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 일어서도 내 키만한 엄마에게
새벽 네 시 반이면 문을 여는 김밥 가게
가게 주인은 우리 엄마 엄마는 등에 혹이 달린 곱추랍니다
다 일어서도 내 키만한 엄마 김밥 한 줄
꾹꾹 눌러 쌀 때마다 등에 멘 혹이 무거워 보입니다
그럴 때마다 나는 엄마의 혹을 살짝 내려놓고 싶습니다
끝내 메고 있어야 할 엄마의 혹 속엔 더 자라지 못한 엄마의 키가
돌돌 말려 있을 것만 같습니다
나는 도르르 말린 엄마의 키를 꺼내 쭈욱 늘려놓고 싶습니다
그래서 하루만이라도 꼭 오늘 하루만이라도 곱추등 쫘악 펴고
한잠 푹 주무시게 하고 싶습니다.
-한상순의 시 <엄마의 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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