가 장애인 친구가 없다는 것은
무언가 뒤통수를 한 대 맞은 것처럼 적잖은 충격을 주었다.
그리고서 갑자기 어떤 오기 같은 것이 생겼다.
‘그래! 장애인 친구를 만들자’
그 후로 나는 일이 됐든 뭐가 됐든 장애인을 만날 수 있는 기회를 만들었다.
이전보다 더 적극적으로 말이다. 그렇게 만난 3명의 장애인
친구들에 대해 이야기하고자 한다.(이름은 모두 가명을 사용하겠다.)
인터뷰 일로 만난 30대 민주
그녀는 그 누구보다 밝고 쾌활했다. 대화 내내 밝은 빛이 비친
느낌이 들 정도로 좋은 느낌을 준 민주는 뇌 병변 장애로 인해 거동이
불편했지만, 정상적인 사람보다도 활동적으로 생활하고 있었다.
그녀에게 장애는 더 이상 장애가 아니었다.
왠지 모르게 내가 어떤 도움을 줘야겠다는 생각이 잠시 들었다가
쏙 들어갈 정도로 민주와의 소통에 있어서 나는 어떠한 불편함도 겪지 못했다.
되려 본인의 발음이 부정확하여 잘 소통이 되지 않을까 걱정이라고 했다.
민주는 정확한 발음을 위해 매일 말하기를 연습한다고 했다.
친구의 소개로 알게 된 20대 기수
다양한 분야에 관심이 많은 기수는 흔히 우리가 말하는 MBTI로
칭하자면 ENFP였다. 극 외향인 ‘E’성향이 강한 그는 휴대전화에
저장된 친구만 해도 1,000명 가까이 된다고 했다.
나의 친구인 희재 그리고 기수. 이렇게 셋의 대화에서
우리는 누가 장애인인지 일반인인지 구분할 수 없을 정도였다.
평범한 일상에서, 맛있는 밥을 사 먹고, 카페에 가서 커피를 마시고 3차로
치맥 하며 헤어진 그 만남 속 대화에서는 생각하는 지점이 조금 다를 수는 있겠다
생각했지만, 이는 우리가 일반인 친구를 만나더라도 겪을 수 있는 일인 것이다.
김밥집에서 알게 된 70대 원로 작가 춘식
우연히 들어간 김밥집에서 알게 된 춘식은 청각장애가 있어 정상적인
소통이 어려웠다. 아니, 정상적이라는 표현은 틀린 것 같다.
소통은 가능했지만 여러 가지 방법을 사용해야 했다.
이야기를 주거니 받거니 나누다 보니 재치와 유머가 있어
듣는 사람을 웃기는 재주가 있으셨다. 그의 작품에도 유머를 느낄 수
있었으니 역시나 작품만 보아도 장애인인지 일반인인지 구분할 수가 없었다.
그 영상을 보기 전까지 나는 장애인 친구를 만들어야겠다고 생각하지 못했다.
그리고 이후에 만나게 된 장애인 친구인 민주, 기수, 춘식은 내가 장애인에
대해 가진 온갖 편견들을 깨부숴준 고마운 사람들이다.
그동안 지낸 일상에서처럼, 편안한 친구에게 전화를 걸어 안부를 묻듯이,
굳이 ‘장애인’이라는 타이틀을 달아줄 필요 없이 그저 내 친구인 민주, 기수,
춘식에게 내가 전할 수 있는 최대치의 우정을 나누고 싶다고 생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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