卍 불교 교리 강좌

잘 살아도 내 팔자 못 살아도 내 팔자

갓바위 2023. 7. 11. 10:09

잘 살아도 내 팔자 못 살아도 내 팔자

"잘 살아도 내 팔자 못 살아도 내 팔자"

잘 살고 못 사는 것은 모두 자기가 타고난 운명에 달려 있다는 뜻이다.

얼핏 보면 불교의 인과응보의 가르침을 담고 있는 속담 같아 보인다.

 

그러나 인과응보는 불교뿐만 아니라 인도에서 발생한 거의 모든 종교가

공유하는 교리다. 불교를 정확히 알기 위해서는 인과응보에 대한 불교의

해석과 여타 종교의 해석이 어떻게 다른지 구별한 수 있어야 한다.

 

불교적 인과응보설에 의하면 내가 악행을 할 경우,

미래 또는 내생에 반드시 그에 상응하는 괴로움의 과보가 찾아온다.

악인고과(惡因苦果)로 진행되는 '이숙인(異熟因) → 이숙과'의 인과응보다.

 

이러게 악인은 반드시 고과를 초래하지만, 나에게 지금 고통스러운

일이 생길 경우 그것이 반드시 내가 지었던 악업의 과보인 것은 아니다.

여기에 불교적 인과응보의 특징이 있다.

 

자이나교의 경우 우리가 겪는 모든 고통의 악업의 과보라고 주장하였다.

숙명론적 인과응보설이다. 그러나 불전에서는 내가 지금 겪는 모든 고통의

원인이 내가 지었던 악업이 아니라 다른 여러 가지일 수 있다고 가르친다.

 

『밀린다왕문경』에서는 우리가 겪는 고통의

원인으로 8가지를 열거하는데 이는 다음과 같다.

 

①위장 내 가스의 과잉, ②담즙의 과잉, ③가래(痰)의 과잉,

④이들 세 가지의 화합, ⑤계절의 변화, ⑥불규칙한 섭생,

⑦심한 상해(외부로부터의 작용에 의한), ⑧업(보).

여기서 보듯이 내가 겪는 고통이 내가 지었던 악업의 과보가 아닌 경우가 많다.

 

예를 들어서 2004년 동남아시아에 쓰나미가 닥쳐서 23만여 명이 사망하는

대 참사가 일어났는데, 이때 참사를 당한 것이 사망한 사람들이 과거나

전생에 지었던 악업의 과보인 것은 아니란 말이다.

 

위에서 열거한 8가지 원인 가운데 '⑤계절의 변화'나

⑦심한 상해'로 인해 사망한 사람이 대부분일 것이다.

 

인과응보에 대한 이런 불교적 해석을 논리적으로

분석해 보면 부처님 가르침의 위대함을 더욱 실감하게 된다.

인과응보의 교리는 "악한 행동을 하면 고통이 온다."는 조건문으로 표현할 수 있다.

 

이 조건문에서 '악한 행동을 하면'을 전건(前件), '고통이 온다.'를

후건(後件)이라고 부른다. 그런데 이런 조건문을 근거로 삼아서

"나에게 고통이 왔다. 그러므로 나는 이에 해당하는 악행을 했을 것이다."라고

추론할 경우, 이는 논리적으로 '후건긍정의 오류'에 빠진

잘못된 추론이 되고 만다. 이런 추론은 다음과 같이 정리된다.

악한 행동을 하면 (A), 고통이 온다(B).

나에게 고통이 왔다(B). - 후건긍정

그러므로 나는 이에 해당하는 악행을 했을 것이다(A).

예를 들어서 "만일 이것이 고래라면 이것은 포유류다. 이것은 포유류다.

그러므로 이것은 고래다(결론)."라는 추론 역시 후건긍정의 오류를 범한다.

포유류 중에는 고양이, 강아지와 같이 고래가 아닌 것도 있을 수 있기 때문이다.

만일 이것이 고래라면(A), 이것은 표유류다(B).

이것은 포유류다(B). - 후건긍정

그러므로 이것은 고래다(A)

이와 마찬가지로 나에게 고통이 왔을 때 인과응보의 가르침을 떠올리면서

"내가 과거에 어떤 죄를 지었기에 이런 고통이 온 것이다."라고 생각한다면,

이는 '후건긍정의 오류'에 빠진 잘못된 생각이다.

 

"잘 살아도 내 팔자, 못 살아도 내 팔자."라고 할 때 '팔자'라는 말에는

숙명론적의 기미가 있다. 즉 후건긍정의 오류를 범하는 잘못된 속담이다.

 

지금 내가 못 살 경우, 즉 나에게 괴로움이 많은 겅우, 그것이 필자 때문만은

아니라는 점을 명심하고서, 고통의 극복과 제거를 위해 합리적으로 노력해야 한다.

부처님 가르침을 정확히 알고 따르는 불자라면 마땅히 그래야 한다.

속담 속에 담은 불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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