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울할 때도 있는 거지 뭐
종종 행복하지 않다고 생각해요. 갑작스레 지독한 우울감이 찾아와
내 일상을 무너뜨립니다. 최대한 좋은 얘기, 긍정적인 생각 등을
공유하려고 노력하지만, 선천적으로 마냥 낙천적이고 긍정적인 사람은
아니어서 이따금 밀려오는 우울감에 정신없이 밑으로 가라앉아 버리곤 하죠.
지독한 우울감을 느끼면서 '이렇게 사는 게 무슨 소용일까',
언제쯤 걱정 없이 행복하다는 말을 자연스레 내뱉을 수 있을까'
등등 온갖 염세적인 생각을 했습니다.
내 마음이 건강할 땐 무슨 일이 생기더라도 ‘그래, 괜찮아.
조금 더 힘내자.' 하고 긍정적인 생각을 하지만, 마음이 무너져 있을 때면
어떤 상황도, 어떤 말도 위로가 되지 않았죠.
자신을 갉아먹는 게 당연한 것처럼 나를 깎아내리고 저 깊은 절망의
심연으로 떨어지는 데 익숙합니다. 이 세상 모든 사람이 행복해 보이는데
나 혼자 불행한 것 같고, 아무도 내 마음을 몰라주는 것
같은 우울함과 외로움. 더불어 밀려오는 무기력함.
아마 이런 감정을 태어나서 한 번도 느껴 보지 않은 사람은 없을 겁니다.
지독한 우울함을 안고, 평평 울다가 잠들어 눈이 부은 채 아침을 맞은
경험 말이죠. 그러니 이런 우울함을 결코 나 혼자만 겪는 불행이 아니라,
누구나 겪는 흔한 감기 같은 것으로 생각하면 좋겠습니다.
개운하게 눈을 뜨는 아침이 있는가 하면 한편 몽롱하고 몸이 으슬으슬한 채
깨는 아침도 있습니다. 몸 상태가 항상 개운하고 좋은 것은 아닌 것 처럼,
마음도 항상 건강하고 행복하기만 하지는 않지요.
가끔 찾아오는 몸살감기처럼, 우울함도 그런 시점으로 들여다보면 좋겠습니다.
몸살에 걸렸다고 '왜 이렇게 건강관리를 못 했어' 하며 자책하는 대신
아, 오늘은 집에서 좀 푹 쉬어야겠다 라고 생각할 수 있도록 말이죠.
그렇지만 우리는 '우울한 나'에게 결코 관대하지 않습니다. 어둠의 심연을
허우적거리는 자신을 위로하고 달래기보다는 '나는 왜또 이렇게 우울할까' 하며
자책하죠. 함께 찾아오는 무기력 함에 아무것도 안 하고 있으면 그런 나를
미워하며 더 깊은 우울함에 빠지기도 합니다. 남들은 무난하게
잘 사는 것 같은데, 지나치게 예민하고 감정적인 자신이 마냥 싫기도 해요.
왜 이렇게 유별나게 구는지 도통 이해할 수가 없죠.
병원에서는 우울증이 마음의 감기라고 합니다. 우울할 때 는 어떤 말도 위로가
되지 않겠지만, 하나만 기억했으면 좋겠습니다. 이 우울함이라는 것은 모두가
한 번씩은 겪는 보편적인 감정이라는 것. 끝이 있는 감정이라는 것을요.
영원히 그 속에서 허우적거리다가 결국 빠져 죽을 것 같다고 느낄 때도 있지만,
저도 그렇고 다른 사람 모두 그 감정으로 힘들어하고 아파한 적이 있다는 것이
조금이나마 위로가 될 수 있다고 믿어요. 종종 옆 사람이 "나도 요즘
진짜 우울해"라고 하는 말이 큰 위로로 다가올 때가 있잖아요.
우울함이 나만 겪는 감정이 아니라 다른 사람도 흔하게 느끼는 보편적인
감정이라는 것을 받아들이면, 우울함의 색이 조금 옅어지는 것을 느낍니다.
혼자만의 감정이라고 느낄 때는 아주 짙은 검은색이었는데,
다들 비슷하게 힘들다는 얘기를 들으면 색이 조금씩 옅어지면서
희미한 색이 되곤 하죠. ’다른 사람도 불행하니까 꼴좋다'는 마음이 아니라
'내 마음에 공감해 줄 사람이 많기 때문'이라고 생각해요.
지치고 힘든 마음에 고개 를 끄덕여 주는 사람이 있을 때 진정으로 위로받는
느낌이니까요. 내가 느끼는 이 우울함이 다른 사람들도 겪는 보편적인
감정이라고 느끼면, 하루를 보내고, 사람들을 만나고, 시간이 흐르면서
자연스레 우울함이 옅어지고 다시 보통의 마음으로 돌아 오게 됩니다.
건강할 때가 있으면 피곤할 때도 있고, 행복할 때가 있으면 우울할 때도
있는 것처럼 이런 감정의 흐름을 자연스럽고 보편적인 것으로 생각하면 좋겠어요.
남들처럼 열심히 살지 않았다고, 생각한 대로 살지 못했다고 자책할
필요 없이 그냥 내 기분, 내 감정을 그대로 받아들이는 거죠.
우울함조차 소중한 내 감정이니 말이죠.
출처 행복한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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