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모님과 못난 사위
'딩동딩동'
초인종 소리에 현관문을 여니 택배 아저씨가 땀을 흘리며 서 계셨습니다.
"무거워 혼났네. 아휴 힘들어"현관문 앞에는 커다란
포대자루가 세 개가 놓여 있었습니다. "멀리서 보내 왔네요.
여기 서명 하시고. 에고 허리야 에구구' 서명 을하고 택배비를 지불하자
뒤도 안돌아 보고 얼른 가시는 택배 아저씨.
쌀 40kg 짜리 두 포대와 감자, 양파 마늘 든 한 포대.
아내의 고향은 땅끝 마을, 철새 도래지 해남 입니다.
그러니 저의 처가집도 해남이지요. 고등학교를 졸업한 아내는 직장을 위해 고향을
떠나 상경하여 직장을 몇 년 다니다가 우연히 중매로 저를 만났습니다.
그 당시 저는 대형 화물차를 운전하는 요즈음말로 운 짱 이었습니다.
한동안 사귀다가 결혼 승낙을 받기위해 커다란 화물차를 끌고
해남 처가 집에 갔었습니다. 십 몇 년 전만해도 해남을 가려면
구불구불 좁은 도로로 최소한 5~6시간을 가야했습니다.
지금이야 도로가 잘 뚫려서 4시간(?)이면 가지만.
천안에서. 시골동네 딸의 사윗감이 온다는 소식을 들었는지 몇 명의 동네 아줌마
들이 처가 집에 모여 있었고 집안에 들어서자 웅성거리는 소리가 들렸습니다.
"사윗감이 운전수인가 보내이" "키가 쪼까 거시기 해 불구먼"
"워메 징한거 딸은 덩치가 산 만헌디 사윗감은 째깐헌게..
바꼈으면 좋았을 것 인디" 동네 아줌마들의 수다 소리를 들으며 안방에
들어서니 장인어른과 한복을 곱게 입으신 장모님이 물끄러미 앉아계셨습니다.
"사윗감 인사 올립니다. 절 받으세요." 하고
아내와 절을 하려는데 장모님께서 갑자기 휙 돌아앉으시더군요.
절을 마치고 앉아 있으니 돌아앉은 장모님께서 "덩치도 작고 더군다나
불안한 운전수니 난 반댈세. 서운하게 생각 마시게"
"이 사람이 무슨 말을 그리하누. 자네가 저 큰 차를 운전하나? 힘은 좋구먼"
힘으로 차를 운전하는 줄 아시는 장인 장모님 모두 저를 못마땅해 하셨습니다.
하긴 처가집 식구들은 체격도 키도 컸고,
손위 동서도 마찬가지였으니 키 작고 왜소하고
운전하는 저를 못마땅해 하는 것은 어쩌면 당연 했습니다.
제가 입장을 바꿔 생각해도 어쩌면 아마 저도....그렇게 서운함과
갈등으로 처가 집에서 하룻밤을 보내고 슬프게 돌아왔습니다.
자식 이기는 부모 없다고. 아내의 고집으로 결국 살림을 차렸습니다.
저는 바로 운수업을 접고 회사에 입사하여 교대근무 하며 열심히 일했습니다.
비록 결혼식은 못 올리고 혼인신고만 한 체 단칸방에서 시작된 생활이었지만
서로를 의지하며 살았고 또 장모님께 믿음을 주기위해 노력을 했습니다.
두 아이가 태어나고 몇 년지나 결혼식을 올렸습니다.
8년 전... 결혼식장에서 내내 눈물을 보이시던 장모님. 서운해서 우신 건지,
속상해서 우신건지, 기뻐서 우신건지 알 수는
그리고 노력해서 아파트를 사서 입주하고 며칠 지나 두 분이 아파트에 오셨습니다.
"이 서방 고생했네. 고맙네 고마워 이 서방" 또 우시던 장모님.
아직도 저는 그때 장모님의 눈물의 의미를 잘 알지 못했습니다.
해마다 저희 집엔 멀리 해남에서 택배가 일 년에 두서너 번 오고 있습니다.
장인어른이 몸이 안 좋아 장모님 혼자 손수 농사일을 하셔서 그 무뎌진
손으로 갈라진 손으로 수확한 쌀과 온갖 농산물들을 보내오십니다. 오늘도
장모님의 사랑이 듬쁙 담긴 택배가 그전의 못난 사위인 저에게 도착했습니다
잘 받았다고 고맙다고 장모님께 전화를 하자 장모님께서
"내가 고맙네 이 서방. 고마워 건강하시게나" 그전의 서운함이 눈 녹듯 녹고...
네 잘 살겠습니다 행복하게요. 건강하세요. 장모님
이번 여름휴가에는 아이들과 시간 맞춰서 외할머니, 처가 집에 가려고 합니다.
가서 어깨도 주물러 드리고 장모님의 사랑을 듬뿍 받고 오려 합니다.
장모님! 저 못난 사위 아니죠? 이쁜 사위죠? 장인, 장모님 건강하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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