뛰어봤자 부처님 손바닥 안이다
"뛰어봤자 부처님 손바닥 안이다."
현장스님(602-664년)의 구법기를 소재로 명나라의 오승은(1500-1582)이
저술한 소설 《서유기》의 한 장면에서 유래한 속담이다.
바위 속에서 태어난 망나니 같은 손오공이 세상을 뒤흔들고 천상 세계까지
올라가서 난동을 부리자 부처님께서 나타나시어 손오공을 제압하신다.
부처님께서 손오공에게 당신의 손바닥을 벗어나 보라고 말씀하시자,
손오공은 근두운(筋斗雲)을 타고서 하늘 끝까지 올라가서,
눈에 보이는 다섯 기둥에 자신이 왔다간다는 글을 쓰고 돌아온다.
그러자 부처님께서 빙긋이 웃으시면서 손바닥을 펴 보이시는데,
그 글을 적은 곳이 바로 부처님의 손가락이었다.
그야말로 "(손오공이 날고) 뛰어봤자 부처님 손바닥 안이4(었)다."
《서유기》의 저자 오승은은 부처님의 명호로 '석가여래'를 택했다.
그러나 손오공을 교화하신 부처님이 '비로자나불'이셨다면 더 어울렸을 것이다.
왜냐하면 모든 생명체는 바로 비로자나 부처님의 품속에서 살아가기 때문이다.
비로자나 부처님은 《화엄경》의 부처님이시다.
비로자나는 범어 바이로짜나(Vairocana)의 음사어로, 광명변조(光明遍照)라고 풀이한다.
그 분의 광명이 우주에 가득하다는 뜻이다.
다시 말해 그 분의 몸이 우주에 가득하다. 우주 전체가 그 분의 몸이다.
화엄 신화(Myth)에 의하면 《화엄경》 '비로자나품'에 등장하는
대위광태자께서 이룩하신 무한 정진의 보살행의 공덕으로
건립된 곳이 바로 우리가 사는 이 우주다.
유식학(唯識學)의 가르침에 의하면 부처님께서는 법신(法身),
보신(報身), 화신(化身)의 세 가지 몸을 갖추고 계신다.
법신은 부처님께서 체득하신 우주 가득한 진리, 보신은 억겁의
보살행의 공덕이 쌓인 부처님의 마음, 화신은 인간의 몸으로 탄생하시어
32상 80종호를 갖추신 부처님의 몸에 해당한다. 《화엄경》의
비로자나 부처님은 이 가운데 우주 가득한 진리이신 법신 부처님이시다.
기독교에서 말하는 삼위에 대비시키면 법신은 하느님(또는 하나님)인 성부(聖父),
보신은 성신(聖神) 또는 성령(聖靈), 화신은 성자(聖子)인 예수에 대응된다.
탄허 스님의 가르침이다. 이 가운데 성부인 하느(나)님에 해당하는 분이
《화엄경》의 주불 비로자나부처님이시다.
뛰어보아도, 굴러보아도, 달려보아도, 날아보아도 모두 비로자나 부처님 품속이다.
살아도 비로자나 부처님의 품속이고 죽어도 비로자나 부처님의 품속이다.
이런 가르침을 바탕으로 삼아서, 필자가 지은 졸시(拙詩)
〈비로자나 여래〉 전문을 인용하면 다음과 같다.
비로자나 여래
항상 계신 분 태양처럼 밝고 어디든 비추기에 대일(大日)여래라 한다.
대낮 이마 위 공중에서 언제나 쏟아지는 그 따스함 처럼···
그러나 직시하면 눈이 멀까 봐 감히 바라보지 못했던 분
화엄경의 대위광태자께서 억겁의 보살도로 쌓아놓은 공덕들을
한목에 펼쳐서 세계를 지으려다 꼬물거리는 생명들
차마 방치할 수 없어서 그 몸 그대로 온 중생을 품으신 분
태양보다 밝기에 대일여래라 하고 비추지 않는 곳 없기에 광명변조라 한다.
모으면 한 점이고 펼치면 허공 가득. 어디든 중심이고 누구나 주인공.
바고 그분의 마음 소리 없는 빛이기에 대적광이어라.
-시집, 《억울한 누명》에서
속담 속에 담은 불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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