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랑밭 ~ 행복한가

행복하지 않은 이유는 복잡하게 살기 때문이다

갓바위 2024. 12. 28. 19:31

 

 

행복하지 않은 이유는 복잡하게 살기 때문이다

 

경제학자들은 편리한 삶과 불편한 삶에 들어가는 비용을 이렇게 계산합니다.

서울 광화문에서 강남까지 걸어가면 5시간 정도 걸린다고 치면 5시간의

노동력보다 자전거 페달을 밟는 노동력이 적게 걸릴 것이고,

차를 운전하고 가는 것은 더욱 적은 힘이 들 것입니다.

 

하지만 5시간 걸어가는 데는 내 몸만 있으면 되죠. 자전거를 타려면

자전거를 만드는 데 드는 노동력도 필요합니다. 차를 운전하려면 더 복잡한

기계인 차를 만드는 노동력과 휘발유를 파내는 노동력이 필요합니다.

 

나중에는 오염된 공기를 정화시킬 노동력도 필요해질지 모릅니다.

개인적으로는 자동차가 가장 편리하고 효율적이지만

지구 입장에서는 가장 비용이 큰 수단입니다.

 

쇠 젓가락을 쓰면 매번 설거지를 하는 노동력이 필요하지만

나무젓가락에는 나무를 잘라내고 가공하는 노동력까지 포함되어 있습니다.

‘나만의 세상’이 아니라 '세상 속의 나'를 고민해야 하는 이유입니다.

 

전 세계적으로 에코맘 eco-mom이 대세입니다. '에코맘'은 경제 economy와

와 생태 ecology 접두어 에코eco에 엄마mom라는 단어를 붙인 신조어 입니다.

 

일회 용품 안 쓰기, 전기 아껴 쓰기 등 잠깐의 편리함 때문에 실천하지

않았던 작은 활동을 하는 엄마들을 이르는 말이죠.

'지구를 지키는 일은 집에서부터 saving earth Begins at Home이라는

슬로건 아래 생활 속 환경 운동을 벌이고 있습니다.

 

어쩌면 우리 엄마는 에코맘의 원조쯤 될 것 같습니다.

문명이 진보하면서 발전해온 사상이지만 엄마는 본능적으로 알고 있었죠.

플라스틱의 편리함만을 강조하던 시대에도 엄마는 플라스틱 그릇

냄새만 맡고도 몸에 해롭다는 것을 알아챘습니다.

 

비닐봉지는 썩지 않는 데다 태운 연기를 마시면 머리가 아프다며

쓰지 않는 것이 좋겠다고 말했죠. 엄마의 불편한 삶은

자연을 거스르지 않는 단순한 삶이었습니다.

 

사실 나는 아직도 에코맘이 아닙니다.

그저 조금 불편하게 사는 연습으로 ‘몸의 불편은 삶은 단순하게

만든다'는 경험을 했고, 엄마의 살림법을 다시 바라보게 된 정도입니다.

 

그동안 번거로운 노동을 자처하며 스스로의 삶을 힘들게 하는 것으로 보였던

엄마의 살림법은 일회용품을 발명하기 위해, 만들기 위해, 버리기 위해

에너지를 낭비하지 않는 단순하지만 현명한 살림법이었습니다.

알고 보니 엄마와 가족과 이웃과 그리고 환경까지도 보호하는 것이었습니다.

 

일회용을 쓰지 않는 것은 불편합니다. 하지만 불편을 불평하지 않고

편리를 멀리해보려고 합니다. 최소한의 물건만 가지고 살아봅시다.

쉽게 쓰고 버리는 일회용품 대신 꼭 필요한 물건,

기본에 충실한 물건을 아껴 써보는 것입니다.

 

집에서 각종 일회용품만 치워도 집이 한결 깨끗해진 것을 느끼게 됩니다.

쉽게 망가지지 않으니 자주 물건을 사지 않아도 되고 플라스틱 반찬 통

대신 유리 반찬 통을 쓰면 수년간 반찬 통을 자주 살 일은 없을 것입니다.

플라스틱 국자 대신 스테인리스나 실리콘 국자를 사도 마찬가지죠.

 

길들이는 데 시간이 걸리지만 코팅된 프라이팬보다 스테인리스 프라이팬이 더

오래 쓸 수 있습니다. 베이킹 소다에 한번 삶으면 마치 새것같이 깨끗해집니다.

 

사실 엄마처럼 살림하기에는 아직 갈 길이 멀지만 일회용품을 포기하기가

쉽지는 않습니다. 다만 이제 작은 불편은 참아낼 수 있을 만큼 몸이

길들여졌기에 노력해볼 참입니다. 일회용품이 자취를 감춘 우리집을

상상하는 것만으로도 일상의 번잡함을 지워버린 듯 상쾌한 기분이 듭니다.

 

하루에 얼마나 많은 일회용품을 쓰는지 적어 보았습니다.

그 결과 무심코 일회용품을 쓰는 일이 많다는 것을 깨달았죠.

일회용품을 완전히 추방하기는 어렵지만 사용을 줄이는

것만으로도 환경을 살리고 에너지 낭비를 줄일 수 있습니다.

 

커피는 되도록 텀블러에 먹으려고 하고 설거지를 해야 하는 귀찮음이

따르지만 커피를 따뜻하거나 차갑게 더 오래 유지할 수 있어

누군가와 부딪혀 흘릴 걱정도 줄었습니다.

 

배달 음식을 최소화하기로 한 결심은 야식을 줄여주었죠.

당연히 건강에도 도움을 주었고 일회용 젓가락과 플라스틱 수저 그리고

스티로폼 그릇도 줄이고, 배달 오토바이의 매연과 곡예 질주도 막을 수 있었습니다.

 

일회용품을 가장 많이 사용하는 패스트푸드도 최소화했습니다.

플라스틱 컵과 빨대, 포장지를 줄이기 위한 것인데 대신 제철 채소와 과일

소비가 늘어났죠. 몸에 좋다는 생각에 몸이 가벼워지고 기분까지 상쾌해집니다.

 

가장 큰 변화는 에너지 절약입니다. 사실 에너지의 총량은 변하지 않습니다.

내가 더 많은 에너지를 쓰면 다른 누군가는 에너지를 적게 해야 합니다.

에너지의 빈부격차가 심화되지 않도록 나눠 쓰는 노력이 필요한 것이죠.

 

부모들이 가르쳤던 것처럼 안 쓰는 전등을 키고,

전자 제품의 코드를 빼 놓는 것만으로도 단순한 삶에 동참하는 것입니다.

작은 실천법을 소개하자면, 셋톱박스 플러그를 뽑아놓으면

TV 플러그를 뽑아놓는 것의 10배를 절약할 수 있다는 것입니다.

 

우리나라 국민 모두가 겨울철 실내 온도를 1도씩 내리면 7167만 명의

아프리카 아이들에게 영양실조 치료식을 줄 수 있습니다. 사용하지 않는 코드를

뽑아놓으면 암흑 속에서 살아가는 17억 명에게 빛을 선물할 수 있습니다.

 

한 사람이 하루 동안 사용하는 물의 양은 물이 부족한 나라의 아이가

37일 동안 사용할 수 있는 양입니다. 직장에서 A4 용지 1만 장을 아끼면

30년생 원목 한 그루를 살릴 수 있습니다.

승용차 요일제에 참여하면 아프리카에 연간 16마리의 염소를 선물할 수 있죠.

 

우리 몸을 조금 불편하게 해서 아낀 에너지는 다른 누군가,

혹은 우리 후손이 누리게 될 것임에 틀림 없습니다.

 

출처 행복한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