충고를 한다는 것
"옛날 소를 키우는 사람이 있었다. 자신의 소는 내버려둔 채
남의 소에 온통 관심을 보이며, 자신의 소유로 착각한 채 살아갔다.
세월이 지남에 따라 버려 둔 자신의 소는 맹수에게 해를 당하거나 숲속에서
잃어버리는 등 그 수가 날로 줄어들었다. 그러나 그는 끝내 그것을 깨닫지 못했다."
이상은 부처님 말씀이다. 이래야 되고 저래야 된다는 자신의 잣대를 휘두르며,
자신이 옳다고 생각하는 삶을 주변 인연들에게 은근히 강요하거나, 그들의 삶을
지적하는 데 정신을 빼앗긴 채 살고 잇있다면 남의 소를 키우는 사람이다.
누군가에게 가볍게 충고를 하는 일 또한 크게 다르지 않다.
상대방이 어떤 충고라도 받아들일 수 있는 겸허한 마음으로
조언을 구하는 것이 아니라면 굳이 충고 할 필요가 없다.
진정으로 마음을 열고 충고를 받아들일 준비가 되어 있지 않다면,
어떠한 충고도 전적인 신뢰를 담보해낼 수 없다. 충고의 일부가 받아들여진다고
해도, 그것마저 믿고 받아들인 것이 아니다.
상대의 충고를 '받아들여도 되겠다'는, 혹은 '받아들일만 하다'는
자신의 판단력을 다시 한번 확인하고 믿은 것에 다름 아니다.
전적인 신뢰가 전제되지 않는다면, 타인의 충고를 통해 자신의
안목을 넘어서는 해결책을 찾는 것이 어려운 까닭이 여기에 있다.
하심(下心)과 신뢰가 없다면, 겉으로는 충고를 받아들이는 듯해도,
실상은 상대를 배려하는 듯한 가식적인 몸짓에 불과하다.
서로 간 어색하지 않은 인간관계를 유지하기 위해, 더 정확히 말하면
어색한 분위기를 견뎌야 하는 불편함을 겪지 않기 위해, 상대방에 대한
배려가 아니라 자신의 마음이 편하기 위해 짐짓 귀 기울이며
감사의 인사치례까지 덧붙이는 것일 뿐, 얄팍한 처세술에 지나지 않는다.
간절한 마음으로 하심(下心)하여 조언을 구하지 않았음에도 불구하고,
일방적으로 내뱉는 충고는, 자신의 소는 내버려둔 채 남의 소에 온통 관심을
기울이는 전형에 해당된다. 상대가 조언을 부탁해도 무엇이 옳고 그른지.
상황이 어떠한지를 일목요연하게 정견(正見)할 수 없다면
충고를 하지 않는 것이 지혜로운 사람이다.
하물며 상대가 조언을 원하지 않는 가운데, 자신의 안목이 부족한
줄도 모르고 하는 충고라면, 아무리 의도가 좋아도 받아들여지지 않는다.
상대의 감정을 상하게 하지만 않았어도 다행이다.
상대방이 원하지도 않았고, 문제를 진단하고 해결책을 제시할 안목이
없는데도 버젓이 자행되는 충고라면 결코 상대를 위한 충고일 수 없다.
우쭐한 마음으로 충고하고 지적함으로써, 자신이 상대방보다
더 똑똑하고 능력이 있다는 망상을 즐기는 것에 다름 아니다.
상대에 대한 진심어린 애정과 배려가 없이 자신을 과시하기 위한
자기만족의 수단으로 충고를 하는 것은 부처님게서 말씀하신
"자신의 소뿐만 아니라. 남의 소까지 망치는 일"에 해당된다.
부처님께서 소 키우는 사람의 비유를 통해 수행자가 갖춰야 할
가장 중요 덕목으로 강조하신 것은 지행합일(知行合一)이다.
"수행자가 아무리 많이 알고 있다고 해서 정작 자신은 알고 있는 바를 다르고 실
천하지 않으면서 남을 가르치는 데 마음을 쓴다면, 저 소 키우는 사람과 같다."
귀로 보고 눈으로 듣는다
'卍 불교 교리 강좌' 카테고리의 다른 글
종교도 그 뭣도 아닌 업식놀음 (1) | 2023.11.15 |
---|---|
가장 부유한 가난뱅이 (1) | 2023.11.14 |
달마도의 진실 (1) | 2023.11.13 |
굳게 참아 나를 버리는 정신 보살의 원력 (0) | 2023.11.13 |
축지법의 비밀 (0) | 2023.11.13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