卍 불교 교리 강좌

문 밖의 깃발을 꺽어라

갓바위 2023. 11. 21. 09:35

 

문 밖의 깃발을 꺽어라

아난존자는 부처님의 법문을 가장 많이 듣고 기억까지 하고 있어서

'다문(多聞)제일'로 칭송을 받았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부처님 열반 후

가섭존자의 주창으로 오백 성승이 참여한 가운데 진행된 경전 결집에

참석하지 못했다. 깨닫지 못했다는 이유로 참석이 허락되지 않았기 때문이다.

경전 결집에 참석하지 못하게 된 아난존자는

답답한 마음에 가섭존자께 물었다.

"부처님께서 사형에게 전법(傳法)하실 때

금란가사 외에 따로 무엇을 전하셨습니까?"

이에 가섭존자게서 문득 "아난아!" 하고불렀다.

 

아난존자가 "예"하고 대답하자, 가섭존자께선 즉시 "문 앞에 있는

찰간대를 꺽어버리라"고 말했다. 그러나 아난존자는 말을 알아듣지 못했다.

아난존자는 상심에 빠지지 않고 초심으로 돌아가 사흘 밤낮 동안

용맹 정진했다. 어째서 찰간대를 꺽으라고 했는지 간절히 의심한 끝에

법계에 가득한 한 권의 살아 숨쉬는 경전을 읽고 깨달음을 성취했다.

그리고 곧바로 경전 결집에 참여해 부처님 말씀을 들은

그대로 하나도 빠짐없이 구술하여 경전 결집의 주역이 되었다.

무수한 법문을 듣고 기억까지 했으면서도 깨닫지 못했던

아난존자의 마음이 활짝 열리게 한 살아있는 경이란 무엇일까?

이 경과 관련된 반야다라 존자의 일화가 있다.

달마스님에게 법을 전하신 불조 정맥 27대인 반야다라존자께서

어느 날 궁궐의 재에 참석하셨을 때의 일이다.

왕으로부터 "다른 스님들께서는 모두 경을 읽고 계시는데,

스님께서는 어째서 경을 읽지 않습니까?란 질문을 받게 되자

반야다라 존자께서는 다음과 같이 대답하셨다.

 

"빈도는 숨을 들이 쉴 때에는 오온(五蘊)과 십팔계(十八界)에 머물지 않습니다.

숨을 내 쉴 때에는 뭇 인연에 얽매이지 않습니다.

항상 이와 같이 백천만억 권의 경을 읽는 것입니다."

 

반야다라 존자께서 말씀하신 '백천만억의

경'에 대해 친절하게 설파해 놓은 불조의 게성이 있다.

아유일권경(我有一券經) 내게 한 권의 경이 있는데

불인지묵성(不因紙墨成) 종이와 묵으로 이뤄지지 않았네.

전개무일자(展開無一字) 펼치면 한 글자도 없으면서

상방대광명(常放大光明) 늘 큰 광명을 발하고 있구나.

종이와 먹으로 이루어지지도 않았고, 한 글자도 없지만 항상 광명을

발하는 이 한 권의 경전이 보고 듣고 말하는 것을 보고 듣고 말할 수 있는가?

귀로 보고 는으로 듣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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