卍 불교 교리 강좌

꽃향기는 천리를 간다지만

갓바위 2023. 11. 11. 08:55

 

꽃향기는 천리를 간다지만

아래 글은 어느 해 겨울이 열릴 때 법정 스님께서 제자에게 보내신 편지

간추림이다. 스님은 늘 다정다감하게 손을 내밀어 제자들을 이끌어 주신다.

이 속에 스님이 살아오신 온 세상이 고스란히 담겼다.

수행자에게 묵은 편지 받고 회신이 늦었다.

마음 길이 열려 있어 무소식이 희소식이라고 여기고 있다.

- 소유에 눈을 팔면 마음문이 열리지 않는다. 하나가 필요하면 하나로써 족할

뿐 둘을 가지려고 하지 마라. 둘을 갖게 되면 그 하나마저 잃게 될 것이다.

- 모든 욕망과 집착에서 벗어나 어디에도 얽히거나 매이지 않고 안팎으로

홀가분해졌을 때, 사람은 비로소 온 우주와 하나가 될 수 있다.

개체에서 전체에 이르는 길이 여기에 있다.

- 수행자가 진리를 실현하려는 구도자로서 자기 순수성을 지키려면, 세속 사찰제

도에서 벗어나 그 어디에도 예속되지 않는 독립된 개체로 존재할 수 있어야 한다.

- 행여 깨달음을 얻기 위해서 수행을 한다고 생각하지 마라. 깨달음은,

굳이 말을 하자면 보름달처럼 떠오르는 것이고 꽃향기처럼 풍겨오는 것. 수행을

하는 것은 그 깨달음을 드러니기 위해서다. 종교 여행은 시작은 있고 끝은 없다.

그저 늘 새롭게 출발할 뿐이다. 그 새로운 출발 속에서 향기로운 연꽃이 피어난다.

 

사람은 누구를 막론하고 자기 자신 안에 신비로운 세계 하나를 가지고 있다.

홀로 있지 않더라도 사람은 누구나 그 마음 밑바닥에서는 고독한 존재다.

그 고독과 신비로운 세계가 하나가 되도록 거듭거듭 안으로 살펴라.

- 성인 가르침이라 할지라도 종교 이론은 공허한 것이다.

그것은 내게 있어서 진정한 앎이 될 수 없다. 진정한 앎이란 내가

몸소 직접 체험한 것,이것만이 참으로 내 것이 될 수 있고 나를 이룬다.

- 안으로 돌이켜 생각해 보면 남에게 물을 일이 하나도 없다.

​늘어나는 빈 가지에서 새봄 싹을 찾아보아라.

나는 시작하기 위해 길 떠날 채비를 하고 있다.

 

어느 해 방송사 기자가 법정 스님에게 물었다.

​"스님은 다가올 미래에 대해서 어떤 기대를 가지고 계십니까?"

"저는 오늘에 살고 있을 뿐, 미래에 관심이 없어요. 저는 솔직히 내일과 미래에

대해서 전혀 기대를 하지 않습니다.그저 하루하루 그렇게 살아갈 뿐입니다.

바로 지금이지, 그대가 따로 있는 것이 아닙니다.

 

과거를 따라가지 말고 미래을 기대하지 말아야 합니다.

한번 지난 것은 이미 버려진 것, 미래는 아직 오지 않앗습니다."

​지난 일에 발목 잡히고, 내일 일에 골몰하느나

지금 주어진 진자 삶을 놓쳐서는 안 된다는 준엄한 말씀이다.

절집에는 성직자가 없다. 오직 수행자만 있을 뿐. 스님께서는 '맑음은

저마다 청정을, 향기로움은 그 청정이 세상을 향한 메아리'라고 말씀하신다.

그 말씀은 곧 '화향천리행 인덕만년훈花香千里行 人德萬年薰

꽃향기는 천리를 간다지만 사람 덕은 만년 동안 훈훈하다.'는 말씀이다.

 

바다가 보였다. 바다를 향해 달렸다.

들고 있던 종지를 바다에 담갔다. 종지는 그대로 바다가 되었다.

종지를 들어 올렸다. 바다는 어디 가고 종지물만 남았다.

법정스님 숨결 변택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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