卍 스님 좋은 말씀

자리를 나누어 앉는 부처님

갓바위 2013. 12. 20. 20:15

 

 

 

자리를 나누어 앉는 부처님


 

부처님이 사위국 기원정사에 계실 때의 일이다.

 

어느날 부처님이 많은 제자들에게 둘러싸여 설법을 하고 있는데

 

제자 마하가섭(摩訶迦葉)이 찾아왔다.

 

그는 오래동안 작은 암자에서 혼자 수행을 하느라고

 

수염과 머리를 제대로 깍지 못해 행색이 더부룩 했다. 


더욱이 옷은 낡고 해어져 누더기를 입고 있었다.

 

이를 본 제자들은 자리를 비켜 줄 생각은 하지 않고 오히려

 

그를 업신여겼다.


‘저 사람은 누구기에 행색이 초라하고 위의도 갖추지 않는가……’ 


부처님은 이같은 비구들의 생각을 알아차리고 마하가섭에게 말했다.


“어서 오너라. 가섭이여. 이리와서 나와 자리를 나누어 앉자.”


마하가섭은 사양하다가 부처님이 권하자 할 수 없이 좁은

 

자리를 반으로 나누어 앉았다. 그러자 부처님이 제자들에게 말했다.


“나는 모든 나쁜 법을 떠나 밤이나 낮이나 선정에 머무른다.

 

마하가섭도 또한 그러하다. 나는 사랑하는 마음〔慈〕,

 

불쌍히 여기는 마음〔悲〕, 기뻐하는 마음〔喜〕, 일체에

 

집착하지 않고 버리는 마음〔捨〕을 성취했으며 완전한

 

지혜를 갖추었다. 마하가섭도 또한 그러하다.”


이 말을 들은 제자들은 그제서야 잘못을 뉘우치고,

 

이 일을 칭찬하고 기뻐하는 마음을 내었다.

 

잡아함 41권 1142권 <납의중경(衲衣重經)>에 나오는 이야기다.

 

이 이야기는 나중에 중국에 전해지면서 염화미소(拈花微笑)와

 

곽시쌍부(槨示雙趺)의 얘기가 덧붙여져 부처님이 가섭에게

 

법을 전했다는 삼처전심설(三處傳心說)의 시원(始原)을 이루게 됐다


여기서 삼처전심이 역사적 사실이냐 아니냐를 따지는 것은

 

번거로운 일이므로 그만 두기로 한다. 다만 한가지 주목할 것은

 

부처님이 제자에게 자리를 양보했다는 사실이다.

 

부처님이 누구인가. 세상에서 가장 존귀한 분〔世尊〕이시다.

 

그런 분이 앉을 자리를 나누어 앉게 하는 모습은 상상만해도

 

 감동적이다. 내가 불편하고 손해가 나더라도 양보하는 것,

 

그것이 부처님의 가르침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