음성~ 낭송~영상시

우체국을 지나며 / 정수자 (낭송 허무항이)

갓바위 2014. 1. 11. 09:59
      우체국을 지나며 / 정수자 (낭송 허무항이)    살아가며 꼭 한 번은 만나고 싶은 사람

       

      우연히 정말 우연히 만날 수 있다면

       

      가을날 우체국 근처 그쯤이면 좋겠다.

       

      누군가를 그리워하기엔 우체국 앞만 한 곳 없다

       

      우체통이 보이면 그냥 소식이 궁금하고

       

      써 놓은 편지 없어도 우표를 사고 싶다

       

      그대가 그립다고 그립다고 그립다고

       

      우체통 앞에 서서 부르고 또 부르면

       

      그 사람 사는 곳까지 전해질 것만 같고

       

      길건너 빌딩 앞 플라터너스 이파리는

       

      언젠가 내게로 왔던 해묵은 엽서 한 장

       

      그 사연 먼 길 돌아와 발끝에 버석 거린다.

       

      물 다 든 가로수 이파리처럼 나 세상에 붙어

       

      잔바람에 간당대며 매달려 있지만

       

      그래도 그리움 없이야 어이 살 수 있으랴.